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도교육청, 급식실 조리 로봇 도입
조리사 산재 예방·구인난 해소 시대
노조, 환기시설 확대 등 근본적 해법 필요
조리사 산재 예방·구인난 해소 시대
노조, 환기시설 확대 등 근본적 해법 필요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급식실 조리 로봇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노조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3년 11월 22일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 급식실에서 급식 로봇이 점심 식사를 조리하는 모습. 김예원 인턴기자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 로봇'은 노동자의 조력자일까, 업무를 방해하는 위험물일까.
서울시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이 급식실에 로봇 도입을 추진·검토하자 급식 조리사 등 노동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청은 "조리 로봇이 급식실에 들어오면 조리사들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반면 조리사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현재 급식실 조리 로봇을 추진 중인 곳은 서울·경기·인천·강원·부산·대구·제주교육청 등이다. 경기교육청이 시범 사업 중인 '경기도형 조리 로봇'은 튀김과 볶음, 국, 탕 요리를 만들 때 일부 활용하고 있다. 조리사가 식재료 검수와 세척, 절단, 양념 제조 등 작업을 해놓으면 나머지는 로봇이 맡는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급식 조리 로봇은 조리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산재 발생을 줄이기 위해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조리사들은 뜨거운 기름이 튀는 '튀김'과 끓는 물을 사용하는 '국 끓이기' 작업을 할 때 부상 위험이 높아지는데 이를 로봇에 맡길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열악한 근무 환경과 고강도 노동 탓에 여러 학교가 조리 인력을 뽑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보건안전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학교와 교육 행정기관에서 발생한 산재 232건 중 급식실 사고가 62.5%(145건)에 달했다.
조리사들 "로봇이 산재 위험 크게 줄여주진 못할 것"
하지만 교육공무직노조는 조리 로봇이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로봇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작업을 책임지지는 못하기에 급식 조리사가 필수로 업무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업무 부담이나 산재 위험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학교마다 급식실 위치와 형태, 구조가 제각각이라 제한적인 시범사업 결과만으로는 조리 로봇 전면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하기는 어렵다고 우려한다.
교육공무직노조 관계자는 "조리 로봇을 도입한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선 로봇에 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거나 조리법 입력에 문제가 생긴 사례도 있었다"며 "조리 로봇 도입을 서둘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아직까지 조리 로봇에 대한 표준화된 안전규칙이 부족한 만큼, 조리 로봇과 사람이 부딪히는 등 또 다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급식 조리사 산재 예방을 위한 보다 근본적 해법을 요구했다. 꽉 막힌 조리실에서 일하는 급식 조리사들이 폐암에 걸린 사례가 잇따라 발견된 만큼 환기시설을 개선하고, 조리사 1명이 책임져야 하는 식수인원을 줄이자는 제안이다. 노조는 "환기시설 개선과 식수인원 감소는 원론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