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0명 제자 키운 경북 칠곡군 왜관읍 ‘웰빙왕호떡’ 차태일 사장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웰빙왕호떡. 바삭한 겉면과 쫄깃한 속이 조화를 이루며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칠곡군 제공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부대 후문 길, 기름 냄새가 퍼지는 왕복 2차선 도로변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다.
기다림의 끝에는 ‘웰빙왕호떡’이 있다. 호떡이 익어가는 철판 앞에는 30년 세월을 버틴 사내, 차태일(61) 사장이 서 있다.
그의 시작은 호떡이 아니었다. IMF 이전 그는 철강 사업을 운영했다. 그러나 어음 38억원이 부도나며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돈도 잃고, 사람도 떠나고... 그저 바람처럼 떠돌았지요”
그러던 길 위에서 그는 호떡을 만났다. 철판 위에서 부풀어오르는 반죽처럼 차 사장은 호떡 한 장으로 다시 일어섰다.
현재 그는 전국에서 150명의 제자를 둔 호떡 달인이다.
대구, 대전, 울산, 강원도 양구, 전주 등 전국에서 150명이 그의 제자가 됐다.
“돈만 냈다고 제자가 되는 게 아니지요. 내 가락이 나올 때까지, 내 손맛을 익힐 때까지…”
기름 온도 맞추는 법, 반죽 숙성 시간, 소 넣는 비율까지...
그는 손끝으로 느끼는 감각을 몸에 새길 때까지 물러서지 않는다.
“가르쳐주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찾아오면 마음이 약해집니다. 정말 힘든 사람들이 많아요. 이걸로라도 먹고살게 해주고 싶어요”
이 집 호떡이 특별한 이유는 기름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번 사용한 기름은 절대 다시 안 씁니다. 매일 아침 새 기름으로 시작합니다”
그는 재료를 절대 이월하지 않는다. 장사가 끝나면 청소하시는 분들이나 단골 손님들에게 기꺼이 나눈다.
“장사는 끝나고 집에 갈 때 기분이 좋아야 다음 날 문 열 때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의 철학이 호떡 맛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대경선 개통으로 주말이면 대구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전체의 40%에 달한다.
차 사장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대경선이 개통됐으니 이제는 기차 타고 오는 손님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김재욱 칠곡군수(왼쪽)가 ‘대경선 왜관역에서’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웰빙왕호떡을 홍보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대경선 타고 왜관역에 내리면 이곳까지 걸어서 10분입니다. 기차 타고 호떡 한 장 먹으러 오는 재미 괜찮지 않습니까?”
지난 10일, 김재욱 칠곡군수도 이곳을 직접 찾아 차 사장을 격려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차 사장을 한참 바라보던 김 군수는 호떡을 받아들고 한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식감과 속 가득 찬 달콤한 소의 조화에 미소가 번졌다.
“30년 넘게 한자리에서 정직한 손맛으로 왜관의 명물이 된 웰빙왕호떡은 우리 칠곡의 자랑입니다”
김 군수는 차 사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 대경선과 U자형관광벨트를 연계해 더 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을 수 있도록 칠곡군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기름솥 앞에 선 30년 세월, 오늘도 차태일 사장은 새 기름을 붓고 기름 온도가 딱 맞기를 기다린다.
정성스럽게 반죽을 빚는 그 손끝에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장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