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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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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어렵사리 구속하고 52일 만에 허망하게 풀어주게 되자 법조계에서는 부실한 입법, 검찰의 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만용 등 복합적인 요인이 가져온 재앙적인 결과라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면서 결정문에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은 관련 범죄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인지 절차 및 직접관련성, 수사처(공수처)와 검찰청, 수사처 검사와 검사의 형사절차상 지위와 관련된 사항들, 특히 구속 기간의 배분 등에 관한 세부적 사항이나 신병 인치 절차 등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적었다. 지난 정부 때 제정·개정된 공수처법·검찰청법 등에 각 수사기관의 수사권이나 기관 간 사건 처리 절차에 대한 입법이 미비하다는 얘기다. 특히 윤 대통령 내란 사건처럼 공수처가 피의자를 구속하고 검찰이 이를 넘겨받아 기소할 때의 절차는 법률적 공백으로 남아 있다. 한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에 논란이 있는 것은 입법자의 문제”라며 “입법이 결국 문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전 정부에서 만든 형사사법절차 개혁의 부실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취지는 좋았지만 디테일을 살피지 못한 채 법률을 만들었다”며 “윤 대통령 수사가 그 하이라이트가 됐다”고 짚었다.

수사기관의 책임도 크다. 특히 검찰은 수사권 조정 등으로 직접수사 범위가 축소됐음에도 이를 부인하며 자의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검찰청법에 검사가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된 직권남용 범죄와 직접 관련 있는 범죄는 수사할 수 있다’며 12·3 내란사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이런 판단은 공수처에도 영향을 줬다. 현행법에 내란죄 수사권이 명시되지 않았는데도, 공수처도 직권남용의 연관 범죄로 이번 사건 수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뒤늦게 내란 수사에 뛰어든 공수처는 이첩요구권을 행사해 윤 대통령 수사에서 우선권을 인정받았다. 수사 자원이 부족한 공수처의 만용으로 윤 대통령 수사를 이어가면서 체포영장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영장 쇼핑’ 등 수사권 논란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사건이 어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홍석 변호사는 “공수처가 이첩요구권을 행사해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을 가져가 수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내란죄 수사권 논란에서 자유로운 수사기관은 경찰이었다.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경찰의 수사 주도권을 인정하고 법이 부여한 권한 범위에서 수사를 진행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오히려 경찰 등과 수사 주도권 경쟁에 나서며 내란 수사에 혼란을 줬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있었기 때문에 애초 경찰이 수사를 했어야 하는 사건이었다. 각 수사기관이 자신의 이익만 보고 수사를 하다 보니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검찰이 안일하게 연관 범죄 범위를 넓게 보았다. 안정적으로 하려면 경찰과 함께 했어야 하는데 경쟁만 했다”고 짚었다.

검찰이 윤 대통령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를 하지 않아 비판받는 것도 기존과 크게 다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정부 때 직접수사 범위가 축소되자 윤석열 정부 들어선 법률에 위배되는 시행령과 예규까지 만들어가며 수사권을 유지하려 했다. 국회는 2022년 4~5월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 범죄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한정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대검찰청은 자체 예규에 검찰의 수사권이 없는 사건도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범죄’라면 직접관련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삽입해 수사권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확장했다. 이런 방식으로 검찰은 2023년 9월부터 윤 대통령 검증 보도를 한 언론사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김만배·신학림씨 배임수재 사건을 고리로 경향신문·뉴스버스 등의 윤 대통령 검증 보도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광범위하게 수사를 펼친 것이다. 검찰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상위법의 취지도 거스르는 검찰이 유독 윤 대통령 사건에서만 위헌 논란을 이유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인 건 이중적 태도인 셈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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