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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당국의 지속적 압박, 투자자 주주환원 요구
기업 스스로 상장폐지 결정에 주가 급등
중복상장 해소 기업 집중 투자하는 펀드도 출시
일본의 최대 유통 업체 '이온'. 이온 홈페이지


국내 기업이 자회사를 중복으로 상장하면서 기업가치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지만 밸류업 모범국가인 일본에선 상장된 자회사를 자진 폐지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본 금융당국의 정책적 압박과 투자자들의 강력한 주주환원 요구에 일본 기업 스스로 중복상장을 해소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폐지된 기업은 94개로,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이 중 20개사는 경영자 매수(MBO) 방식으로 상장폐지됐으며, 65개사는 인수 또는 모회사에 자회사로 편입되는 방식으로 상장폐지됐다.

일본 최대 유통기업인 이온(AEON)도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온은 지난달 28일 자회사 이온몰과 이온딜라이트를 완전 자회사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온 측은 "이온과 이온딜라이트가 각각 상장해 독립 경영을 함으로써 그룹의 경영자원을 상호 활용하는 경우 소수 주주 사이에 잠재적인 이해 상충 구조가 생긴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체제를 정돈하기 위해 완전 자회사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28일 종가 대비 15%의 프리미엄을 주고 자회사 주식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러자 이날에만 이온몰 주가는 24%, 이온 주가도 3.5% 각각 올랐다.

사실 일본 경제계 역시 200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회사 중복상장이 흔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한 2012년부터 시작된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 움직임에 따라 중복상장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회계·경영컨설팅 업체인 일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내 중복상장 기업 수는 2006년 417개에서 2020년 259개로 줄었다.

이 배경에 일본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9년 모회사와 상장 자회사 간의 의사 결정 독립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으며, 도쿄증권거래소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중복상장 문제를 해소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이런 정책적 배경에 행동주의 투자자까지 나서 주주환원을 강력히 주장하자 일본 기업들은 자회사 자진상폐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러자 일본에선 중복상장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을 기대하는 금융상품까지 출시됐다. 일본 파이브스타 자산운용은 최근 주식공개매수(TOB)가 예상되는 기업에 중점 투자하는 '자본 효율 향상 펀드'를 출시했다. 오오키 마사미츠 파이브스타 자산운용 부장은 "기업 거버넌스 개혁에 따라 경영진에 의한 인수나 적대적 TOB가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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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414440000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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