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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가 추천·만기 오면 재투자…'설마 홈플러스가 망할까' 의심 못 해"

증권업계 "불완전판매 예견된 일…상거래 채무 인정 안되면 소송 수순"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2021.9.27
[촬영 류효림]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홈플러스의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판매한 증권사 H사의 개인투자자 불완전판매 의혹이 확인됐다.

판매사의 홈플러스 카드대금 유동화 전단채(이하 유동화 전단채)에 대한 불완전판매 의혹이 제기되면서 증권사들은 홈플러스와 주주사 MBK파트너스를 상대로 한 소송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단채가 상거래·금융 채무 중 어디에 속하는지 등 성격 분류와 그에 따른 판매사의 구체적인 설명 내용 등이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단위 유명 브랜드인데 이렇게 될줄…신용위험·구조 설명 못 들어"


H사가 고객들에게 보낸 홈플러스 회생절차 개시일정 관련 투자자 안내문 [촬영 송은경]


"전 재산 다 날리겠다 싶어서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네요."

은퇴한 지 10년이 넘은 고령의 A씨는 11일 연합뉴스와 만나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이후 한숨도 못 자고 있다고 털어놨다. A씨는 H증권 영업점을 통해 노후자금과 자녀 결혼자금 등을 모두 유동화 전단채에 투자했다. 업계는 H사의 유동화 전단채 판매액을 2천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홈플러스라는 브랜드가 있고 전국적으로 알려진 회사인데 이렇게 일이 터질 줄 상상도 못했다"면서 "홈플러스가 잘못되면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은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증권사 프라이빗 뱅커(PB)를 통해 3개월 만기 유동화 전단채에 '풍차돌리기' 방식으로 투자했다. 예컨대 3월에 투자한 금액이 6월 만기로 돌아오면 그 금액을 거의 그대로 재투자하는 식이다. 금리는 6%대 중반이었다.

A씨가 PB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유동화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명), '홈플러스 카드구매 대금 채권 유동화' 같은 문구들과 금리, 가입일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었다. 유동화 전단채에 대한 신용등급 'A3'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홈플러스가 지난 4일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A씨가 투자한 유동화 전단채 신용등급은 'C'로, 6일에는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며 지급불능상태인 'D'로 떨어졌다.

A씨는 최초 투자는 오랫동안 믿고 거래했던 증권사 PB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고객에게 먼저 투자를 권유하는 상품이 아니다'라는 사측 설명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그는 "3개월 지나면 이자 받아 생활해야 하니까 (재투자했다)"며 "'요식적으로 하는 거다', '괜찮아요', '걱정 안해도 됩니다' 이렇게 (설명을 들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구조화금융 단기신용등급 'A3'가 의미하는 위험이나 홈플러스·카드사·증권사 등이 얽혀있는 복잡한 발행 구조에 대해선 증권사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A씨는 유동화 전단채가 상거래 채권으로 분류되면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며 "법원에서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완전판매 논란 없을 수 없어…상거래 채권으로 인정받게 노력"


홈플러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미상환 잔액은 4천억원이다. 증권업계는 유동화 전단채 불완전판매 의혹에 대해 '예견된 수순'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판매 경위와 준칙 준수 여부를 들여다봐야겠지만 고령 투자자의 노후자금 같은 거액을 한 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면 불완전판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애초부터 구조도 복잡하고 신용등급도 낮아 위험해 보이는 등 불완전판매 소지가 컸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책임을 따지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쟁점은 유동화 전단채의 채무 성격이다. 홈플러스는 금융채무 상환은 유예하되 상거래채무는 정상적으로 상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유동화 전단채가 상거래채권으로 분류되면 투자자 손실이 없어 불완전판매도 '없는 일'이 된다. 반면 금융채무로 분류되면 법원의 채무 조정에 따라 투자자 손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

증권업계는 불완전판매 의혹은 없을 수가 없다는 판단 아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지 않도록 유동화 전단채가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홈플러스와 최대한 협의해 보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홈플러스는 법원이 채무 성격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미 홈플러스는 감사보고서에서 구매전용카드 미지급금을 금융부채로 분류하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 4일 회생 신청 이후 첫 만기가 돌아온 유동화 전단채의 상환 재원인 카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유동화 전단채 4천억원은 이미 부도처리가 됐거나 될 것이 확실시된다.

전날 증권업계 공동 대응 논의에 참여한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원만히 합의를 이뤄보려고 하지만 끝까지 금융채권으로 분류되면 홈플러스와 MBK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유동화 전단채의 실질을 따지면 상거래적인 성격이 분명히 있지만 유동화 과정에서 금융화가 돼 있기 때문에 금융채권으로 볼 것 같다는 게 일단 업계 실무자들의 의견"이라면서도 "결국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채무로 분류되면 유동화 전단채가 홈플러스 대금 결제에만 연동이 돼 있다는 식으로 설명한 것도 잘못된 설명일 수 있다"며 "다양한 쟁점을 놓고 난해한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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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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