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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란죄 수사권 있다”

검찰 “경찰 사건 수사 가능”

공수처 “직권남용으로 수사”


수사 초기부터 주도권 다툼

윤 측에 ‘위법’ 주장 빌미 줘

‘석방 책임’도 서로 떠넘겨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으로부터 구속 취소 결정을 받은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비뚤어진 수사 경쟁이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세 기관이 수사 초기부터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며 절차상 문제의 소지를 남겼고, 이 중 하나가 발목을 잡으면서 형법상 최고 범죄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도록 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 7일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피고인(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이렇게 판단하게 된 근본 원인이 윤 대통령을 둘러싼 공수처와 검찰의 수사 경쟁에 있다고 분석한다. 공수처는 지난 1월15일 경찰 도움을 받아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8일이 지난 1월23일 윤 대통령을 기소해달라고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외관상 공수처가 내란죄 기소권이 있는 검찰에 기소를 요청하기는 했지만, 두 기관은 구속 기간을 형사소송법상 최대 기간인 20일로 상정하고 열흘씩 따로 조사한 뒤 기소하겠다는 계산에 기댔다. 여기에는 검찰과 공수처 모두 ‘우리가 윤 대통령을 조사하겠다’는 경쟁 의식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윤 대통령을 기본 구속 기간인 열흘보다 더 오래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검찰은 뒤늦게 이를 확인하고 시간에 쫓기듯 기소하면서 결과적으로 구속 기간을 넘기게 됐다.

이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검·경·공’ 세 기관이 서로 수사권을 주장하며 각축전을 벌였다. 내란죄 자체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에 있지만 검찰은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이 저지른 범죄와 관련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내란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의자 신병을 우선 확보했다. 공수처 역시 내란죄 수사권이 없지만 “직권남용 수사를 할 수 있고 그와 관련된 범죄로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며 나섰다. 그러면서 공수처법상 강행규정인 이첩 요청권을 행사해 윤 대통령 사건 등을 검찰과 경찰로부터 넘겨받았다.

이는 윤 대통령 측이 ‘위법한 수사’라고 주장하게 하는 빌미가 됐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수사권 없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결국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윤 대통령 쪽의 손을 들어줬다.

구속 기간을 잘못 계산해 내란 우두머리의 구속이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지만 검찰과 공수처는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공수처는 법원 결정 이후 “구속 기간 산정 문제 등과 관련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지 못하게 됐다”며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검찰 관계자는 “항고해서 구속 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다는 점이 받아들여져도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 때문에 기각되지 않겠냐는 분석도 일정 부분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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