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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 신입생이 소책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연합뉴스


“어머님, 이제 고1 애들은 고교학점제에 내신 5등급제잖아요. 내신 1등급의 가치가 떨어지는 거예요. 경쟁력을 보일 방법이 생기부(생활기록부) 비교과 뿐인 거죠. 1학년일수록 생기부 대비를 빨리 스타트해야 해요.”

지난 6일 ‘고교학점제 컨설팅’으로 검색해 찾은 서울 강남구의 입시학원 관계자는 다른 학생들이 이미 고교학점제 대비를 시작했다면서 불안심리를 부추겼다. ‘1학년부터 컨설팅을 받을 필요가 있냐’고 묻자 “최적의 시기는 학기 시작 전이다. 다른 학생들은 이미 2월부터 시작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올해 전국 고교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에 들어가면서, 학교 현장과 학생·학부모들이 새로운 제도에 적응 중이다. 일부 학교에선 안내가 부족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교육제도 변화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사교육 시장이 학부모들의 불안한 심리와 정보 부족을 겨냥해 한학기 수백만원대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육 양극화를 부추길 우려도 제기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직접 적성과 희망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1학년 학생들은 공통 과목 위주로 수업을 듣고, 올해 중 2학년 때 어떤 수업을 들을지 선택하게 된다. 주요 과목 내신은 종전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뀐다.

10일 기자가 입수한 전국 60개 고등학교의 자체 점검표를 보면 학교들은 고교학점제 준비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경북 등의 일반계 고교 60곳 중 15곳은 지난달 28일까지 올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고교학점제에 대해 안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부모에게 안내하지 않은 곳은 25곳에 달했다. 교원 대상 연수조차 시행하지 않은 학교도 3곳 있었다.

고교 60개교 중 16곳은 기준 미도달 학생을 지도하는 기본계획을 만들지 않은 상태였다. 출결 사항 등 새로운 제도 시행에 맞춰 학칙을 정비하지 않은 학교도 23곳이었다. 일부 학교들은 교육청의 2차 자체 점검 기한이 3월 말인만큼 개학 이후 남은 준비를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고등학교 교사 A씨는 “학생들의 최소 성취 수준을 관리하는 업무가 생각보다 어렵다. 미달한 학생들끼리도 수준 차이가 있을 테니 어떤 식으로 보충 지도를 해야 할지도 고민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교육부는 이날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새 학기 시작 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위한 준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어수선한 학교 현장과는 다른 설명이다. 지난해 6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교육청·학교별로 교육과정을 점검하고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진행하도록 점검했다고 했다.

학원들은 안내 및 정보 부족으로 발생한 학부모들의 불안을 겨냥하고 나섰다. ‘비교과 대비가 더욱 중요해진 만큼 컨설팅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로 고교학점제 마케팅에 나섰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내신 5등급제로 ‘내신 변별력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갖고 있다. 내신 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높다.

학원들은 1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생기부 관리를 시작해 3학년까지 받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강남구의 한 학원 관계자는 상담하면서 “생기부에서 1학년 때는 얼마나 폭넓은 탐구를 했는지, 2~3학년 때는 얼마나 심화했는지 스토리를 보여줘야 한다”며 “한 학기만 컨설팅해선 다음 학기와 연계가 안 되기 때문에 쭉 받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비수도권의 한 학원 관계자는 상담을 하면서 “1학년 때부터 미리 생기부를 준비해서 2학년 때 들을 선택 과목과 연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이미 다른 친구들은 1~2월에 생기부에 반영할 주제탐구 보고서를 다 만들어뒀다. 지금이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컨설팅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서울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은 한 학기 생기부 컨설팅 비용으로 350만원을 책정했다. 첨삭 횟수 제한이 없는 프로그램은 650만원을 받는다. 또다른 학원은 6개월에 390만원대인 프로그램을 1년 치 결제하면 610만원대로 할인 중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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