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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구속 집행정지 항고 위헌 근거로 지레짐작 포기
특수본 수사팀 ‘반발’에도 대검 간부들 의견대로 결정
‘내란 우두머리 불구속·부하 구속 재판’ 불공정 지적도
“고발합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대표들이 9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에 심우정 검찰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검찰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했다. “구속 취소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은 정당하다”고 밝혀온 그간의 입장과 자신들의 수사 관행을 뒤집었다. 상급심 판단을 구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면서 직무유기라는 비판과 함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봐주기’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심우정 검찰총장을 주축으로 한 대검찰청 간부들과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약 27시간 동안 윤 대통령 석방 여부를 놓고 수차례 의견을 주고받았다. 특수본 수사팀이 “법원 결정에 불복하고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최종 결론은 간부들의 의견대로 ‘석방’으로 결정됐다.

대검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을 존중해 특수본에 윤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속 기간 산정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현행 법률 규정은 물론 오랜 기간 법원과 검찰에서 형성해온 실무례에도 부합하지 아니하는 부당한 결정이므로 즉시항고를 통해 시정해야 한다는 특수본의 의견이 있었고,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감안해 본안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즉시항고도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석방 조치가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구속 취소 시 즉시항고’ 조항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에는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검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대검이 언급한 헌재 결정은 2012년 헌재가 구속 취소가 아니라 ‘구속 집행정지’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을 위헌으로 결정한 사건이다. 따라서 구속 취소 시 즉시항고권은 현재도 살아 있는 규정이다. 하지만 대검은 2012년 헌재 결정에 따라 위헌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행사하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대검의 판단은 구속 취소 시 즉시항고권에 대해 10년 전부터 “정당하다”고 주장해온 검찰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2015년 6월 국회가 구속 취소 시 즉시항고권을 삭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자 김주현 당시 법무부 차관(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은 “구속 집행정지 결정과는 달리 사유가 한시적인 것이 아니고 피고인의 출석을 보장할 만한 조건을 부과할 수도 없기 때문에 헌재 결정이 ‘구속 취소에도 그대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반대했다.

‘구속 집행정지’와 ‘구속 취소’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속 집행이 정지되는 것은 부모 장례식 등 때를 놓치면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에 적용되는 일시적인 조치인 데 반해 구속 취소는 아예 석방되는 조치다. 2012년 헌재의 위헌 결정문에도 이러한 내용이 적시돼 있다.

대검 설명대로 향후 ‘구속 취소 시 즉시항고’에 대해 헌재가 위헌이라고 결정한다고 해도 그동안 검찰이 주장해오고 관행으로 지켜온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피고인은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는데, 그의 명령을 따른 부하들은 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것도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서채완 공동상황실장은 “왜 윤석열 (대통령) 사례에만 예외가 인정되는 건가”라며 “그걸 인권의 이름으로 혹은 적법 절차의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원칙 적용을 받아야 할 시민과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이 즉시항고 절차를 포기하면서 법률적 이의제기 수단은 사라졌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심우정 총장은) 즉시 기소해야 하는 것에 대해선 전국검사장 회의를 열어 시간을 끌면서, 즉시항고는 7일 동안 숙고해서 할 수 있는데도 즉시 포기해버렸다”며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했다. 이어 “간부급 회의만 진행한 것도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형평에 어긋난 처사”라고 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심 총장을 직권남용죄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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