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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석방 소식에 분통 터뜨려
“지치기보다는 너무 화난다”
서울 광화문 앞에서 9일 철야 집회에 나선 시민들의 물품이 놓여 있다.


서울 도심에 ‘키세스 시민들’이 다시 등장했다. 봄이 됐지만 아직 싸늘한 9일 아침, 밤을 지새운 시민들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분노를 토해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며 철야 집회에 나선 ‘탄핵 촉구’ 시민들이다. 또다시 거리에서 밤을 새우게 된 이들은 “파면될 때까지 광장을 지키겠다” “지치기보다는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6시20분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서십자각 터에 자리 잡은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비상행동) 농성 천막 주변에는 시민 30여명이 은박 담요를 두르고 모여 있었다. 윤 대통령이 풀려나며 비상행동 측은 전날부터 철야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러자 시민들도 광장에 모였다. 시민들은 익숙한 듯 무선 난로·침낭·핫팩 등을 챙겨 나왔다. 오전 7시가 되자 ‘아파트’ ‘다시 만난 세계’ 등 노래에 맞춰 춤을 추거나 컵라면을 나눠 먹으며 졸음을 쫓기도 했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석방 소식에 분통을 터트렸다. 전날 낮부터 광화문을 지킨 유윤재씨(26)는 “내란죄는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받을 수 있는 무거운 죄인데도 불구속 재판을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그가 풀려나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이어 “또 철야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탄핵이라도 빨리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남태령·한강진에 이어 세 번째 철야 집회에 나선 이다몬씨(24)는 “윤 대통령 측에서 온갖 법리를 따지고 나와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어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며 “또 계엄을 시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부터 들었다”고 했다.

이들은 지치기보다는 “탄핵이 될 때까지 광장을 지키겠다”며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씨는 “철야도 여러 번 해보니 오히려 체력이 길러지는 것 같다”며 “남태령 시위 때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더 광장을 지켜야 할 것 같아 나왔다”고 말했다. 김철민씨(45)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자꾸 벌어지니 시민들이 광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며 “힘들기보다는 화가 나서 광장에 나오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한 것 같다”고 했다.

철야 단식농성에 나선 비상행동에 대한 ‘후원 인증’도 이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의 한 누리꾼은 후원 내역을 인증하며 “나라 걱정 그만하게 해달라”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들도 “시위에 못 나갔으니 후원이라도 해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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