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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탄핵심판 조만간 선고…‘중대한 법 위배’ 핵심 쟁점
윤 측 “2시간짜리 내란 어딨냐” 국회 측 “민주주의 파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최종변론이 열린 지난 2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앉아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주간경향] 헌법재판소가 조만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최종 결론을 낸다. 윤 대통령의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가 그를 직에서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배행위인지가 판단기준이다. 헌재가 선고한 역대 탄핵심판 7건 중 파면을 인용한 결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 1건뿐이다.

탄핵심판은 형사재판과는 다르다. 형사재판은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지만, 탄핵심판은 권한을 박탈해 헌법질서를 지키는 헌법재판이다. 헌재는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판단한다. 11회, 총 52시간에 걸쳐 진행된 헌재 변론 내용 중 선고 결과를 가를 핵심 쟁점을 뽑아 짚어봤다.

①정당한 계엄이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지난 2월 25일 최종변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주장은 ‘계엄이 정당했다’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 측은 윤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임을 스스로 판단하고 ‘국익을 위해’ 계엄을 정당하게 선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비상사태의 근거로는 크게 세 가지를 제시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 이익에 반해 입법·예산에 관한 권한을 남용했다, 북한 공작에 민주당이 합세해 체제 전복을 획책했다, 중국과 북한이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회 측은 “국가비상사태도 아니었고 정치적 반대자들을 척결하려고 한 민주주의 파괴였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국가비상사태라는 윤 대통령 판단에 합리적·구체적 근거가 있는지, 국가비상사태라고 하더라도 계엄이라는 수단을 사용했어야 하는지를 헌재가 판단한다. 국익이란 무엇인지,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도 결정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대통령의 계엄선포권을 직접적으로 판단한 사례는 없다. 다만 1994년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위헌 결정에서 계엄선포권을 규정한 헌법 제77조의 취지가 무엇인지를 언급한 적이 있다. 1971년 만들어진 특별조치법은 국가비상사태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해 사회 전 영역을 규제한다는 내용이다. 헌재는 이 법이 위헌이라면서 “국가긴급권의 인정은 일면 국가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권력의 집중과 입헌주의의 일시적 정지로 말미암아 입헌주의 그 자체를 파괴할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따라서 헌법에서 국가긴급권의 발동기준과 내용, 한계에 관해 상세히 규정함으로써 그 남용 또는 악용의 소지를 줄이고 심지어는 국가긴급권의 과잉행사 때 저항권을 인정하는 등 필요한 제동장치도 함께 마련해두는 것이 현대의 민주적인 헌법 국가의 일반적인 태도”라고 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특별조치법이 국가긴급권 발동 요건을 ‘중대한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는 경우’ 식으로 규정한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했다. 추상적이고 광범위해 대통령이 마음대로 발동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도 요건에 맞는지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②나는 지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계엄 때 군, 경찰의 국회 봉쇄와 국회의원 체포에 대해 “나는 지시하지 않았다”는 태도를 취했다. 국회 출입문을 막고 국회의원 연행을 논의한 게 모두 군과 경찰 스스로 한 일이라는 취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경제부총리)이 계엄 당일 받은 ‘조치사항’ 문서에 대해서도 작성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그러면서 핵심 증인인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 신빙성 흔들기 전략을 폈다. 이들의 진술이 민주당 때문에 오염됐거나, 이들이 아예 민주당과 함께 정치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헌재에서 ‘사실 그대로 말하고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는다’는 선서를 하고 증언했다. 곽 전 사령관은 심판정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아직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말을 들었다”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이라,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우라’는 말을 들었고,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명단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대통령의 지시 여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쟁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연설문을 최서원씨에게 전달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국정 관련 문건 전달은 지시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문건 유출은 큰 틀에서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한 게 근거가 됐다. 헌재는 당시 결정에서 “보안이 철저하게 유지되는 청와대에서 많은 문건이 오랜 기간 동안 외부로 유출된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번 윤 대통령 사건에서 국회 측은 “여러 증거를 통해 윤 대통령의 지시가 명백히 확인된다”며 “(윤 대통령이 지시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군인과 부하들에게 자기의 죄마저 뒤집어씌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경찰관이 서 있다. 한수빈 기자


③계엄으로 입은 피해 없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중대한’ 법 위배행위인지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중대성 요건’을 적용했다.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그만큼 파면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고,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박탈할 정도로 법 위배행위가 중대하다는 게 입증돼야 파면이 가능하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 건은 법 위배가 중대하지 않다며 기각했고, 박 전 대통령 건은 법 위배가 중대하다며 인용했다.

중대성 요건을 피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내놓은 주장은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 있느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 변론 과정에서 계속해서 계엄의 의미와 파급력을 축소 해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계엄을 본래적 의미의 계엄이 아니라 야당에 대한 ‘경고용’이자 국민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계몽용’으로 규정했다. 또 윤 대통령 측은 실제 국회의 권한 행사가 무력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활동 금지와 전공의 처단 등이 담긴 포고령에 대해선 “계엄에 필요한 형식으로 상징적 의미에 불과하다”며 “어떤 실행계획, 의지도 없었다”고 했다. 설령 계엄 선포가 법과 절차를 일부 위배했다고 할지라도 ‘중대한 위배’는 아니라는 뜻의 주장들이다.

국회 측은 계엄이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인 송두환 변호사는 최종변론에서 “과연 이 사건에서의 위헌·위법보다 더 중대한 위헌·위법 사유가 과거이든 미래이든 또 있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송 변호사는 “국정운영의 어려움이 있다면 국회와 대화, 설득, 협상 등 노력을 시도하는 게 필요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런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난데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국정의 최고책임자, 헌법의 수호자로서의 지위와 책무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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