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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권모 칼럼니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석방된 ‘윤석열’이 분분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어차피 강력한 ‘이재명의 시간’이 온다. 형사재판 절차상의 구속 취소와 위헌 여부를 다투는 탄핵심판은 완전 별개다. 비상계엄이 헌법상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윤석열은 복귀하지 못할 것이다. 그날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를 침탈하는 현장을 온 국민이 지켜봤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 이외의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윤석열 탄핵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의 절대 상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재명 대통령’을 승인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대선이 될 거란 얘기다. ‘자유의 몸’이 된 윤석열은 ‘이재명의 시간’을 더욱 두텁게 해줄 존재다. 파면되어 옥중의 윤석열이 사라졌다면 온전히 ‘이재명의 정치’가 절대평가를 받게 됐을 것이다. ‘이재명이 집권하면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초반부터 검증받게 될 터였다. 그런데 감옥에서 풀려난 윤석열이 정치무대로 돌아오면서 ‘이재명 저울’이 희석될 판이다. 다시 혼군(昏君) 윤석열의 대척점으로 상대평가가 이뤄지면 이재명의 존재감은 커진다. 끝까지 두 사람은 적대적 공생이다.

석방된 윤석열은 외려 국민의힘과 보수에 계륵 같은 존재가 되기 십상이다. 당장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앞두고 임계점에 달한 진영 대결을 끓어넘치게 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나오면 불복을 선동해 광기 어린 혼란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헌법재판소 최종변론에서도 승복의 ‘승’ 자도 꺼내지 않았던 윤석열이다. 국민의힘도 탄핵 반대 때처럼 ‘승복’을 입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탄핵심판 결정에도 불복할 경우 국민의힘은 반민주, 헌정 파괴 세력으로 각인될 것이다.

그끄제 마치 개선장군처럼 서울구치소를 나선 윤석열은 계엄 사태로 말 못할 고통을 겪는 국민은 안중에 없이 그의 ‘애국시민’만을 살뜰히 챙겼다. 이제 극우 세력, 아스팔트 보수의 우두머리를 자임하는 모양이다. 임박한 탄핵심판 선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전략적 침묵을 하고 있지만, 윤석열은 자중하고 성찰할 사람이 아니다.

대선 국면이 열리면 윤석열은 ‘파괴적’으로 등장할 것이다. 극우와 강성 보수층의 분노 에너지를 무기 삼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적극 개입할 게 뻔하다. 탄핵 반대파 ‘친윤’ 주자를 국민의힘 후보로 밀어 올려 조기 대선을 그의 복수혈전 무대로 삼을 것이다. 그러면 민주주의 회복과 경제위기 극복의 경쟁이 되어야 할 대선이 ‘분풀이’ 난장판으로 변하기 십상이다.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국민의힘이 ‘윤석열 블랙홀’에 빠질 건 필연이다. ‘윤석열’과 거리가 먼 순으로, 중도 확장성이 큰 주자 순으로 경선에서 배척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열심히 도와주고 있지만, 민주당과 이재명은 확실한 대세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에서도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키재기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이재명 지지율은 30% 초중반에 정체되어 있다. 격해진 정치 양극화, 첨예한 진영 대결 구도 속에서 양쪽의 지지층이 최대로 결집한 탓이기도 하지만 탄핵 찬성자 중에서 ‘비이재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의 ‘중도 보수’ 선언과 일련의 감세 드라이브는 우선 ‘0.73%포인트’를 보강하기 위한 전략일 터이다. 하지만 이런 것만으로는 ‘51 대 49의 피 흘리는 민주주의’(이광재)를 넘어설 수 없다.

지금의 극한 양극화의 구도에서 박빙으로 정권을 잡으면 반대 진영의 불복과 저항으로 상시적 내전 상태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정치적 내전 상태를 종식하고, 극우 세력의 준동을 꺾으려면 압도적 정권교체가 필요하다. 압도적 정권교체를 해야 안정적인 나라 운영을 기약할 수 있고, 제대로 된 사회대개혁을 추진할 동력이 생긴다.

압도적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이재명이 말하는 ‘헌정수호연대’를 압도적 다수로 만들어야 한다.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연합세력의 폭을 최대로 넓혀야 가능하다. 넓은 연대를 위해서는 이재명의 자기 결단이 수반되어야 한다. 연합세력의 폭을 넓히면 ‘거대 정당+이재명 대통령’의 절대권력에 대한 중도층의 두려움도 불식할 수 있다.

지금 헌정수호연대의 반대편에서 가장 큰 동력은 윤석열과 결합한 극우 세력이다. ‘이재명의 실패’는 극우 세력한테 정권을 넘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공동체를 파괴하는 극우가 집권하는 상황,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양권모 칼럼니스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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