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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이복현
삼부토건 봐주기 조사 우려 불거져
실세 원장, 의원 저격 보도자료도 내
월권 논란 잇따르는 원장… 뒷감당은 직원 몫

금융감독원 본원 1층이 국회의원들의 성토 자리가 되는 모양새다.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 관련 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방문하면서다. 의원들의 금감원 방문은 이 원장 이전엔 없던 풍경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막강한 위상을 자랑하던 금감원이었으나, 탄핵 사태 이후 정권의 힘이 빠지면서 금감원 또한 휘청이고 있다. 이 원장이 월권 논란이 일 정도로 광폭 행보를 보여왔던 부작용을 금감원이 겪기 시작한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신속한 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10일 오전 10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강준현·김승원·김용만·김현정·민병덕·박상혁·이인영·이정문)은 삼부토건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요구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감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 원장과의 만남은 불발됐다. 같은 시각 이 원장이 서울 중구에서 열린 ‘소상공인·전통시장 소비 촉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하면서다. 결국 민주당 의원 8명은 이 원장 대신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면담했다.

이들은 금감원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조사 결과를 낼 것을 우려했다. 이날 강준현 의원은 금감원 수석부원장 면담 전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관계된 특정 세력이나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에) 연루됐는지 분명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금감원은) 시장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확실히 조사하든가, 권력의 눈치를 보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원장이 윤 대통령 부부와 친밀한 사이인 만큼 야권에선 금감원의 조사 과정을 의심 중이다. 결과를 지연하거나 봐주기식 결말을 우려한 것이다. 금감원은 원칙에 따라 조사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원장의 부임 이후 바깥에선 그렇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뉴스1

현재 삼부토건 사건엔 김 여사의 계좌 관리인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의 주요 인물이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엮여 있다.

야권에 따르면 2023년 5월 14일 이 전 대표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삼부 내일 체크”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다음 날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이 방한했고 이튿날 김 여사를 만났다. 덕분에 1000원대였던 주가는 그해 7월 5500원까지 올랐다. 같은 달 19일 삼부토건의 거래량은 평소보다 40배 뛰었다.

금감원이 주가 조작 의혹을 조사하는 자료는 한국거래소에서 지난해 9월 넘어왔다. 현재까지 약 6개월이 지난 셈인데, 수십개의 계좌를 보면 되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200여개 계좌가 얽혀 있어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국회가 서두르라고 요구한 만큼 상반기 내에 결론을 내고 검찰 이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내부에선 실세 원장으로 인한 부작용이 실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이 있으면서) 금감원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해 왔다”며 “나중엔 (시장이) 금감원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인식해 조직이 다칠까 두렵다”고 했다.

김상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 8월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로비에서 라임 사태 직전 환매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농성하고 있다./김 전 의원실

그간 금감원이 하지 않았지만, 이 원장 취임 이후 달라진 대표적인 행동이 사모펀드 특혜 환매 수익자 공개였다. 2023년 8월 24일 금감원은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낸 라임자산운용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선의 국회의원이 대규모 환매 중단 선언 직전에 특혜성 환매를 받았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수익자의 신분을 구체적으로 밝힌 건 이례적이다.

추후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의원은 김상희 전 의원임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김 전 의원에게 환매를 권유한 미래에셋증권을 검사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라임자산운용과 김 전 의원과의 연결 고리를 찾지 못하면서다. 당시 김 전 의원은 “금감원은 저에게 단 한 차례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2억원을 특혜성 환매했다’고 단정적으로 발표했다”고 항의했다. 이후 김 전 의원은 이 원장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했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023년 10월 23일 오전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 원장은 금감원 1층에 포토라인을 만들며 금감원을 검찰화하기도 했다. 2023년 10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띄운 혐의로 금감원으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김 센터장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두고 경쟁하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실패시키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렸다는 혐의를 받았다. 금감원이 포토라인을 만들고 불공정거래 혐의자를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해 7월 김 센터장은 구속기소 됐고, 같은 해 10월 보석으로 석방돼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직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해임·정직 처분이 가능한) 감사원의 감사”라며 “현재 금감원은 감사원 입장에선 노다지”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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