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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걸어가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로 돌아온 뒤 여야 대치가 격화되자 대통령실은 연일 ‘용산 자제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8일 윤 대통령이 복귀했을 때만 해도 대통령실은 저녁 식사 메뉴(김치찌개)까지 언론에 공개하며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이튿날부턴 일절 언론 접촉을 삼가고 있다.

구치소를 나오며 지지자들을 향해 90도 인사를 했던 윤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겸허하게 헌재의 선고를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수석급 참모진은 물론 실무진 행정관들에게도 “자칫 오해를 살 행동이나 말을 하지 말라”고 수차례 당부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헌재를 자극하거나 야당에 빌미를 줄 언행을 삼가라는 취지다. 한 용산 참모는 “지금은 민주당의 국정 마비 행태가 더 부각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행동'에 참석해 미소 짓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윤 대통령이 잇달아 여당 의원을 접촉하거나 통화하고, 지난 9일 저녁엔 국민의힘 지도부까지 접견하며 ‘용산 자제론’이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저녁 8시경 관저를 찾아온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와 30분가량 티타임을 가졌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10일 접견 사실을 알리며 “차를 한 잔하며 윤 대통령이 수감 생활을 하며 느낀 여러 소회를 말했다. 그 기간 ‘두 사람을 중심으로 당을 잘 운영해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단순 감사 인사를 전했을 뿐”이라며 이른바 ‘관저 정치’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연일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던 윤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고려할 때 향후 여당과의 접촉을 늘리고, 의원들을 통해 메시지 정치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친윤계 의원은 “윤 대통령을 찾아가거나 통화하고 싶다는 의원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헌재를 겨냥한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공세도 한층 더 거세졌다. 변호인단은 지난 9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기각이나 각하돼야 한다”며 헌재의 불공정성을 주장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탄핵 기각에 윤 대통령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권영세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했다. 뉴스1
여권에선 다시 목소리가 커지는 윤 대통령에 대한 속내가 복잡한 눈치다. 윤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되며, 설령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 조기 대선이 열릴지라도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론 윤 대통령의 거리 연설도 가능하다.

중도 보수 행보 논란과 재작년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과 관련해 “당내 일부와 (검찰이) 다 짜고 한 짓”이란 발언으로 비명계의 반발을 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에 화력을 집중하며 다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0일 S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는 이재명 대표에겐 동아줄이 하나 내려온 것”이라며 “ 비명계에 대한 날 선 이야기를 많이 해서 분위기가 확 안 좋아졌는데 다시 당내 구심력이 강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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