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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뒤흔들 3대 '게임체인저' 기술로 통상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그리고 양자컴퓨터를 꼽습니다.
미래 기술이란 게 원래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그중에서도 양자컴퓨터는 더욱 그렇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더 어려운 양자의 세계, 그래도 최대한 '쉽~~~~~게' 정리해 봤습니다.

새내기 과학 출입 기자로서 3대 '게임체인저' 기술(AI, 바이오, 양자컴퓨터) 중에 가장 늦게 접했으면 하는 분야가 양자컴퓨터였습니다.

하지만 관련된 기사들이 매일 쏟아지는 걸 보고 결국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렇습니다. 불행히도 저는 양자컴퓨터를 영원히 피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국내 유일의 상용 양자컴퓨터를 직접 눈으로 보고, 양자역학 권위자로 꼽히는 분들을 만나고, 관련 서적과 기사를 접하다 보니 양자컴퓨터에 대해 '양자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하고도 남습니다.

■ "양자 물리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단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 모두에겐 양자컴퓨터 기사를 읽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 말이 큰 용기가 됐습니다.

"양자물리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인터넷 강의가 양자물리에 대한 모든 내용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가르쳐주긴 하지만 결정적인 비밀 하나를 절대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 비밀이란 바로 양자 물리는 들어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퀀텀의 세계》이순칠 저 -

위 책을 쓴 카이스트 물리학과 이순칠 교수님의 말입니다. 일단 양자컴퓨터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교수님의 말이 위로가 됩니다.

이 교수님뿐만이 아닙니다. 양자컴퓨터가 고전컴퓨터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점을 처음 지적한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 역시 "양자물리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양자컴퓨터,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양자역학'은 원래 어려운 것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일단 첫발을 뗄 수 있습니다.

그럼 첫 번째 질문, 도대체 '양자'가 뭐길래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 우리 세상 밑 바깥 우주

챗GPT가 만들어준 ‘양자의 세계’

양자(量子·Quantum)의 사전적 정의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 단위'입니다. 일단 여기서부터 막히는 기분인데, 아직 포기하긴 이릅니다.

양자와 느낌은 비슷한데 조금 더 우리 귀에 익숙한 단어로 '원자(原子 ·Atom)'가 있습니다. 원자폭탄 할 때 그 원자입니다.

원자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구성단위'인 만큼 엄청 작습니다. 일반적으로 0.1 나노미터 크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원자 안에는 또 '전자'라는 게 있습니다. 그럼 전자는 '엄청 엄청' 작겠죠?

양자역학은 원자보다 작은 전자나 광자(Photon) 같은 입자를 다룹니다. 그러니 양자의 세계는 압도적으로 작은 세계이고, 이걸 '미시세계'라고 부릅니다.

양자가 어려운 이유, 이 미시세계는 우리 거인들이 사는 '거시세계'와는 다른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예고편 일부(출처 : 마블코리아 유튜브)

우리는 SF 영화를 볼 때 스크린 안에서 어떤 희한한 일이 일어나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그건 영화니까요.

예를 들어 마블 영화 '앤트맨' 시리즈에서 주인공은 개미보다 더 작아질 수 있고, 심지어 몸 크기를 더 줄여 양자의 세계에 진입합니다(3편의 부제도 '퀀텀매니아' 입니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몸이 복제되고, 순간이동도 하죠.

그런데 이런 일들이, 우리가 현실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온갖 희한한 일들이 양자의 세계에선 실제로 일어납니다. 앤트맨 속 대사처럼 우리 세상 밑에 비밀 우주가 존재하는 거죠. 우리의 경험 밖 세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요.

그럼 그곳에서 일어나는 '희한한 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두 번째 질문이자, 본격적으로 양자컴퓨터를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 중첩 : 동전의 앞면이면서 뒷면

제 앞에 동전이 하나 있습니다. 기사가 잘 안 써지니 동전을 던져보기로 합니다.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오늘 출고, 뒷면이 나오면 내일 출고입니다. 결과는 무엇일까요?

거시세계에서 제 책상 위 동전은 둘 중 하나의 상태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앞면 아니면 뒷면이죠. 하지만 양자의 세계는 다릅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중첩'이라고 합니다.

양자역학의 여러 개념 중에 이 중첩이 중요한 이유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보다 빠른 이유를 설명하는 주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양자의 세계에선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중접돼 존재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요!

양자컴퓨터 기사에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로 '큐비트'가 있습니다. 큐비트는 퀀텀( Quantum)의 앞 글자와 컴퓨터 정보의 최소 단위인 '비트(bit)'의 합성어입니다. 양자비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기존 디지털 컴퓨터는 이 비트에 0과 1, 둘 중 하나의 정보를 담아 계산합니다.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에 전기가 흐르면 1, 전기가 흐르지 않으면 0인 거죠.

하지만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는 앞서 설명해 드린 '중첩'의 성질을 이용해 하나의 큐비트가 0과 1의 정보를 동시에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비트로는 단 3개의 정보 값만 담을 수 있지만, 3큐비트는 8개의 정보 값을 담을 수 있습니다. 4큐비트는 16개, 5큐비트는 32개, 이런 식으로 2의 N승만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2의 N승’ 큐비트의 힘!

■ '우주의 별보다 많은' 127큐비트

우리나라에는 양자컴퓨터가 몇 대 있을까요?

개발 중인 것을 제외하면 딱 한 대, 지난해 11월 연세대학교가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 도입한 'IBM 퀀텀 시스템 원'이 그 주인공입니다.

[연관 기사] 궁극의 컴퓨터 ‘양자컴’도 미중 패권 다툼…우리는? (2025.03.08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95048

내부는 마치 거대한 샹들리에처럼 생겼습니다 (2025.3.8. ‘뉴스9’ 발췌)

저 거대한 원통 구조물 안에는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냉각기 등이 설치돼있고, 제일 하단에 QPU라고 부르는 양자 프로세서 '이글'이 있습니다.

이글의 성능은 127큐비트입니다. 2의 127제곱의 상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단 얘기입니다. 이를 10의 제곱으로 표현하면 0이 37개나 붙고, 우주에 있는 모든 별보다 많은 숫자입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슈퍼컴퓨터가 50큐비트 정도 성능이라고 하니, 양자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그래서 양자컴퓨터에 비하면 기존 컴퓨터는 '주판' 수준이라고 부릅니다).

IBM은 심지어 127큐비트의 이글을 4년 전인 2021년에 공개했고, 2023년에는 1,121큐비트의 콘도르(Condor)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알다시피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는 건 IBM만이 아닙니다. 미국의 빅테크 구글과 MS뿐만 아니라 중국의 기세도 매섭습니다.

1121큐비트 ‘콘도르’가 탑재된 IBM 퀀텀 시스템 투 (출처 : IBM Research 유튜브)

여기에서 마지막 질문, 그럼 세계 각국은 왜 지금 양자컴퓨터 개발에 열을 올리는 걸까요?

■ 궁극의 컴퓨터

인류 최초의 상용 컴퓨터로 불리는 '에니악(ENIAC)'은 무게만 약 30톤, 크기는 체육관 하나를 다 채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디지털 컴퓨터를 이을 차세대 컴퓨터로 주목받고 있는 양자컴퓨터

그리고 컴퓨터 성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크기도 작아져, 80년이 지난 지금 저와 여러분 주머니 안에는 에니악 수천억 개와 맞먹는 스마트폰이 들어있습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컴퓨터 성능은 2년마다 2배씩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늘 통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원한 건 없다던가요? 이 무어의 법칙도 근래 들어 조금씩 들어맞지 않게 됐습니다.

컴퓨터 칩이 손톱 크기로 작아지고, 그 안에 수백억에서 수천억 개씩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간격이 원자 수준으로 너무 좁아지면서, 양자의 세계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반세기 넘게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줬던 무어의 법칙은 이제 종말을 앞두고 있습니다. 전 세계는 디지털 컴퓨터 뒤를 이을 차세대 컴퓨터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각국은 양자컴퓨터 개발을 둘러싼 패권 다툼 중! (2025.3.9. ‘뉴스광장’ 발췌)

특히 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양자컴퓨터가 가진 비상한 암호 해독 능력 때문입니다.

양자컴퓨터 개발이 완료되면 기존 컴퓨터로는 뚫을 수 없는 현행 암호 체계를 모두 풀 수 있습니다. '미래의 핵무기'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 국가별 양자 기술 점수는 미국을 100점으로 봤을 때 2점대 수준입니다. 정부는 올해 양자 기술 개발에 약 2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용 양자컴퓨터를 들인 연세대학교 정재호 양자사업단장은 '양자 문해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3대 게임체인저 중 하나인 인공지능, AI 문해력은 과거보다 꽤 높아졌지만 양자 문해력을 높이는 건 여전히 요원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 우리 세상 밑 비밀 우주'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결국은 대한민국이 궁극의 컴퓨터 개발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토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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