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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정치부장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로부터 구속취소 결정을 받고 석방된 다음 날(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검찰이) 초보적 산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날’과 ‘시간’을 갖고 다툰 구속기한 산정 논란이 단순한 ‘숫자놀음’이라며, 의도적으로 계산을 틀린 탓에 윤 대통령이 풀려났다고 심우정 검찰총장을 공격한 것이다. 여태껏 구속기한은 항상 ‘날’로만 따졌으니 검찰로선 억울할 수 있다. 그렇다고 판사 역시 단지 구속 몇 시간 넘겼다고 내란죄 혐의의 현직 대통령을 풀어줬을까. 재판부가 배포한 설명 자료엔 이렇게 나와 있다. “구속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가 됐더라도 구속취소 사유가 인정된다.” 즉 구속일 산정은 부수적이요, 구속 취소의 핵심 이유는 별도로 있다는 거다.
공수처 무리한 수사로 대통령 석방
검찰 구속일 산정 논란은 본질 아냐
'내란몰이'에 민주당 스스로 발목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그건 뭘까. 바로 공수처(처장 오동운)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 여부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윤 대통령 수사를 두고 재판부는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 판단도 없는 상태에서 형사재판을 진행할 경우 상급심 파기는 물론,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야권에선 “공수처 수사가 위법하다고는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던데, 세상에 어떤 판사가 동료 판사가 이미 체포·구속 영장을 발부한 걸 180도 뒤집어 위법이라고 하겠나. 에둘러 얘기했지만,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사실상 철퇴를 내린 거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에서 항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공수처가 직권남용죄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하겠다고 나설 때부터 시빗거리였다. 새우(직권남용) 잡으려다 그물에 고래(내란)가 걸려들었다는 걸 누가 납득하겠나. 사실 12ㆍ3 계엄 초기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검찰 특수본이었다. 결국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 경찰과 기소권이 있는 검찰이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윤 대통령을 수사했다면, 수사권 논란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이를 걷어찬 건 다름 아닌 민주당이었다. 지난해 12월 9일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검찰 내부 윤석열-한동훈 라인이 내란 사건 축소 등의 기획을 시작했다”며 검찰을 향해 ‘긴급 수사금지 처분’ 등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 수사 등으로 악연이 쌓여 온 검찰에 ‘정권 창출 공신의 월계관을 씌워줄 수 없다’는 심산이었을 듯싶다.

민주당 반검찰 정서의 수혜자는 출범 후 4년간 ‘구속ㆍ유죄 0건’을 기록 중인 공수처였다. 하지만 의욕만 앞선 탓에 덜컹거리기 일쑤였다. 공수처는 서부지법 체포영장 발부(지난해 12월 30일) 전에 다른 영장을 청구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뒤늦게 서울중앙지법에 압수수색·통신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사실이 들통났다. 최근엔 윤 대통령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서 발부(12월 20일)받은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대신 해당 영장엔 ‘형사소송법 110조(군사상 비밀 장소에 관한 압수수색 제한)를 준수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었다. 이를 통해 영장 집행에 실패하니, 열흘 뒤 서부지법에서 ‘형소법 110조 배제’ 단서가 달린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거였다. 이 정도면 공수처의 ‘영장 쇼핑’이 아니라 ‘영장 공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처럼 공수처 탓에 윤 대통령이 석방됐음에도 민주당은 애먼 검찰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근본적으론 12ㆍ3 계엄을 내란죄로 규정한 것이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사태 초기 민주당으로선 ‘이참에 여권을 몽땅 내란세력으로 몰아 쓸어버리겠다’는 요량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후 수사권 논란, 헌재의 내란죄 철회 등 탄핵 고비마다 내란죄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계엄의 헌법 위반, 국헌 문란 여부에 집중했다면 윤 대통령은 이미 파면되지 않았을까. 반국가 세력 척결 운운하다 윤 대통령이 현재의 불행을 맞이한 듯, 민주당의 내란몰이 역시 시효가 끝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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