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경호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지 52일 만인 8일 석방됐다. 7일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과 검찰의 즉시 항고 포기로 자유의 몸이 됐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돌아간 윤 대통령은 밝게 웃으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개선 행진을 하는 양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참모들에게 “구치소에서 잠을 많이 자 더 건강해졌다”고 말했다니, 불법계엄 이후 나라 안위를 걱정하며 잠 못 이룬 국민들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르면 이번 주로 점쳐지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윤 대통령이 석방되며 정치·사회적 분열이 절정으로 치닫게 됐다. 어제 서울 광화문과 한남동 등에선 탄핵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가 각각 대규모로 열렸다. 양측이 총력전에 들어간 가운데 윤 대통령은 ‘관저 정치’를 시작했다. 불법계엄 가담자 석방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는가 하면, 국민의힘 지도부 및 의원들과 전화 통화를 하며 여권 단속에 나섰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해 지지자들을 자극하고 헌재 결정 불복을 호소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석방 의미를 왜곡하지 말고 자중해야 한다. 법원은 구속 취소에 대해 내란 수사 과정의 적법성과 절차적 명확성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내란죄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란 의미다. 대통령 파면 여부를 가르는 헌재 탄핵심판과도 별개다. 헌재 변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으로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증언과 증거가 차고 넘치게 확인됐다. 국회에서 탄핵소추돼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태라는 현실을 자각하고 헌재 결정을 겸허히 기다려야 할 것이다.
여야도 지나친 정치적 선동을 삼가야 한다. 국민의힘은 헌재를 거듭 압박했으나, 중도층 여론이 윤 대통령 탄핵 찬성에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정권 재창출을 포기할 게 아니라면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탄핵 정국에 국론 분열이 극심해진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도 있다.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 위협 등의 대응이 강성 지지층을 달랠 순 있을지 몰라도 국민 불안을 키운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