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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 인근에 도착해 경호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과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지난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윤 대통령은 석방 후 자신을 위해 행동에 나섰던 국민들을 선별해 감사를 표시하고, 법원 난입·폭력 사태 수감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메시지를 냈다. 현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탄핵 찬·반 세력을 아우르는 국민통합 메시지는 없었다. 지지자들에 대한 선동만 있는 윤 대통령 메시지에 야당에선 “대통령이 아니라 극우세력 골목대장”이란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석방 후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내놓은 415자 분량의 입장문에서 “불법을 바로잡아준 중앙지법 재판부의 용기와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어 자신에 대한 수사와 구속이 불법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윤 대통령은 또 현재 구속된 내란죄 공범들을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따라 공직자로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다가 고초를 겪고 계신 분들”로 표현하며 그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 내에 있는 행위였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감사의 대상은 자신을 지키려 행동에 나선 국민들에 한정됐다. 윤 대통령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보내준 국민들’, ‘우리 미래세대 여러분’,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관계자’를 지칭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저의 구속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아팠다”며 명복을 빌고, 자신의 탄핵을 막으려 단식하는 분들의 건강을 염려하며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관저로 돌아와 참모들에게 “구치소에서 성경을 많이 읽었다”고 말했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매일 기도를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탄핵반대 집회를 주도한 보수 기독교에 호응하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리자거나 자신의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감싸 안는 통합의 메시지는 없었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현재 상황을 촉발한 국정 책임자로서 국민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윤 대통령은 “저의 구속과 관련돼 수감돼 있는 분들도 계신다”며 “조속히 석방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를 일으킨 이들을 감쌌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는 윤 대통령이 법원 난입·폭력 사태의 재발을 막기는커녕 독려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의자 윤석열의 귀가 메시지는 제2의 내란 선동”이라며 “대통령이 아니라 극우 세력의 골목대장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윤상현 의원에게 “구치소에서 과거 구속기소당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생각이 많이 났다. 구속기소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2018~2019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사법농단 수사를 주도해 양 전 원장 등을 구속한 당사자다. 양 전 원장은 지난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특수통 검사에서 피의자로 바뀐 처지를 반영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석방 이틀째인 9일 관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날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고 온 윤상현 의원은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이 일단 오늘은 쉬고, 참모들부터 만나고 순차적으로 건강검진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분간 외부 활동 없이 관저에 머무르며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를 대비하고, 내란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을 준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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