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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대표(왼쪽)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미래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코스피 시가총액 6위(3월 5일 기준), 매출 3조5000억원(2024년 연결 기준). 1세대 바이오산업 신화 셀트리온은 시장의 계속된 의문에 꾸준히 스스로 입증하며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그만큼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바이오 시장에서 “이게 정말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맨몸으로 일궈 온 성과다.

2002년 창업 후 불과 14년 만인 2016년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된 셀트리온은 대표 제품이자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를 ‘블록버스터’로 키워냈다.

셀트리온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하나하나 쉽지 않은 것들이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신약 개발 등 새로운 분야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2세 승계 문제도 숙제다.

최근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까지 대외적 변수가 겹치면서 타개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창업주인 서정진 회장은 올해 임기 연장을 통해 남은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구원투수’로 재등장한 그는 역설적으로 향후 진정한 은퇴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임기 연장하는 서정진 회장
셀트리온은 3월 25일 인천 연수구 소재 송도컨벤시아에서 주주총회를 연다. 이 자리에 상정될 안건은 총 5가지다. 그중 핵심 사안은 주주배당을 위한 자본준비금 감액(제2호 의안: 자본준비금 감액 승인의 건), 그리고 서정진 회장 임기 연장(제3호 의안: 이사 선임의 건)이다.

서 회장은 2020년 65세 정년을 맞아 회장직을 사임한 뒤 약 3년 후인 2023년 3월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복귀했다. 2년 만에 기존 임기가 끝나감에 따라 새로운 선임안 의결을 통해 임기를 연장할 전망이다.

셀트리온이 밝힌 이사회의 서 회장 추천 사유는 △아시아 최초 CMO 사업개시 △세계 최초 항체바이오시밀러 승인 △신약의 FDA 및 EMA 승인 △전 세계 허가기관 승인 생산시설 25만 리터 확보 △미국 및 유럽 직접판매 체제 전환 및 판매 네트워크 구축 등 모두 지금의 셀트리온을 있게 한 성과가 나열돼 있다. 1957년생으로 올해 68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창업주로서 셀트리온과 동일시되는 인물인 것은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2023년 사내 복귀 이후 세운 목표를 착실히 수행했다. 2024년 매출 목표 3조5000억원 달성, CDMO 자회사 설립은 이미 이뤘다. 서 회장은 지난해 12월 17일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당일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 법인 설립을 끝냈다는 사실을 밝혔다. 신설 법인은 셀트리온 100% 자회사이며 올해 내 첫 생산시설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서 회장이 제시한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의 2031년 매출 목표는 3조원이다. 셀트리온은 그간 CMO 사업에서 쌓은 생산 노하우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축적한 연구개발(R&D), 임상 경험 등을 바탕으로 CDO(위탁개발), CRO(임상시험수탁)까지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생산 토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초기 설비투자를 위해 셀트리온그룹에서는 자체적으로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넥스트 램시마’ 찾기에 분주
서 회장이 셀트리온으로 돌아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알려져 있다. 우선 히트작인 ‘램시마’ 이후 또 하나의 확실한 ‘캐시카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램시마는 글로벌 빅파마인 존슨앤드존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이다. 2013년 항체치료제로서는 최초로 개발에 성공해 유럽에 출시된 후 오리지널과 동등한 효능을 입증했다. 뛰어난 효능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던 램시마는 2017년 시장점유율 52%를 넘기며 오리지널 점유율을 넘어선 바이오시밀러로 기록됐다.

또 정맥주사제인 기존 램시마와 달리 피하주사제형인 램시마SC(미국 제품명 짐펜트라)는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를 받아 높은 약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셀트리온 자체 직판영업까지 시작하면서 수익성은 높아졌다. 램시마는 지난해 연매출 1조2000억원을 돌파했다. 미국 내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등재 계약도 체결해 앞으로 매출 신장이 기대된다.

그러나 램시마 의존도가 높은 것은 문제다. 셀트리온 전체 매출에서 램시마 판매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80%에서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플라이마(성분명 아달리무맙) 등 출시와 함께 점차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30%를 훌쩍 넘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경쟁사들도 늘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 해외에선 암젠·산도스를 비롯해 400여 개의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있다. 오리지널보다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특성을 고려하면 향후 인기 의약품에 대해서는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2021년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인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 개발에 성공했지만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가 떨어진다고 밝혀지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은 CDMO 사업에 속도를 내는 한편 차세대 신약 개발에도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약물접합체(ADC) 기반 항암신약 ‘CT-P70’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진행을 위한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승인받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에 25% 이상 관세부과를 예고하면서 셀트리온은 현지 생산 전략 마련에 힘쓰고 있다. 기존에 바이오시밀러는 저렴한 원료의약품(DS)은 국내에서, 가격이 높은 완제의약품(DP)은 현지 CMO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수출한다. CDMO에 대해서는 국내 송도 부지 외에도 미국 현지 생산시설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재 국내외에 다양한 후보지를 바탕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킬레스건 ‘승계’에 속도
다만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은 달성하지 못했다. 이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에는 성공했지만 지난해 이 통합 법인과 셀트리온제약 간 합병은 주주들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3사 간 합병은 표면적으로 개발부터 유통을 아우르는 바이오 업무의 통합적 관리를 위한 것이다. 아울러 일감 몰아주기 의혹 해소를 위해서기도 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이 생산한 의약품을 공급받아 납품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제약은 경영 실적 대비 셀트리온보다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로 주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웠다.

근본적으로 이 같은 3사 통합에는 서정진 회장의 ‘2세 승계’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후계구도는 서 회장의 장남 서진석 이사회 의장 겸 대표이사로 굳어진 분위기다.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나와 삼성전기, 컨설팅회사를 거친 서정진 회장은 대우자동차 임원으로 재직하다 IMF 때 실직한 뒤 동료들과 향후 유망하다는 바이오 회사를 차렸었다. 반면 서진석 대표는 서울대 동물자원학과 졸업 후 KAIST에서 생명공학 석박사를 마친 바이오 전문가다.

서 회장은 현재 셀트리온 최대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의 최대주주이다. 그리고 기존에 보유하던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통해 통합법인에 개인 최대 지분을 갖게 됐다. 반면 서진석 의장은 지난해 자사주(495주)를 총 1억원에 매입하기 전까지 사내에 보유한 지분이 없었다. 차남인 서준석 수석부회장도 알려진 지분 관계가 없다. 승계를 철저히 준비하는 일반적인 재벌 기업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오너가도 회사가 이렇게 빨리 크게 될지 모르지 않았겠나”라는 말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선 결국 서정진 회장이 그룹사 합병을 통해 핵심 기업인 셀트리온에 대한 자기 지분을 늘리고 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을 완료한 뒤 본격적인 증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혼외자 이슈로 인해 그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의 여론을 돌리는 것이 관건이다. 한때 ‘동학개미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르기도 했던 셀트리온 개인 주주들은 공매도, 분식회계 의혹 등을 겪으며 주가 움직임에 민감한 편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총 5360억원 자사주를 매입하고 1조2642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역대 최대 배당에도 나섰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셀트리온 주주에게는 주당 750원의 배당금, 0.05주씩(총 1025만 주)를 제공하고 셀트리온제약 주주에게는 주당 0.05주(총 206만 주)가 지급된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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