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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email protected]

발달장애인의 명의를 도용해 수천만원의 대출을 받은 담당 사회복지사가 해고 처분을 받자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사회복지사 A씨는 10년 넘게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의 서울 소재 분사무소에서 근무해왔다. 그는 시설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 B씨를 담당하며 B씨의 집 문제, 기초생활수급 문제 등 전반적인 금전 문제를 살폈다. 이를 위해 A씨는 B씨 명의로 휴대폰을 추가 구매해 공인인증서 등을 직접 관리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던 2021년, A씨는 개인 투자 실패로 큰 빚을 지게 됐다. 신용불량자가 돼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자 A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B씨의 휴대폰을 떠올렸다. 결국 B씨 돈에 손을 대기로 마음먹은 A씨는 2021년 5월 B씨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780만원을 대출받았다.

대출은 은행을 바꿔 가며 1년 넘게 반복됐다. A씨는 이듬해 9월까지 총 6회에 걸쳐 4270여만원을 대출받아 자신 명의의 계좌로 가로챘다. 가져간 돈은 선물옵션 투자나 개인 대출이자 납부 등에 썼다. B씨의 대출 한도가 차 더 이상 돈을 구할 길이 없자, 그는 2023년 1월 B씨의 퇴직금에까지 손을 댔다. 그는 B씨 퇴직연금계좌로 퇴직금 650여만원을 송금받은 후 자신의 계좌에 이체했다.

이같은 범죄는 2023년 4월, 사무소의 회계 담당 직원에 의해 발각됐다. 회계 직원이 B씨가 퇴직한 적이 없는데도 퇴직금을 수령해간 사실을 미심쩍게 여긴 것이다. A씨는 정당한 사유로 중간퇴직금을 받은 것처럼 꾸미기 위해 그림판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장 명의의 사실확인원을 위조하기도 했다.

범행이 발각되며 협회가 발칵 뒤집어졌고, 협회는 A씨 처분을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를 열기 위해 출석통지서를 보냈다. 그러나 A씨는 인사위 개최 하루 전 “소명자료 준비가 부족하다”며 연기신청서와 휴가원, 육아휴직계를 제출했다. 협회는 “개인적인 사유까지 수용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긋고, 예정대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 해임을 결정했다.



법원 “도움 줘야 할 피해자에 손해…비난가능성 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 뉴스1

A씨는 “협회가 소명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지 않았다”며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에 반발한 A씨는 중앙노동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법원 역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7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행정12부(부장 강재원)는 A씨가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출석통지서를 늦게 수령한 것은 A씨 사정으로 인한 것이지, 협회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방어권을 위법하게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는 도움을 주어야 할 지위에 있는 피해자에게 고의적으로 손해를 가했다”며 “협회에 대한 기본적 의무를 현저히 위배했고, 그 불법성 및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질책했다.

A씨가 이같은 범죄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A씨는 형사 고발돼 지난해 9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업무상횡령 등 7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A씨로 인해 협회의 대외적인 평판이 훼손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A씨를 해고한 것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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