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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석방된 이후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이 검사 생활을 오래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과거 구속기소 당했던 분들, '양승태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런 분들 생각이 많이 났다. 구속 기소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어제(9일) 국회 기자회견 중

2019년 2월 24일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했습니다. 혐의는 47개, 당시 한동훈 중앙지검 3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재판 개입,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법관 비위 은폐 사건과 관련하여 직권남용 등으로 구속 기소한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지검장이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양승태 전 원장은 서울구치소에 179일간 수감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6년이 지나,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직후 자신이 기소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1월 23일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수사를 받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법원 밖으로 나오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기소된 지 4년 11개월 만인 지난해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은 진행 중이다.

■자신이 기소했던 양승태·임종헌 떠올린 이유?…"구속수감 문제 생각"

석방 당일 서울구치소에 있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윤 대통령에게 들었던 발언을 어제(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공개했습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구속 기간 52일 동안 많이 배웠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등이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이) 옥고를 치르면서 구속 기소의 문제점을 많이 생각하신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구속 기소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나처럼 억울하게 구속수감되는 경우도 있겠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탄핵 선고를 앞두고, 고위 법관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과거와는 법원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달라졌음을 넌지시 알리는 모습으로도 해석됩니다.

윤 대통령은 전날 한남동 관저로 복귀한 뒤 정진석 비서실장 등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구치소는 대통령이 가도 배울 것이 많은 곳"이라며 "과거 구치소에 있던 지인들을 하나둘 떠올리며, 그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1월 2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시무식에 참석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정치인 윤석열'의 입장은, '검사 윤석열'과는 종종 달랐습니다.

2016년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을 이끌었던 윤 대통령은, 2022년 4월 당선인 신분으로 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마음속에 갖고 있는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 권성동·나경원 등 여당 의원과 통화…'관저 정치' 시동?

윤 대통령은 석방 직후 짧게 입장을 밝힌 이후엔 공식적으론 침묵하고 있습니다. 대신 통화와 면담으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유지하는 '관저 정치'가 재개될 거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윤 대통령이 우선 통화한 여당 의원 중에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중진 나경원 의원이 있습니다.

지난달 18일 지도부가 면회 왔을 당시 "개인 자격으로 온 것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윤 대통령은,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당 지도부가 그간 고생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도부 면회에 동행했던 나경원 의원은 "전화가 먼저 왔다"면서 통화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건강검진 등을 마치면 대면 접견도 이어갈 거로 보입니다. 서울구치소 수감 당시에도 정치인들의 접견 신청이 줄이었는데, 탄핵 심판 준비와 인원 제한으로 소수만 윤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어제 회견에서 "대통령의 건강이 회복하는 대로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함께 빨리 방문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8일 석방 후 서울 한남동 관저 앞 지지자들과 악수하는 윤 대통령. 뒷편으로 정진석 비서실장(붉은 넥타이)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뒷줄 오른쪽에서 3번째)등이 윤 대통령을 밀착 수행하고 있다.

■ 계속되는 '지지층 감사' 언급…메시지는 절제할 것"

활동이 자유로워진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반대 집회'에 직접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전망 또는 걱정도 제기됐습니다만,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경호도 문제인 데다, 헌재 결정을 앞두고 대통령이 과도하게 나서는 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메시지는 절제하되, 여론 동향이 헌재 선고에 영향을 줄 거로 보고 지지층 결집에 역할을 할 거로 보입니다.

석방 직후에도 "추운 날씨에도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국민과 미래세대에 감사하다", "저의 구속과 관련해 수감돼 있는 분들의 조속한 석방을 기도한다"며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수감 중) 성경을 많이 읽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는데,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 주축인 보수 기독교계를 챙기는 언급으로 보입니다.

윤상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영어의 몸으로 많은 것을 느껴서,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애써주신 분들 한 분 한 분, 애국시민께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다"고 전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헌재) 선고를 겸허하고 담당하게 기다릴 것"이라며 선고 전 외부 활동은 자제할 상황임을 시사했습니다.

민주당은 논평에서 "피소추인 윤석열은 국민께 사과 한마디 없었다. 지지자들만 갈라쳐 챙기고 서부지법 폭도들의 석방까지 기원했다"며 "윤석열이 참회하며 읽어야 할 책은 성경이 아닌 헌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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