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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
한국·대만 22개 병원서 무작위 대조 임상
조기치료군, 간 관련 중대 부작용 위험 감소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혈액 내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따라 만성 B형 간염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면 간암 발병 가능성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경우 간수치가 크게 상승하거나 간경화가 진행되야 항바이러스 치료가 가능한 현재의 가이드라인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한국, 대만의 만성 B형 간염 환자 734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시행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9년 2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한국과 대만의 22개 병원에서 간기능 지표인 혈중 ALT(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 수치가 정상 범위에 해당하지만 간경화가 없고 혈중 간염 바이러스 농도가 중등도 이상인 만성 B형 간염 환자를 모집했다. 이들을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그룹(369명) 또는 치료 없이 관찰만 하는 그룹(365명)으로 무작위로 나눴다. 치료군게에는 B형 간염 항바이러스 치료제인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TAF)를 하루 한 알 복용하도록 했다.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만성 B형간염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후 약 17개월(중앙값)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치료군에서 간암, 간부전, 간이식, 사망 등 주요 평가 지표 발생률이 연간 100명당 0.33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관찰군에서는 연간 100명당 1.57명으로 나타났다. 간과 관련된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대조군에 비해 79% 더 감소한 셈이다. 치료군에서는 간암 발생만 확인된 반면 관찰군에서는 간부전과 사망 사례도 포함됐다. 간암, 사망 등 주요 평가 지표를 제외한 나머지 심각한 이상 반응이 발생한 비율은 치료군 6%, 관찰군 7%로 두 그룹이 유사했다. 이는 조기 항바이러스 치료가 부작용을 높이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간암은 국내 40~50대 중장년층의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암종으로, 매년 1만2000여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8000여 명이 사망한다. 만성 B형 간염은 간암 원인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B형 간염의 치료지침은 간수치가 크게 상승했거나 간경화로 진행된 환자에 한해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도록 되어있다. 이번 연구는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이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간염 초기 단계에서부터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중등도 이상인 경우 간수치와 관계없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도록 현행 치료 지침을 조정해야 할 강력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간수치, 간경화 여부와 무관하게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높은 만성 B형 간염 성인 환자에게 조기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하면 향후 15년간 국내에서만 약 4만 3000명의 간암 발생과 약 3만 7000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선행연구에서는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위험 구간에 있던 환자들은 장기간 치료를 시행해도 간암 발생 위험도가 절반 정도 낮아질 뿐, 여전히 가장 높은 위험도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임 교수는 "만성 B형 간염은 매우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돼 있지만 치료 기준이 엄격하다 보니 B형 간염 환자 5명 중 1명만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는 실정"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와 선행 연구에서 쌓은 근거를 바탕으로 만성 B형 간염의 임상진료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환자중심의료기술 최적화 연구 사업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시행됐으며,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란셋 위장병학·간장학(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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