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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 사옥. 미래에셋증권 제공


지난 5일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주식워런트증권(ELW)을 거래한 금융권 종사자 A씨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그는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주식워런트증권(ELW)를 주문하려고 했다. 빠르게 거래하기 위해 매도호가에 약 500만원 어치의 매수 주문을 넣었다. 바로 이뤄져야 했는데 이상하게 주문은 체결되지 않았다. 주문창에서 주문 취소 처리도 안됐다. 이도저도 막히자 A씨는 원하지 않는 가격에 매수주문이 체결되지 않도록 예수금을 모두 인출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이미 인출이 완료돼 계좌에 잔고가 없었는데 얼마 뒤에 최초 매수 주문을 넣었던 가격대로 주문이 체결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문 액수만큼 미수금도 발생했다.

고위험 파생상품인 ELW는 사려는 금액만큼 현금이 잔고에 꼭 있어야 거래가 체결된다. 잔고가 없어 거래가 체결될 수가 없는데 A씨의 경우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시스템이 ‘먹통’이 된 사이 주문이 된 해당 ELW의 가격은 매수시점보다 약 40% 급락했다. A씨는 이날 100만원대의 미실현손실도 발생했다.

A씨는 미래에셋측에 보상과 조치를 요구했지만, 미래에셋 측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래에셋은 결제일(거래 후 이틀 뒤) 전까지 미수금도 내라고 요구했다. 다음날 ELW 가격이 오르자 A씨가 매도하면서 간신히 손실은 피했지만, 언제든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었던 셈이다.

A씨는 “다행히 장이 좋아 손실을 보전했을 뿐이지, 예수금이 없는데 거래가 일어났다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미래에셋의 시스템에 결함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만큼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지난 5일 미래에셋 트레이딩 시스템에 주문 체결 확인이 지연되는 오류가 발생하면서다. 당시 미래에셋에서 발생한 전산오류로 실제 주문이 체결됐지만 주문 체결 통보가 지연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변동성이 큰 파생상품 특성상 전산 오류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전산오류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진솔하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며 “증권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인만큼 피해를 줬다면 충분한 배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전사에서 유일하게 미수가 발생한 케이스였고 이같은 오류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마친 상태”라며 “한국거래소에서 주문 체결이 돼버리면 증권사에서도 거래를 번복하기 힘든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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