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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판결 30일 내 법 위반 공표 의무 안 지켜
시정조치 확인 안한 공정위, 뒤늦게 고발 검토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 유가족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단체 관계자들이 2023년 8월 31일 서울역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를 맞아 가해기업 책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더불어 희생자들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점을 은폐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표시광고법 위반 사실 ‘공표 명령’을 받은 애경산업과 SK케미칼(현재 SK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로 분할)이 해당 명령을 제때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행 여부를 감시해야 할 공정위도 두 기업이 공표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뒤늦게 기한 내 이행이 되지 않은 사실을 파악한 공정위는 두 기업을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애경산업은 공정위의 시정조치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일부 패소, SK케미칼은 전부 패소했지만 법 위반 사실 공표를 제때 하지 않았다. 기업은 공정위 의결서를 받은 날로부터 공표 명령 등 시정조치를 30일 이내에 해야 한다. 기업이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하면 절차가 중단되지만 판결 확정 시에는 30일 안에 이행을 해야 한다. 애경은 2023년 12월, SK케미칼은 2024년 10월 각각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공표 명령은 사업자가 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알리는 것을 말한다.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이거나 허위·​과장 등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로 소비자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경우, 공정위는 기업에 공표 명령을 부과한다. 평판이 중요한 기업은 막대한 과징금보다 법 위반 사실을 직접 알려야 하는 공표 명령을 더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기업과 사전에 공표 명령 방법을 구체적으로 협의한다. 공표 일정과 내용은 물론, 글자 크기와 모양까지 협의 대상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애경과 SK케미칼이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도 기업들과 협의를 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최초 제재 시점과 대법원 판결 간 6∼7년간의 시차가 있어 실무자가 몇 번 바뀌었다”며 “조직개편도 겹쳐 누락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8년 2월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사실 등을 은폐하고 안전과 품질을 확인받은 제품인 것처럼 허위로 표시·광고했다”며 애경과 SK케미칼에 과징금 총 1억6100만원과 공표 명령을 부과했다. 기업들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냈다. 두 기업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2011년 8월 이미 제조를 중단했는데 공정위의 행정처분은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처분시한(5년)이 지난 뒤에서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대법원은 처분시한이 지나지 않아 공정위 제재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2013년 3월 무렵에도 제품이 판매대에 진열된 자료가 있다”며 ‘위반행위 종료’를 제품 생산 중단이 아닌 ‘위반 상태가 종료된 때’로 판단했다.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부, 대법원을 거쳐 공표 명령이 정당하다는 결론이 유지됐다.

지난 7일 한 종합일간지 지면에 실린 SK케미칼의 공표 내용


SK는 지난 7일에서야 공표 명령을 이행했다. 애경도 조만간 공정위와 문안 협의 후 공표 명령을 이행하기로 했다. 다만 공정위는 시정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들 기업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키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정조치 불이행이 확인된 만큼 고발 등 제재 절차를 밟을 예정이며 고발 여부는 전원회의에서 정해진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관계자는 “공정위가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인데도 시정조치가 제대로 됐는지 감시하지 못한 것은 조직 기강이 해이해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주요 사건 공표 명령이 이행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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