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에 직무유기 혐의 고발
심우정 검찰총장.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되면서, 상급심에서 적법성을 다퉈볼 즉시항고 권한을 포기한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책임론이 쏟아지고 있다. 야당은 윤 대통령 석방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절차의 과실을 넘은 의도된 기획’이라고 보고, 심 총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 5당은 9일 국회 본청에서 비상시국 공동대응을 위한 원탁회의를 열어 “심우정 총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만약 사퇴하지 않을 경우 탄핵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심 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다만, 심 총장 사퇴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다.
심 총장은 앞서 8일 서울중앙지법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받아들여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했다. ‘인신구속 관련 즉시항고는 영장주의 위반’이라는 과거 헌법재판소 결정을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야당은 법원이 ‘날짜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새로운 구속 기간 산입 기준을 제시했는데도, 불복 절차 없이 물러선 검찰에 고의성이 뚜렷하다고 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야 5당 원탁회의에서 “내란 수괴가 절차적 문제, 특히 산수 문제 때문에 석방돼야 한다는 걸 어떤 국민이 쉽게 납득할 수 있겠나. 일정한 의도에 따른 기획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다른 사건에서 판사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 검찰 전체가 난리를 쳤을 것이고, 총력을 다해 항고-재항고로 버텼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의 ‘늑장기소’도 야당이 의구심을 갖는 배경이다. 심 총장은 사건을 공수처에게서 넘겨받은 뒤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을 법원이 불허하자 1월26일 기소 문제를 놓고 검사장 회의를 소집했다. 이런 탓에 법원이 산정한 구속기간 만료 시점(1월26일 오전 9시7분)을 훌쩍 넘긴 오후 6시52분에야 기소를 마쳤다. 야당에선 “검사장 회의로 시간을 끌어 기소함으로써 미리 윤석열 쪽에 꼬투리 잡힐 함정을 제공하고, 윤 대통령 쪽은 이를 법정에서 활용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수법을 썼다”(추미애 민주당 의원)는 주장이 나온다.
결국 검찰 수뇌부가 12·3 내란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이런 무리수를 두겠느냐는 게 야당의 의심이다. 최근엔 비상계엄 선포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은 국군방첩사령부 간부와 검찰·국가정보원 관계자 사이에 통화가 오간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한편, 진보적 시민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심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