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반탄집회 이끌고 있는 손현보 목사
최근 이승만 이름 본뜬 기독교 대안학교 개교
'공산당·동성애·진화론은 악' 극우 세계관 주입
교계 내에선 전광훈보다 탄탄한 이력 가진 '엘리트'
전문가들 "확장성 면에선 전광훈보다 훨씬 위험"
최근 이승만 이름 본뜬 기독교 대안학교 개교
'공산당·동성애·진화론은 악' 극우 세계관 주입
교계 내에선 전광훈보다 탄탄한 이력 가진 '엘리트'
전문가들 "확장성 면에선 전광훈보다 훨씬 위험"
지난 1일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서울 여의대로에서 세이브코리아가 연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만 대통령은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보다 더 위대한 인물이다. 김구는 자신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중국 국적을 취했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국적 없이 독립운동을 하며 평생을 살아왔다. 이 나라를 ‘기독교 국가’로 만들고자 했던 이승만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은 북한 공산당에 점령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
지난 4일 부산에 설립된 비인가 대안학교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 개교식 현장에서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쏟아낸 말들이다. 그는 이날 중등부 예비 신입생들에게 다가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물었고,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이승만 대통령"
을 외쳤다.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의 '우남'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호(號)다. 그는 공식석상에서도 이 학교를 '이승만 학교'라 칭하고 있다. 연관기사
• 김문수 "김구 중국 국적" 논란, 원조는 뉴라이트...검증해 봤더니(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000280002850)
지난 4일 부산 세계로교회에서 열린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 개교식에서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세계로교회 유튜브 캡처
손 목사
는 매주 여의도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의 대표다. 최근 역사 강사 전한길씨를 집회 연사로 세우고,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을
현장에 동원하며 급부상했다.
같은 탄핵 반대 진영에 서 있는 '광화문파' 전광훈 목사와는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서로를 향해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강하게 반목하고 있다.손 목사는 전광훈에 비해 대중에 덜 알려진 생소한 인물이지만,
기독교계 내부에서는 전 목사
보다 입지가 탄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체면이 허락하지 않아 전 목사와 거리를 둬 왔던 엘리트 극우 세력도 '손현보파' 집회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 내 극우화 움직임을 경계하는 종교계 내부에서는 이 때문에 그를 오히려 '전 목사보다 위험한 인물'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런 인식의 배경을 그의 ①비전 ②세계관 ③이력 ④스타일
측면에서 짚어봤다.①비전: 뼛속까지 극우 기독교인으로 세뇌하는 '이념 주입 학교'
손 목사는 지난달 18일 서울 왕성교회에서 열린 '희망의 대한민국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 기도회'에서 기독교 대안학교를 설립해 한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어린이들이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김일성은 위대하다'고 배우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어릴
때부터 성경에 입각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고 주장했다. 북한처럼 아이들에게 세뇌 교육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손 목사는 자신의 궁극적 목적이
'다음 세대의 이념 교육'
에 있다고 설파한다. 신자들에게 알뜰폰 가입, 신용카드 가입 등을 종용해 신앙보다 돈벌이가 목적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전 목사와는 '교회 비즈니스'의 방향이 다른 셈이다. 부산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는 그 비전의 초석이다.국민의힘 김기현(앞줄 오른쪽), 추경호(앞줄 왼쪽) 의원 등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세이브코리아가 연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 목사는 이 학교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 이념과 자유민주주의 정신
을 가르치겠다고 공표했다. 그는 공교육을 겨냥해 "현재 우리 아이들은 반성경적 진화론에 세뇌당하고 있다"
며 "하나님의 말씀과 반대되는 것들만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반민주주의적 교육"이라고 비방한다.그의 최종적인 목표는 자신이 세운 학교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비인가 기독교 대안학교를
인가 교육기관으로 만들어 정부 지원금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2, 3년 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교육법을 바꿀 계획
"이라며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는 2028학년도부터 교육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인가 학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 개교식에 박형준 부산시장이 보낸 축하메시지. 그는 이 메시지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제대로 세우는 일"이라고 밝혔다. 세계로교회 유튜브 캡처
일각에서는 그가 반탄 집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한 배경에
정치권 인사들과 접점을 만들어
기독교 대안학교의 정규 학교화를 추진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그가 매주 여의도에서 주최하는 세이브코리아 집회에는 나경원·장동혁·추경호·윤상현·인요한·권영진·김민전·김기현 등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대거 참석하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 개교식에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부산 강서구)
이 직접 참석했으며, 박형준 부산광역시장
이 축하 영상을 보냈다.②세계관: "동성애·공산주의·진화론은 사회악이며 이승만은 나라를 구한 영웅"
손현보 목사가 이토록 '학원 사업'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게 '기독교 학교'란 곧
'기독교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기 때문이다.
그는 "기독교인들의 출산율이 일반 시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교회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만 되면 한국은 자동적으로 기독교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기독교계 지식인들은 이를 두고
"극우 교인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고 지적한다. 기독교 극우화 문제에 대해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어 온 이주헌 바른교회 목사는 "이들에겐 일종의 '세계관 공식'이 있다. △진화론을 부정하고 △공산주의를 '악'으로 상정하며 △성 해방과 동성애를 죄악으로 여긴다는 것인데, 손현보의 학교는 이런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현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세시대 신정일치 사회에 가까운 시대착오적인 가치관을 배우고, 다양성을 접하지 못한 학생들은 나중에 사회에 나가 적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며 "이렇게 낙오된 청년들은 결국 폐쇄적인 교회 사회로 되돌아와 고립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기독교 극우화 문제를 꾸준히 연구해온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이사 역시 "엘리트 교육을 하겠다는 것은 부모들을 설득하기 위한 표면적인 어젠다일 뿐"이라며
"극우 기독교인을
조직적으로 길러내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고 지적했다.지난달 26일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자유민주시민회의와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세이브코리아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고 있다. 전한길 강사 옆에는 세이브코리아의 대표인 손현보 목사가 서 있다. 뉴스1
이런 학교는 현실과 동떨어진 왜곡된 역사관을 주입할 가능성 역시 높다.
이주헌 목사는 "이들에게 이승만 전 대통령은 공산주의라는 악에 점령당할 뻔한 나라를 '기독교국가론'으로 구해낸 영웅"이라며 "학교 이름에까지 '이승만'의 호를 넣었으니 학생들에게도 이런 역사관을 반복해서 주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의 교사 채용 공고를 보면, '건국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견해'를 필수 지원 서류로 요구
하고 있다. ③이력: 신도 20명 → 1만명으로 키워본 '교계 파워 엘리트'
손 목사는 '제2의 전광훈'으로 불리고 있지만, 여러모로 전 목사와 차별화되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교계에서 '아웃사이더'로 분류되는 전 목사는 세력이 미미한 교단 출신인 데다, 그 교단에서마저 이단으로 추방돼 자신의 교단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반면 손 목사는 주류 엘리트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 영향력이 큰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교단) 출신인 데다,
교인이 20명
남짓이었던 영세 교회를 30년 동안 1만 명 이상의 대형 교회로 성장시킨 이력
까지 갖고 있다. 90년대 이후 양적 성장을 멈춘 기독교계에서는 교회 규모가 가장 중요한 성취 지표로 여겨지기 때문에, 손 목사는 목회자들 사이에서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의 압도적 성공"
으로 손꼽힌다.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부산 지역의 유명 인사 정도였던 그가 보수 진영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코로나19 때였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월, 그는 문재인 정부의 금지 방침을 거부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부산시가 교회를 폐쇄하자 교회 앞마당에 의자를 깔고 대규모 예배를 이어가며
"
사회주의 정권이 코로나19를 빌미로 교회의 문을 닫게 하려 한다"
는 목소리를 냈다. 이후 TV와 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의 방역 지침을 "종교 탄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이름을 알렸다.지난해 10월 27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일대에서 개신교계 임의 단체인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가 동성결혼 합법화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그가 전국구 인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10월 27일 서울시청과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이하 '10·27 연합예배')
주최였다. 당시 손 목사는 이 행사의 실행위원장을 맡아 대형 교회들을 일일이 설득해 참여하게 만들었다. 경찰 추산 20만 명의 신도가 전국에서 몰려들었는데, 기독교 행사 중엔 이례적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금란교회 등 유명 대형 교회들이 일제히 참여
했다.10·27 연합예배에서
'동성혼 합법화 반대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라는 의제를 내세운 것은 정치적 전략이었다. 동성애 반대 이슈야말로 개신교계 전체를 통합할 수 있는, 가장 화력이 강한 정치적 의제였기 때문이다. 이주헌 목사는 이를 두고 "표면적으로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집회였지만, 이면을 보면 '야당을 심판하겠다'는 정치 메시지
로 무장한 행사였다"며 "사실상 보수 기독교계의 정치적 행동력을 과시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이 지난달 8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뉴스1
이 행사를 치른 지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12·3 불법 계엄이 터지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되자 손 목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10·27 연합예배를 준비했던
이들을 불러 모아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할 단체 세이브코리아를 결성한 것이다.
세이브코리아는 2025년 1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첫 국가비상기도회를 연 이래로 매주 토요일마다 '반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3월 6일 기준 주최 측 추산 누적 참여자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④스타일: 전국 대형 교회와 연계한 확장 전략
교계 전문가들은 확장 가능성 면에서 손 목사가 전 목사보다 더 위험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이주헌 목사는 "손 목사는 10·27 연합예배를 주도하면서 전국의 대형 교회 전반을 움직여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교계에서 전 목사보다 더 많은 추종자를 확보했다"고 짚었다. 이어 "
전 목사는
대형 교회 목사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하대해 왔던 반면, 손 목사는 그들을 존중하며 참여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확장가능성이 더 높다"
고 내다봤다. 실제로 그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었던 몇몇 대형 교회 목사들은 최근 들어 잇따라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는 것이 급선무다"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지난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세이브코리아 주최 '3·1절 국가비상기도회'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호 이사 역시
"전광훈의 언어는 욕설과 비방이 대부분이고 즉흥적인 반면, 손현보의 언어는 훨씬 정제돼 있을 뿐 아니라 서사가 구조화돼 있다"
며 "도발적이고 저급한 전 목사 집회를 내심 껄끄러워했던 이들이 손 목사 쪽으로 몰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손 목사에겐 '주류 엘리트'를 흡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사회적 영향력 면에서는 전 목사가 우세할지 몰라도, 교계 내에서의 영향력 면에선 앞으로 손 목사가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손 목사가 내놓고 있는 메시지가 워낙 극단적이라, 향후 보수 대연합을 꾸릴 수 있을 정도로
너른 확장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고 덧붙였다.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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