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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수원중부경찰서

[서울경제]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 경찰이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40대 가장의 신원을 확인하고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가족들의 시신은 하루 이상 지나서야 발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9일 오전 4시30분께 수원시 장안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40대 남성 A씨가 숨져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 지문을 통해 3시간여 만에 신원을 확인하고 그가 아파트 주민인 것을 파악했다.

A씨가 아내 B(40대)씨 및 10대 아들과 딸 등이 거주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A씨의 집으로 찾아갔으나 문이 잠겨 있었고, 몇 차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방문을 마쳤다.

그러나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같은 경찰의 미온적 수사는 이웃 주민 1명으로부터 확보한 “이 집 가족들은 주말마다 여행을 간다”는 진술에 따른 것으로, B씨의 출국 기록 조회 결과 출국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B씨의 소재 파악을 위한 추가 조치는 없었다.

경찰은 이 외에 B씨와 어린 자녀들이 아파트를 드나드는 모습에 대한 폐쇄회로(CC)TV 확인은 진행하지 않았다. A씨의 직계가 아닌 또 다른 유족을 찾으려는 시도는 사건 당일이 일요일이어서 주민센터 등이 문을 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외에 B씨와 어린 자녀들이 아파트를 드나드는 모습에 대한 CCTV 확인은 진행하지 않았다.

경찰은 결국 A씨의 신원이 확인된 지 만 하루 이상, 약 27시간가량이 지난 10일 오전 11시께 주민센터에서 호적등본 등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다른 유족을 찾아냈고, 그로부터 집 비밀번호를 알아내 문을 개방했다.

집 안으로 들어간 경찰은 안방에서 A씨의 아내 B씨와 중학생인 큰아들, 초등학생인 작은 딸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들 세 사람은 방 안에서 각각 쓰러져 있던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의 목 부위에는 졸림 흔적과 불을 지필 때 쓰이는 도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A씨의 시신 발견 시간에 B씨와 10대 자녀 2명 등의 시신 발견 시간과 동일한 ‘10일 오전 11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담당 경찰관은 연합뉴스에 “언론에서 A씨 시신 발견 시간과 다른 가족 3명의 시신 발견 시간을 구분해서 질문하지 않아 생긴 착오”라며 “어떤 의도를 갖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보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사건 사망자들의 시신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간 등이 나와봐야 알 수 있지만, 만약 A씨가 추락한 이후에도 B씨와 어린 자녀들이 살아 있었던 상태라면 경찰의 ‘허술한 수사’는 큰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먼저 숨진 채 발견된 A씨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이 아파트에 드나든 CCTV 영상만 확보했더라도 이들이 집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즉시 문 개방에 나서 죽음을 막았을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담당 수사팀이 CCTV 확인을 면밀히 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B씨에게 20차례 넘게 전화를 거는 등 유족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경찰은 휴대전화 메시지 내역 등을 토대로 볼 때 A씨가 아파트에서 추락하기 전 이미 가족들을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A씨는 자영업자이며, B씨는 전업주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초생활수급 내역 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와 B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했으며, 이에 대한 포렌식을 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들이 다른 사람과 금전 관계 등을 맺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를 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망자들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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