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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자유민주주의 정반대... 헌법 정신 부합하는 결정 나와야"
"野 심우정 탄핵도 자유민주주의 파괴... 이재명은 위험한 존재"
"양원제 도입해야 탄핵 남발 막아... 차기 대통령은 3년 단임만"
"세계 경제도 블록화... 친중 정권 들어서면 대한민국 위기"
"상명하복 검사정치? 김 여사 문제 등 나만큼 직언한 사람 있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본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우리는 계엄의 바다에 가로막혀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9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탄핵 정국을 이렇게 표현했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 다음 날 만난 자리에서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답답함과 사회 분열에 따른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탄핵심판 전망이 궁금했다. 그는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결론이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은 문제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한 전 대표는 "
한쪽에서는 44년 만에 계엄을 선포했고, 다른 한쪽은 30번의 줄탄핵을 시도했다"며 "제도적 절제가 이미 무너진 상황이라 지도자 한 사람만 바뀐다 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
"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대통령과 국회 권한을 분산하는 개헌을 통해 '87년 체제'를 극복하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계엄, 자유민주주의 정반대... 헌법 정신 부합하는 결정 나와야"



-윤 대통령 구속취소와 석방을 어떻게 봤나.


“법원이 구속취소의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구속취소 결정은 법률가인 나조차 한 번도 못 본 절차다
. 법은 만인에 평등해야 한다. 사법당국은 앞으로 다른 모든 국민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윤 대통령을 만나러 갈 건가.


“언젠가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보나.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결론이 나와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지키는 결정이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직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계엄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말하기 고통스럽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의 정반대 지점에 있는 것이었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 자유 보호이고, 만약 자유를 제한할 일이 생기더라도 법에 의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는 (탄핵 반대 세력이 주장하는) '자유 진영을 지킨다'는 것의 동의어도 아니다. 친미 성향의 남미 독재 국가가 '자유 진영'에는 속해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野 심우정 탄핵도 자유민주주의 파괴... 이재명은 위험한 존재"



-민주당은 윤 대통령 석방에 반발해 심우정 검찰총장을 탄핵하려는데.


“나는 여당 대표임에도 비상계엄을 앞장서서 막았다. 자유민주주의를 해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으로 30번째가 되는 이재명 민주당의 ‘탄핵 행진’도 자유민주주의 파괴라는 점은 같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정말 위험한 존재라는 생각을 국민들이 더욱 강하게 할 것
이다.”

-그럼 대안이 뭔가.


‘시대 교체’다. 40여 년 만의 계엄 선포든, 30번의 탄핵 시도든 법에 있으면 뭐든 하겠다는 식의 무절제다. 이런 시대를 그대로 둔 채 선수만 교체한다면 더 잔인하고 무서운 세상이 올 것
이다. ‘87년 체제’ 극복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 정치는 지금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지금도 계엄의 바다에 막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성장률 저하, 인공지능(AI) 혁명, 청년과 의료 문제, 인구 절벽 등에 대한 대처가 뒷전으로 미뤄져 있지 않나."

-시대 교체 방식은.


“헌법을 바꿔야 한다. 물론 87년 헌법은 위대했다. 탄핵이나 계엄 같은 극단적인 수단은 쓰지 않는다는 절제의 문화가 뒷받침됐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사태를 거치며 진영 논리가 극대화된 것을 계기로 양 정치세력 모두에게 그런
절제의 문화가 무너졌다. 그것이 줄탄핵, 계엄으로 이어졌다.
일단 둑이 무너진 이상, 서로
극단적인 수단을 쓰지 못하게 막는 헌법적 장치
를 두지 않고서는 우리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본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양원제 도입해야 탄핵 남발 막아... 차기 대통령은 3년 단임만"



-개헌안에 담겨야 할 내용은.


한 번의 정치적인 바람(선거 승리)이 모든 권력을 좌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
이다. 물론 책임 총리 도입 등 대통령 권한 분산도 필요하지만, 국회 내에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필요하다. 상하원이 분리된 양원제로 가야 한다. 그리고 상원은 중·대선거구제 방식으로 의원을 선출해야 한다. 그러면 호남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고, 영남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이 돼 어느 한 쪽이 상원의 3분의 2 이상을 장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탄핵 남발을 막을 수 있다. 지금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고, 그 의석수만큼 상원의원을 두면
전체 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아도 된다.”

한 전 대표는 개헌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하되 차기 대통령은 임기를 2028년까지 3년만 하고 중임은 포기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2028년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실시해 정국 안정성을 높이고, '중임을 하려고 개헌을 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3년짜리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레임덕이 오지 않겠나.


“누구든 차기 리더는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 역할을 포기하고, 87년 체제의 문을 닫고 떠나는 궂은 역할을 맡는 데 만족해야 한다. 개헌이란 목표가 명확한 만큼, 3년 안에 못 할 일이면 5년 안에도 못 할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임기를 마쳐도 여전히 50대인데.


“조기 대선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닌 일반론이지만,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에 꼭 시골에 가서 감자를 캐거나 책방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것 역시 대통령을 왕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대통령도 다른 공직자처럼 잠깐 국민의 부름을 받아서 봉사하는 직책에 불과하다. 임기를 마치고 정부부처 차관이든, 국장이든 여건이 허락하면 충분히 다른 봉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경제도 블록화... 친중 정권 들어서면 대한민국 위기"



-'피크 코리아'(경제 성장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현상)
문제 해법은.


“한국은 AI 전환에 어떻게든 올라타야 한다. 올라 타면 재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올라 타지 못하면 그저 그런 나라에 머물 것이다. 세계의 블록화에 주목해야 한다. AI 경쟁 시대에 북한 중국 러시아와 같이 갈 것인가. 미국 일본과 같이 보조를 맞출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윤석열 정부가 잘한 점 중 하나는 한미일 블록에 제대로 편입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지금의 민주당은 북중러, 특히 중국에 친화적인 세력으로 볼 수밖에 없다.
친중 성향의 정권이 들어선다면 체제는 물론 경제도 블록화된 국제 여건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
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정상으로부터 ‘당신은 카드가 없다’는 면박을 들었다. 우리는 미국에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다. 조선 기술과 디지털 역량 등이다. 우리의 카드를 분명히 하면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의 실용주의 성향을 활용해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핵 국가'라고 지칭한 것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통해 일본처럼 핵 농축·재처리 기술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정권 연장보다 교체 여론이 훨씬 높다. 이재명 대표는 독보적 지지율 1위인데.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고, 그다음이 민주당 지지율, 그다음이 이재명 대표 지지율이더라. 이건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이 대표가 집권했을 때 찾아올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인식하고 있다는 근거이다.
(이 대표 지지율인) 35%로는 정권을 잡을 수 없다. 합리적이고 자유롭고 애국적인 사람들이 뭉친다면 이 대표는 결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고 확신한다.”

지난해 9월 22일 김건희 여사(오른쪽)가 2박 4일간의 체코 순방을 마치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왕태석 선임기자


"상명하복 검사정치? 김 여사 문제 등 나만큼 직언한 사람 있나"



-일부 보수 지지층의 반감이 여전한데.


“그분들 중에는 나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많다.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 '이러다 정말 이재명 정권이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잘 안다. (윤 대통령 탄핵 소추는)
필요한 일이었고, 결국 우리가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미안한 마음이 크다
.”

-국민이 검사 출신 지도자를 또다시 선택할까.


“소위 ‘검사 정치’의 문제로 상명하복과 줄세우기 문화가 꼽힌다. 둘 다 나와 거리가 멀다. 김건희 여사 문제나 의료 사태, '이종섭·황상무' 사태 때 우리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나만큼 대통령에게 직언을 한 사람이 있었나. 줄세우기도 나와 무관하다. 명태균 사태에서 나타나듯, 나는 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공천에서 어떤 외압도 다 막아냈다. 줄세우기를 통해 내 사람을 꽂았다면 내가 당대표에서 쫓겨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피상적인 검사 정치 비판 대신 내가 정치를 했던 모습을 보고 평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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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계엄의 바다 건널 것... 대한민국 지키는 헌재 결정이 돼야" [인터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000420002145)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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