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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 "빌려준 돈 갚아 달라" 문자
추락사 한 가장 신원 확인하고
하루 뒤 한집 사는 가족들 확인
경찰 "강제개방 상황 아니었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사망한 일가족 4명 중 가장 먼저 숨진 채 발견된 40대 가장은 지인에게 빌려준 돈 3억원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견한 가장의 신원을 확인한 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가족들 시신은 하루 이상 지나서야 찾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경기남부경찰청과 수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자영업자인 가장 A씨가 지인에게 3억원 가량의 돈을 빌려준 뒤 이를 되돌려 받지 못해 생활고를 겪어왔던 사실을 파악했다. A씨는 최근까지도 해당 지인에게 여러 차례 "생활이 어려우니, 빌려준 돈을 빨리 갚아달라", "빚을 자식들에게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다" 등의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다만, A씨 가족은 복지지원 대상(기초생활수급)은 아니었다.

현장 정황상 A씨가 가족들을 숨지게 한 뒤 자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은 숨진 A씨를 발견 한 후 하루 이상 지난 뒤 그의 가족을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9일 오전 4시 30분쯤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숨진 A씨를 발견했다. 이후 지문감식을 통해 3시간 25분 만인 오전 7시 55분쯤 신원을 확인, 그가 살고 있는 같은 아파트 집으로 찾아갔으나 문이 잠겨 있자 되돌아왔다.

경찰은 이 집에 A씨와 함께 아내 40대 B씨 및 10대 아들과 딸 등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인근 주민이 “이 집 가족들은 주말마다 여행을 간다”는 취지의 진술을 듣고 강제개방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또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을 통해 A씨 동선은 확인했으나, B씨와 어린 자녀들이 아파트를 드나드는 모습의 영상은 최종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B씨에게 20차례 넘게 전화를 거는 등 B씨를 찾아내는데만 집중했다.

경찰은 뒤늦게 A씨의 신원이 확인한지 만 하루 이상, 약 27시간 가량이 지난 10일 오전 11시쯤 주민센터에서 호적등본 등을 떼어 찾아낸 다른 유족과 함께 해당 집 비밀번호를 알아내 문을 개방했다. 경찰이 들어간 안방엔 A씨의 아내 B씨와 중학생인 큰아들, 초등학생인 작은 딸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의 목 부위에는 졸림 흔적과 불을 지핀 흔적 등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유서는 없었다.

이를 두고 경찰은 늑장 대응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일이 일요일이라 주민센터 문이 닫혀 있어, 다른 유족을 찾아내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강제개방까지 판단하기 힘들었다”며 “A씨와 B씨 휴대폰 포렌식을 통해 이들의 사망 경위에 대해 광범위하게 수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시신 부검에서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간 등이 나와 봐야 알 수 있지만, 만약 A씨가 추락한 이후에도 B씨와 어린 자녀들이 살아 있었던 상태라면 경찰의 신속하지 못한 수사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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