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이후 첫 나스닥 4%대 하락
트럼프 인터뷰에 ‘침체 용인’ 우려 급등
JP모건체이스, 연내 침체 확률 40%로 상향
증시 하락으로 ‘자산효과’ 실종 우려
美 경제 떠받치던 고소득층 소비 둔화하나
트럼프 인터뷰에 ‘침체 용인’ 우려 급등
JP모건체이스, 연내 침체 확률 40%로 상향
증시 하락으로 ‘자산효과’ 실종 우려
美 경제 떠받치던 고소득층 소비 둔화하나
10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식시장을 살펴가며 국정을 운영할 것이란 시장의 믿음이 흔들렸다. 그 결과는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증시 폭락이었다. 미국 경제는 이제 증시가 추가 하락하면서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사라지고 실물 경제가 위축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갈림길에 섰다.
10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890.01포인트(-2.08%) 급락한 4만1911.7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55.64포인트(-2.70%) 내린 5614.5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727.90포인트(-4.0%) 폭락한 1만7468.33에 장을 마감했다. 2022년 9월 이후 최악의 하루였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가중되면서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이같은 불안이 촉발된 계기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다. 그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미국 경제가 흔들릴 수 있고, 이를 감수할 것이란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를 ‘일간 국민투표’로 여기고, 증시가 흔들린다면 이에 반하는 정책을 철수할 것이란 시장의 오랜 믿음을 뒤흔드는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 침체(recession)를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것에 대해 예상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관세를 부과하는 일 등에는) 과도기가 있다. 우리가 하는 것은 부(富)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큰일이며 이것(성과를 내는 것)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강한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주식시장을 볼 수는 없다. 중국의 경우 100년(을 내다보는) 관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펜뮤추얼자산관리의 매니저 조지 치폴로니는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과 관련해 “우리는 지난 행정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부를 가지고 있다”며 “실제로 우리를 잠재적인 경착륙으로 이끌 수 있는 완전히 다른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미국 증시의 독주(미국 예외주의)를 떠받쳤던 매그니피센트7(주요 7개 기술기업)의 주가도 폭락했다. 트럼프 세계관의 중심에 있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테슬라는 이날 15.43% 하락했다. 이날 하루 사라진 시가총액은 1276억6000만 달러에 이른다. 엔비디아는 5.07% 떨어졌으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4.85%, 3.34% 하락했다. 이밖에 메타(-4.42%), 아마존(-2.36%), 알파벳(-4.49%) 등 주요 기업이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에 이들 기업의 시총은 총 7740억 달러(1129조원) 감소했다.
이날 주요 기술주는 대체로 하락했다. 핀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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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언은 촉매제일 뿐, 밑바탕은 ‘커지는 침체 전망’…JP모건 침체확률 40%로
일부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이 던지는 질문은 과연 이날의 급락이 오직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때문 인지다. 발언은 하락폭을 결정한 것일 뿐 증시 밑바탕에는 관세 정책을 비롯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인플레이션 진정세를 막고 미국 경제를 둔화로 몰고 갈 것이란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2025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이날 종전 2.4%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약 1.8%)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아울러 12개월 내 경기침체 확률을 종전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정책에 계속 집착할 경우 침체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미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종전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의 브루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극단적인 미 행정부 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중요한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미 지난주에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낮췄으며 올 연말이 되더라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2.5%로 제자리 걸음을 할 것으로 봤다. 키웰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조지 마테요는 “더 큰 의문은 무역 정책의 미래 방향”이라며 “관세가 계속해서 부과되고, 해제되고, 해제되고, 해제되는 이런 상황은 많은 당혹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에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수요가 몰리며 국채 금리는 이날 급등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단기 기준금리 전망을 반영하는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11BP(1BP=0.015포인트) 떨어진 3.894%로 내려갔으며, 10년 물 금리는 8BP 하락한 4.216%에 거래됐다. 달러지수는 직전 거래일 103.84로 103대로 내려앉은 뒤 이날도 비슷한 수준(103.93)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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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증시 하락→고소득층 소비 둔화→침체’ 시나리오 주목
월가에서는 증시의 하락이 소비 둔화로 이어져 결국 미국 성장률이 둔화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자산효과’가 실종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내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은 전체 소비자의 10%로, 이들이 전체 소비의 약 50%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미국이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무디스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증시의 변동과 소비자들의 소비력, 미국 경제 사이에는 매우 강력한 연관관계가 있다”며 “주식시장이 이전 조정 때처럼 바로 회복한다면 아무런 해가 없엤지만 하락세를 유지한다면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탈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하락이 시작일 뿐 장기적으로는 더 큰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적 관측이 있는 점은 부담이다. 재니몽고메리스콧의 댄 완트로브스키는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감정 지표가 과도한 역세를 보이지만 기관 투자자의 실제 포지셔닝은 매수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이는 앞으로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이 몇 주, 몇 달 동안 지속된다면 증시를 하락을(unwind) 촉발할 화력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경계했다.
이와 달리 아직은 실제 경제의 둔화가 가시화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은 “노동시장의 우려와 소비 위축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에 주목할 필요는 있지만 그 증거는 앞으로 몇 주 동안 나올 지표에 달렸다”며 “정부 부채 상한이나 정부 폐쇄, 관세와 같은 주요 위험이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나은 시나리오에서 해결되고 경제 데이터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회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세계 경제가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날 휴스턴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만약 세계가 관세와 다른 여러 요인에도 불구하고 연간 2%나 3%, 또는 3.5%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전 세계 항구가 여전히 북적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블랙록은 최근 파나마운하 운영업체인 CK허친스로부터 전세계 22개국의 40개 여개 항구를 인수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가 괜찮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며 “세계 무역에 대한 필요성은 더 크고 강해질 뿐,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은 “시장에는 항상 여러 세력이 작용하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관세에 밀려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무역 정책에 대한 명확성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트레이더와 투자자는 지속적인 변동성을 예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