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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엘스·래대팰 국평 각각 30·40억원 신고가
“집값 상승, 토허제 해제 외 다양한 요인 영향 미쳐”
“토허제 가격 상승 억제 기능에는 한계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이 해제된 잠실을 중심으로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강남·서초구의 아파트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울 전역으로 상승세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토허제를 해제가 집값 급등을 불렀다는 비판도 있지만, 당초 ‘토허제’를 주택가격을 조절하려는 도구로 사용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1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26일 30억원(14층)에 거래됐다. 이는 역대 최고가다. 같은 달 14일 같은 평형이 28억8000만원(26층)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2주만에 최고가를 갈아치운 셈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를 찾은 관람객이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뉴스1

강남구 삼성동 삼성힐스테이트에서도 지난달 신고가가 나왔다. 지난달 25일 전용 84㎡가 30억원(7층)에 거래되면서다. 대치동에서도 같은 달 13일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가 40억원(5층)으로 최고가를 썼다.

지난달 12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이른바 ‘잠·삼·대·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이후 각 지역의 랜드마크 아파트가 일제히 신고가를 찍은 셈이다. 이같은 상승세는 통계로도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첫째주(3일 기준) 송파구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0.68%로 2018년 2월 첫째주(0.76%)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어 강남구(0.38%→0.52%)와 서초구(0.25%→0.49%)가 나란히 상승폭을 확대하며 주간 상승률 2, 3위를 차지했다. 강남3구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4% 오르며 전주(0.11%)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는 토허제 해제 전 강남권의 집값이 서초구 반포 일대를 중심으로 신고가를 연일 경신 원베일리는 전용 84㎡가 지난해 8월초 60억원에 팔린 이후 최근 호가가 70억원대로 올랐다. 토허제에 묶여 있던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는 같은 평형이 30억원대, 잠실엘스·리센츠는 20억원대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그간 토허제로 갭투자가 금지돼 가격이 눌려 있던 잠실, 대치 등이 전국적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가 토허제를 해제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고 부터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올렸다”면서 “지금 생각보다 매물이 많지 않다”고 했다.

토허제 해제 구역의 집값 상승과는 별개로 시장에서는 ‘토허제’가 집값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해 지고 있다. ‘토허제가 가격 안정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 토허제 해제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주최로 열린 시민토론회에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제교류복합지구(GBC) 인근에 지정된 토허제의 경우 4년여 지난 시점에서 그 효과가 퇴색돼 해제 필요성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20년 6월 잠·삼·대·청이 토허제로 지정된 이후 초기 2년간 인접 지역 주택 가격이 약 9.5%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돼 약 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규제 초기에는 가격 안정 효과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둔화한 셈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개발(예정)지,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 투기적 거래를 막기 위한 것으로 일정 규모 이상 주택·상가·토지 등 거래시 관할 구청장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는 제도다. 주택은 2년간 실거주 목적인 매매만 허용해 임대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토허제는 그 제도 시행의 배경을 보면 정확한 취지를 알 수 있다. 1978년 8·8조치를 통해 시행됐는데 2020년 이후 주택시장으로 확대 적용됐다. 당초 지가가 폭등하던 시기에 투기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를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한 도구로 확대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토허제 해제로 장기간 가격이 억눌렸던 곳에 집값이 용수철처럼 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집값 상승 배경을 모두 규제 해제 탓만을 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집값에는 금융·거시경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데다, 수요를 잡아서 집값을 억누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당장 압구정, 여의도 등 여전히 토허제로 묶인 지역에서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전용 182㎡가 96억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 대비 약 21억원이 올랐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아파트 전용 151㎡는 33억75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잠·삼·대·청의 집값 상승은 토허제 해제와 더불어 기준금리 인하, 강남권 아파트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면서 “집값 상승에는 금리, 공급, 수요자 심리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토허제 해제는 위축된 심리개선에 도움이 됐지만 그보다는 작년 대비 완화된 대출규제 환경, 기준금리 인하, 똘똘한 한 채 선호, 계절적 성수기 진입, 정책 불확실성 개선 등의 원인이 더 크다”면서 “토허제의 효용성은 아직 묶여 있는 압구정, 여의도, 용산, 목동, 성수 등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처럼 거래 총량 조절 기능 외 가격 조절 기능은 낮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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