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휘성. 휘성 인스타그램

"다욧(다이어트) 끝 3월 15일에 봐요."

10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가수 휘성(43)이 지난 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다. 대구에서 동료 가수 KCM과 공연할 예정이었던 그는 건강한 모습의 사진을 올리며 팬들과 재회를 약속했지만 다시 만날 수 없게 됐다.

가수 휘성은 2000년대 초반 '안되나요', '위드 미(With Me)', '불치병' 등 여러 히트곡을 남기며 R&B 장르의 대중화를 이끈 실력파 보컬리스트였다. 뛰어난 가창력으로 국내 가수들은 물론 해외 가수들에게도 극찬을 받았고 춤과 랩, 작사 등 다방면에 재능을 보였다.

백댄서로 시작한 뒤 2002년 1집 내고 데뷔...'안되나요'로 스타덤

1982년생인 고인은 중학생 시절 백댄서로 활동하다 고3 때 1999년 4인조 그룹 A4 멤버로 데뷔했다. 그러나 A4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휘성이 탈퇴한 뒤 2000년 해체했다. 휘성은 그 해 밴드 'MAME'의 멤버로 강변가요제에 출전하기도 했다. 당시 휘성은 매일 8시간 이상 노래 연습을 하며 실력을 갈고 닦은 것으로 알려진다.

가수 휘성. 뉴스1

휘성의 재능을 처음 알아본 이는 강변가요제 심사위원이던 가수 이상우였다. 그는 휘성을 자신의 기획사 연습생으로 발탁했고, 휘성은 여기서 프로듀서로 있던 박경진을 만났다. 1년 뒤 박경진은 휘성과 함께 이상우의 기획사에서 독립해 흑인음악 전문 레이블 엠보트를 설립했다. 휘성의 홍보와 매니지먼트는 당시 엠보트와 제휴 관계에 있던 YG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휘성은 2002년 1집 '라이크 어 무비(Like a Movie)'로 정식 데뷔했고 타이틀곡 '안되나요'가 지상파 TV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는 등 크게 히트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서태지가 극찬한 가수'라는 홍보 문구가 화제를 일으키면서 더욱 주목 받기도 했다. '안되나요'에 이어 1집에 수록된 '전할 수 없는 이야기', 2집의 '위드 미(With Me)', '다시 만난 날', 3집의 '불치병' 등이 잇달아 히트하며 2000년대 국내 R&B 장르를 대표하는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휘성의 노래는 고난도의 기교로 당시 남성 가수 지망생들이 자주 부르기도 했다.

뛰어난 가창력에 춤과 랩 실력도 수준급...작사가로도 활약

백댄서로 가요계 활동을 시작한 만큼 휘성은 가창력뿐만 아니라 춤실력이 뛰어났고 랩 실력도 탄탄했다. 가수 윤하의 '비밀번호 486', 아이비 '유혹의 소나타', 에일리 '헤븐', 트와이스의 '댄스 더 나이트 어웨이(Dance The Night Away)' 등 작사가로도 재능을 드러냈다. 뮤지컬 '조로', '올슉업' 등에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가수 휘성. 뉴시스

2006년 엠보트를 나온 뒤론 소속사 운이 따르지 않았다. 오렌지쇼크에서 팝업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바꾼 뒤 2010년 직접 기획사를 설립했으나 운영이 여의치 않자 가수 태진아 기획사의 자회사 소속으로 활동했고 2015년 계약이 만료되면서 2년 뒤 다시 자신의 기획사인 리얼슬로 컴퍼니를 설립했다.

휘성은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관련한 구설로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군 복무 중이던 2013년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군검찰의 조사를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7년 뒤인 2020년 수면 마취제를 투약했다 쓰러져 경찰 조사를 받았고, 결국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이듬해 징역형의 집행 유예를 선고받았다. 휘성은 이 사건으로 KBS 출연 정지 처분을 받았고 방송보다는 공연을 위주로 활동해왔다. 공황장애와 우울등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갑작스런 비보에 동료 가수들의 애도와 추모가 이어졌다. 래퍼 창모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멋진 음악들로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고 적었다. 래퍼 팔로알토도 "데뷔 전부터 R&B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대주였고 첫 앨범 나오고 나서 첫 콘서트도 보러 갔을 정도로 20대 때 추억이 많은 가수인데 충격적이고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소속사 타조엔터테인먼트는 "휘성에게 아낌없는 응원과 사랑을 보내준 팬 여러분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돼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휘성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고인의 명복을 빌어달라"고 전했다.

한국일보

고경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