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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심판과 내란죄 재판은 별개
또 ‘절차적 정당성’ 주장한다 해도
심판 증거 중 공수처 자료는 없어
“혼란 수습 위해 빠른 결정을” 의견도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 인근에 도착해 경호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됐지만 파면 여부 결정만 남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여당은 “석방 결정은 무너진 적법 절차 회복의 신호탄”이라며 탄핵심판이 기각 또는 각하돼야 한다고 헌재를 압박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헌재의 최종 결정은 물론 선고 날짜 지정에도 윤 대통령 석방은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윤 대통령의 석방이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의 핵심은 ‘헌재의 탄핵심판은 형사재판과 다르다’는 점이다. 탄핵심판은 ‘공직자의 위헌·위법 행위가 직에서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지’를 따진다. 반면 형사재판은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내란죄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소추 사유에서도 빠져 있어 윤 대통령의 형사재판과 탄핵심판은 심리하는 내용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구속 취소 결정은 형사재판의 진행 절차와 관련된 문제일 뿐 헌법 위반을 따지는 탄핵심판과는 무관하다”고 입을 모았다. 두 재판이 심리하는 내용이 다르다는 점, 법원의 이번 결정이 내란죄 유무에 관한 판단이 아닌 ‘구속 절차와 수사권과 관련한 논란을 해소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점 등에서 탄핵심판과 연결 짓는 건 무리한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이 구속된 상태에서도 탄핵심판에는 직접 나와 진술과 신문까지 참여한 만큼 지금 시점에서 구속 취소 결정이 변수가 될 가능성은 없다”며 “헌재는 11차례 변론을 열어 사실관계를 확정했고, 이후로도 치열한 평의를 거치면서 이미 어느 정도 결정의 윤곽을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 기술을 총동원한 끝에 구속 취소 결정을 받아낸 윤 대통령 측이 헌재에도 마지막까지 ‘절차적 정당성’을 걸고 넘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윤 대통령 측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이 나온 지난 7일 “탄핵소추 및 심판절차에 흠결이 있으므로 각하·기각되어야 한다”는 헌법학자 6인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고, 국민의힘 측은 “법원이 공수처의 내란 수사가 불법이라고 인정한 셈”이라며 공수처 등의 수사기록을 증거로 채택한 탄핵심판 변론도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치소에서 풀려난 윤 대통령도 운신의 폭이 넓어진 만큼 본격적으로 장외 여론전을 하며 헌재를 압박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탄핵심판에 증거로 채택된 자료 중 공수처에서 제출한 자료는 한 건도 없다. 전문가들은 탄핵심판에서 채택된 증거자료들이 윤 대통령 본인이 아닌 공범에 대한 검찰 조서와 국회 발언 내용 등이 대부분인 만큼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는 주장을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은 공수처 조사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공수처 신문으로 얻은 정보 증거는 하나도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 수사권 문제를 이유로 헌재 변론도 다시 하라는 건 전혀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오는 14일 이전쯤으로 예상됐던 탄핵심판 선고 일정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다만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 측은 형사재판과 탄핵심판이 모두 엉망이고 헌재가 불공정하다는 논리로 선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헌재가 하루라도 빨리 신속한 선고 결정을 내려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법원 결정에 따라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추가 쟁점으로 논의한다면 평의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은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 같은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굉장히 신중하게 보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구속 취소가) 헌재 결정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은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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