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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역 인근서 집회 쪽 추산 10만명 참석
“법대로 죗값을 치를 거라 생각했는데…”
“100일 동안 이뤄낸 투쟁, 헛되지 않을 것”
“내란 세력에 권력 쥐여주는 것 목숨 걸고 막겠다”
9일 저녁 서울 종로구 지하철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비상행동’ 주최로 집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탄핵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윤석열을 구속하라! 검찰도 공범이다!”

지난주까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를 기다리며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외쳤던 시민들이 9일 ‘윤석열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다시 꺼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52일 만에 구치소를 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은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를 그대로 석방한 검찰을 향해선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저녁 7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매일 긴급집회’ 첫 집회를 열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비상행동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매주 토요일 광화문 집회를 이어왔으나, 윤 대통령이 석방된 뒤 이날부터 ‘매일 집회’를 열기로 결의한 것이다.

윤 대통령 구속을 기다리며, 지난겨울 차가운 거리를 지켰던 시민들은 갑작스레 들려온 석방 소식에 “참을 수 없어서 나왔다”는 반응이었다. 돗자리와 이불이 든 여행용 가방을 끌고 경기 파주에서 온 이경희(30)씨는 “국민을 해하려 했던 내란수괴가 검찰의 도움으로 다시 밖으로 나왔다”며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너무 화가 나서” 시민 발언을 신청했다는 30대 직장인도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범죄자가 구속이 취소돼서 귀가했는데 그럼 어떤 범죄자가 구치소에 있어야 하는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분노는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 하지 않고 석방한 검찰을 향해 이어졌다. “법대로 죗값을 치를 거라 생각해” 그간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민혜씨는 이날 시민 발언에 나서 “상상 이상으로 검찰 수준이 바닥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외쳤다. 윤 대통령 석방 뒤 잠을 설쳤다는 홍금성(60)씨는 “검찰이 가장 문제다. 정권과 짜고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사태가 끝나면)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시민들은 입을 모아 “정치검찰 규탄한다”, “검찰도 공범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헌법재판소를 향해 공격적인 메시지를 내왔던 극우세력에 “명분을 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우려도 쏟아졌다. 그러나 시민들은 서로를 향해 “지치자 말자”고 다독이며 탄핵심판을 “믿어보자”고 되뇌었다. 시민 발언대에 선 김철규씨는 “100일의 겨울 동안 이뤄낸 우리의 투쟁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절망은 우리의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밤부터 단식 농성 중인 비상행동 의장단은 “분노로 똘똘 뭉쳐 윤석열을 파면시키자”, “내란 세력에게 권력을 쥐여주는 것 목숨 걸고 막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날 집회 쪽 추산 10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파가 끊임없이 모여들어 발 디딜 틈 없이 인도를 꽉 채웠다. 원내·외 비상행동에 돌입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도 이날 집회에 모습을 보였다. 결국 경찰은 정부서울청사 옆 한 방향 차선을 모두 통제했다. 비상행동 의장단은 집회에 이어 행진까지 마친 뒤 돌아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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