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이후 정치 불안 이어지며 매도 행렬
회장님들 직접 세일즈 나섰지만
4대금융 최근 3달새 시총 17조 증발
KB금융 주가 23% 감소
낮은 주주환원 규모에 실망 매물 쏟아지며 낙폭 가장 커
비과세 배당 도입한 우리금융엔 긍정 반응
회장님들 직접 세일즈 나섰지만
4대금융 최근 3달새 시총 17조 증발
KB금융 주가 23% 감소
낮은 주주환원 규모에 실망 매물 쏟아지며 낙폭 가장 커
비과세 배당 도입한 우리금융엔 긍정 반응
총 16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4대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에 비상이 걸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7개월째 이어진 외국인의 순매도 행렬에 금융지주도 포함됐다. 집 나간 외국인들을 잡기 위해 금융지주 회장들이 발 벗고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비상계엄 사태, 탄핵정국 등 정치 불확실성에 고환율 등 대외 변수가 겹치며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은행주는 기존에도 외국인 지분율이 높고 지난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수혜주로 매수세가 더 강해졌지만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하자 주가는 속수무책으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만 78% 뛴 KB금융 주가는 최근 발표한 주주환원 규모까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자 하락폭이 더 가팔라졌다.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23% 빠졌다.
◆3개월간 금융지주 시총 17조 증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올해 3월 4일까지 약 3개월 동안 4대 금융지주 주식을 1조4215억원 팔아치웠다(한국거래소). 시가총액은 이 기간 총 16조8000억원이 증발됐다.
가장 많이 내다 판 주식은 KB금융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3월 4일까지 8374억원을 팔았다. 78.04%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이 기간 75.45%로 줄었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10만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7만8000원으로 떨어졌다. 39조8000억원이던 시총은 30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코스피 시총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금융지주 중 외국인 지분율이 두 번째로 큰 하나금융지주도 순매도가 이어졌다. 1579억원을 팔아치웠고 지분율은 68.17%에서 67.29%로 내려갔다. 주가는 6만6000원에서 5만9000원으로 하락했고 시총은 18조9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줄었다.
외국인은 신한금융지주 주식도 4458억원 팔았다. 지분율은 60.98%에서 58.88%로 감소했다. 주가는 5만6000원에서 4만6000원으로 1만원가량 빠졌다. 시총은 28조원에서 23조원으로 감소했다.
우리금융지주만 유일하게 외국인이 순매수(196억원)했다. 주가도 1만7200원에서 1만6250원으로 5.8% 하락에 그쳤다. 다만 거래 규모와 지분율(45.65%)이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낮은 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정부 밸류업 정책에 따라 금융지주들이 배당금 상향,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에 적극 나서자 순매수를 이어가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정치가 불안해지고 고환율로 금융기관 건전성 지표 악화가 우려되자 금융지주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것이다.
그래픽=송영 기자
◆세일즈 나선 회장님들
금융지주 수장들이 투심을 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월 21일 서울에서 JP모간이 주최한 코리아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해 밸류업 정책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단이 투자 행사에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월 12일부터 나흘간 일본에서 현지 주요 금융기관 및 기관투자가들을 만났다. 일본 금융청과 일본은행(BOJ)에 이어 다이와증권,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SMBC) 등의 주요 투자자에게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신한금융의 밸류업 정책을 설명했다.
◆희비 엇갈린 KB와 우리
하지만 은행주는 최근 한 달간 눈에 띄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KRX은행지수(3월 4일 기준)는 3.4% 하락했다. 전체 KRX 업종지수 중 낙폭이 가장 컸다.
KB금융은 주가가 10% 넘게 하락했다. 지난 2월 초 실적 발표 이후 실망 매물이 쏟아져나왔다. 5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지만 주주환원 정책과 자본비율(CET1)이 시장의 기대치를 하회하며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투자자들이 표면상의 실적보다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의지 실현 가능성을 우선시했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지난해 10월 총주주환원율 목표치 대신 CET1과 연동한 주주환원 계획을 내놨다. CET1 13~13.5%를 넘는 잉여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4분기 말 CET1 비율은 13.51%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할 당시(3분기 말·13.85%)보다 0.34%포인트 떨어졌고 1년 전보다 0.08%포인트 하락했다. 주주환원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결국 13.51%에서 13%를 초과하는 잉여자본 1조7600억원(현금배당 1조2400억원,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5200억원)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기로 했고 하반기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기대치보다 낮은 환원 규모에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을 예상보다 많이 못 올렸거나 수익 대비 위험이 커지면 CET1이 하락한다”며 “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많이 팔았고 그만큼 연체율도 높다.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율이 타 지주 대비 높은 수준을 나타낸 것 같다”고 말했다.
RWA는 위험 수준을 감안해 금융회사 자산을 재평가한 수치다. 저신용 대출이나 연체율 등이 위험 가중치를 높이는 식이다. ‘RWA 증가→CET1 하락’으로 이어진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KB금융이 연중 추가 주주환원을 결정하는 시점을 2분기 실적 발표 때가 아닌 하반기 중으로 유연하게 변경하겠다고 밝혔는데 결정 시점을 미룰수록 내년도 주주환원율이 하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건은 RWA 증가율을 목표 수준 이내로 통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이 상대적으로 CET1에 여력이 있다 보니 타 금융지주보다는 RWA 관리를 덜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나금융 같은 경우는 4분기 대출을 1% 줄였던 반면 KB금융은 0.5% 증가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CET1은 각각 지난해 3분기 말 13.17%에서 4분기 말 13.03%로, 13.17%에서 13.13%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KB금융보다 낮다.
반면 우리금융은 실적 발표 후 상승세를 보였다. 열흘 동안 주가가 10% 이상 뛰었다. 타 금융지주 대비 뒤떨어졌던 CET1이 3분기 말 11.95%에서 4분기 말 12.08%로 크게 개선됐다. 여기에 은행권 최초로 비과세 배당을 도입해 투자심리를 자극한 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비과세 배당은 주주에게는 유리한 제도다. 개인 주주는 원천징수 없이 배당금을 전액 받을 수 있다. 대주주는 해당 배당금이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아 기대효과가 크다.
다만 지난 2월 말로 접어들면서 우리금융의 주가 상승 추세도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월 중순 1만7000원대에 거래되던 주가는 3월 현재 1만6000원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수익만 받쳐준다면 우리금융 같은 비과세 배당도 지속 가능한 전략이다. 해외 금융지주사들이 많이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환율 영향은 올해 1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라며 “외화자산이 많은 금융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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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이자이익만 42조원
4대 금융지주 이자이익만 42조원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도 지난해 4대 금융지주는 총 16조420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대비 10.3%(1조5297억원) 늘었다.
시장금리 하락에도 이자이익이 크게 불어났다.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지난해 41조8763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은 10조1701억원에서 10조5050억원으로 3.3% 늘었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실적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고환율, 관세전쟁 등 거시환경이 영업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내림세다. KB금융의 NIM은 2023년 2.08%에서 지난해 2.03%로 하락했다. 신한금융(1.97%→1.93%), 하나금융(1.82%→1.69%), 우리금융(1.82%→1.7%)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