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상황에서 기업회생(법정관리)부터 신청한 MBK파트너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연합뉴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상황에서 자구책을 찾는 대신 기업회생(법정관리)부터 신청했다는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10년간 홈플러스의 알짜 자산만 골라 매각한 것도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와 인수차입금 상환에만 몰두하며 최악의 사태를 자초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으로 ‘먹튀 경영’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기존 차입금 중 승계받은 1조200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인수금액은 6조원이다. 이후 홈플러스 점포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식으로 경영을 이어갔다.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홈플러스 점포 14곳이 문을 닫았다. 자산 매각으로 MBK파트너스는 3조4000억원을 확보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그간 홈플러스 직원 수도 수백명이 줄었다. 장사가 잘되는 점포를 정리하며 홈플러스의 매출은 떨어졌고 수익성도 악화했다. 점포 매각에 열을 올리는 동안 신규 출점은 중단됐다. 홈플러스의 새 점포 오픈은 2016년 파주운정점이 마지막이었다. 경쟁사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새 매장을 꾸준히 열며 외연을 확장해나간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기업 중 경영난에 빠진 곳은 홈플러스가 처음이 아니다. 과거 사례들이 재조명되면서 MBK파트너스의 문어발식 인수에 대한 비판 여론도 적잖다. MBK파트너스는 2008년 케이블TV 사업자인 딜라이브(옛 씨앤앰방송)를 맥쿼리와 함께 1조4600억원에 인수했지만, 인수대금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결국 2016년 채권단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2009년 1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철강구조물 전문업체 영화엔지니어링은 MBK파트너스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 수익성 저하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경쟁력이 떨어졌다. MBK파트너스는 2017년 영화엔지니어링 지분을 인수가 절반 수준인 496억원에 연합자산관리(유암코)로 매각하면서 손실을 봤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특수목적법인(SPC) 티비홀딩스를 설립해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네파를 9970억원에 인수했다. 이중 4800억원가량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다. 네파 인수를 위해 설립한 티비홀딩스는 2015년 네파와 합병됐고, 매년 200억~300억원대 이자 부담이 네파에 전해졌다. 2023년까지 네파가 부담한 금융비용만 2700억원 정도다.
‘홈플러스 사태’가 벌어진 와중에도 MBK파트너스가 다른 기업 인수를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을 인수하기 위해 세부조건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도 이어가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연일 해명 입장문을 내고 있다.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목적으로 점포 매각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도 강조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의 기업 운영 방식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현금과 유형자산이 넉넉한 기업을 인수한 뒤, 알짜 자산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성공 공식에 대한 비판이 커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크고 노하우가 있더라도 각기 다른 업종의 회사 수십 개를 동시에 운영하는 건 매우 어렵다”며 “사모펀드 입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라도 업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일은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