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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8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틀째인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관저 인근에선 지지자들이 한껏 고무된 모습으로 “대통령님 환영합니다”를 외쳤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서울 한남초등학교 인근부터 북한남삼거리까지 경찰 비공식 추산 총 1만2000명의 인파가 모였다. 이들은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가 개최한 ‘120만 대통령 관저 앞 주일 예배’에 참석해 ‘탄핵 반대’를 연호했다.

관저 앞 6개 차로 중 4개를 채운 지지자들은 연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이들은 사랑제일교회 측이 설치한 대형 스크린에 윤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나오자 두 손을 번쩍 들며 만세를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김영진(33)씨는 “대통령이 감옥에 간 그 날부터 구치소, 광화문, 헌재 앞 집회를 다녔었다”며 “애국시민이 다 같은 마음으로 고생한 끝에 대통령이 풀려나다니 마음이 뭉클하다”고 글썽였다. 휠체어에 탄 80세 노모와 함께 거리에 나왔다는 이모(53)씨는 “석방이 너무 늦게 됐다”며 “탄핵 기각에 힘을 싣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사랑제일교회 연합 예배에서 설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목사는 이날 무대에서 헌법재판소를 위협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전 목사는 “윤 대통령이 나왔으니 헌재는 재판하나 마나 끝난 것”이라며 “만약 헌재가 딴짓을 하면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서 한 칼에 날려버리겠다”고 주장했다. 관저 앞 인도 벽면에는 문형배·이미선 등 헌법재판관들의 얼굴에 빨간색 ‘X’표가 그어진 사진이 붙어 있었다.

9일 오전 11시 '비상행동'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파면을 촉구했다. 전율 기자

반면 서울 광화문 인근에선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단체들이 모여 ‘퇴진 총력전’을 예고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부터 매일 오후 7시 광화문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대행진을 열겠다고 밝혔다. 주최 측이 신고한 이날 집회 신고 인원은 10만명이다.

이날 오전부터 광화문에 온 박성수(67)씨는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제2의 계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고 강조했다. 비상행동 측 일부 관계자들은 지난 8일부터 철야 단식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또 전국 법원 및 검찰청, 정부청사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1인 시위 및 시국선언 발표를 이어가기로 했다.

아울러 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우정 검찰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심 총장은 수사팀의 반발에도 결국 (윤 대통령 구속 취소에 대한) 항고를 포기했다”며 “윤 대통령에게만 인권친화적 검찰인 양 특혜를 준 심 총장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9일 광화문 앞에서 오후 7시부터 열릴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나온 시민. 전율 기자

윤 대통령 석방을 기점으로 과열되는 탄핵 찬성·반대 양측 집회에 일대 상인들과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선고 당일 휴업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 한남동 소재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시위로 인해 매출이 평소보다 3분의 1로 줄었다”며 “날씨가 풀리면서 손님이 더 올 줄 알았는데 그야말로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관저 인근 주택가에 사는 A씨는 “온종일 집 안에 집회 소음이 울려 퍼지면서 잠들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헌재·대통령 관저 인근 학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저 인근 한남초뿐만 아니라 헌재에도 인근에 교동초, 재동초, 덕성여중·여고 등 6개 학교가 있다. 이에 교육 당국 및 학교 측은 탄핵 심판 선고 당일 휴교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헌재 인근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70대 B씨는 “어린아이들이 학교를 오고 갈 때마다 시위대의 욕설을 듣는 모습이 보기 안 좋다”며 “학부모들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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