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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좌표 입력하고 확인 안해
매뉴얼 미준수 등 총체적 난맥상
파편 찾느라 100분간 발표 미뤄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KF-16 전투기 오폭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지난 6일 발생한 KF-16 전투기 오폭 사고는 조종사들의 표적 좌표 오입력과 3단계 재확인 절차 매뉴얼 미준수, 지휘부의 지휘·감독 부실이 결합한 총체적 인재로 조사됐다. 초유의 민가 오폭 사고가 발생했지만 공군은 내부 보고와 대국민 공지를 지체하는 등 수습 과정에서의 부실도 노출했다. 군 통수권자와 최고 지휘관이 직무 정지된 상황에서도 군이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기강해이를 드러냈다는 비판이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10일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였고 다시 일어나서도 안 될 사고였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공군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군작전사령부(공작사)는 사고 3분 만인 오전 10시7분쯤 KF-16 전투기 조종사들로부터 좌표 오입력을 보고받고 오폭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종사들은 오폭 좌표도 바로 보고했다.

하지만 공작사는 오폭한 게 우리 군의 KF-16 전투기 MK-82 폭탄이 맞는지 확인하는 데만 집중했다. 이에 따라 피해 지역 부대, 경찰, 소방과의 협조가 즉각 이뤄지지 않았다.

언론 공지는 사고가 발생한 오전 10시4분부터 약 100분이 지난 후에 이뤄졌다. 공군은 “상황의 중대함을 고려했을 때 비정상 투하 상황이 발생한 즉시 이를 먼저 알리는 것이 더 적절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공작사 내부 보고도 늦었다. 공작사 상황실은 전투기 오폭 통보를 받은 지 14분이 지난 10시21분에야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등 군 지휘체계 보고도 연달아 늦어졌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임이 재확인됐다. 조종사 2명은 훈련 전날인 지난 5일 비행 준비를 하며 실무장 사격을 위한 표적 좌표를 입력했다. 당시 1번기 조종사(편대장)가 표적을 포함한 경로 좌표를 불러줬고, 2번기 조종사가 비행임무계획(JMPS)에 이를 입력했는데 이 과정에서 위도 좌표가 ‘XX 05.XXX’가 아닌 ‘XX 00.XXX’로 오입력됐다.

이륙 전 최종점검 단계에서도 1번기 조종사는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발사 전 표적 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과 다르다고 느꼈지만, 비행 정보만 믿고 임무를 강행했다. 이후 정해진 탄착 시간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표적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마지막 기회도 놓쳤다. 2번기 조종사는 1번기와 동시 투하를 위해 밀집대형 유지에만 집중하느라 표적 좌표를 벗어나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고, 1번기 지시에 따라 동시에 폭탄을 투하했다.

관리·감독 미흡도 드러났다. 부대 지휘관인 전대장은 안전 관련 사항을 대대장에게 위임했고, 대대장은 세밀한 지휘·감독이 부족했다고 공군은 밝혔다.

국방부는 조사본부 인력을 투입해 훈련 준비 단계부터 훈련 진행, 사후 단계까지 전 과정을 대상으로 조사·수사하기로 했다. 감사원도 상반기 중 오폭 사고를 포함해 공군의 취약 시스템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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