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의존도·영업이익 모두 악화…신평사 재무 전망도 부정적
외환위기급 부실→등급강등→기업회생 신청…알고도 어음 발행했나 의혹
외환위기급 부실→등급강등→기업회생 신청…알고도 어음 발행했나 의혹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MBK파트너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겉으로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기습적인 홈플러스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을 두고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부채비율이 과도한 데다, 일부 상거래 채권 상환까지 지연되는 상황에서 MBK가 신용평가 하락을 짐작도 하지 못했다는 해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CP 사기' 의혹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산업계와 자본시장에선 단기 자금 조달과 유통에서 치명적인 후폭풍을 불러올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일반 투자자에게 CP를 팔아 손해를 입혔다면 도덕적 비난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과거 사례에 비춰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무 건전성 바닥…1년 전에도 부실 '경고'
9일 유통업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4일 기습적으로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뒤 보도자료를 배포해 지난달 28일 CP 및 전자 단기 사채(전단채) 신용평가 등급이 하락해 단기 유동성이 악화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조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MBK는 그러면서도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온오프라인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 개선 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지난 1월 31일 기준 부채비율이 462%로 전년 1월 말(1천506%) 대비 크게 개선됐고 직전 1개월 매출도 7조462억원으로 2.8% 늘었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적시했다.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매장은 정상 운영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2025.3.4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2025.3.4 [email protected]
하지만 업계에서는 MBK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지속해 제기된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홈플러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1천408.6%로 국내 상장사 평균(2023년 기준 108%)의 거의 14배다. 이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맞거나 부실이 심화한 대기업들의 부채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MBK가 제시한 지난 1월 말 부채비율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재무위험이 높은 수준이다. 통상 부채 총액을 자본 총액으로 나눠 산출하는 부채비율이 400% 이상이면 부실 징후가 있는 것으로 본다. 금융감독당국은 외환위기 이후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기업의 여신과 재무구조를 관리하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는 72.6%로 전년 11월(71.0%)보다 되레 악화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국내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평균 차입금의존도가 25.7%인 것을 감안하면 홈플러스의 차입금의존도는 3배 가까운 수준이다.
MBK는 보도자료에선 영업손익 수치를 쏙 뺐지만 2024회계연도(2024년 3월∼2025년 2월) 1∼3분기 영업손실은 1천571억원으로 전년 동기(1천303원) 대비 적자 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 기준 부채비율이 전년 11월(1천622%)보다 다소 개선되긴 했으나 기업의 재무 및 사업 안정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지고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미뤄 신용등급 하락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MBK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매장은 정상 운영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2025.3.4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2025.3.4 [email protected]
부채비율 '눈 가리고 아웅'…"MBK 해명 설득력 떨어져"
부채비율이 개선된 것 자체도 의문의 여지가 많다.지표상 부채비율이 낮아진 것은 부채로 계상된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자본으로 전환된 데 따른 것으로 영업수익 확보를 통한 실질적인 부채비율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한신평도 해당 보고서에 RCPS 전환에 따른 표면적인 재무 레버리지(차입) 지표 개선은 "실질적인 재무 부담 감축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마지막 카드인 주요 점포 매각은 불황과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제 MBK는 그나마 수익이 나는 슈퍼마켓(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을 따로 떼어내 매각하려 했으나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더구나 회생 절차 개시로 매각 작업마저도 중단됐다.
결국 실질적인 재무 건전성 및 사업 수익 지표부터 중장기 전망까지 모두 따져봐도 신용등급을 유지할 만한 근거가 희박했던 셈이다.
"신용등급을 'A3'로 유지한 지난해 2월 당시보다 매출 및 부채비율 수치가 개선돼 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MBK의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통상 신용등급이 유지될 때는 전망이 긍정적인지 또는 부정적인지가 향후 등급 하락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한신평은 지난해 2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로 유지하면서도 "현재의 유동성 원천으로는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과 시설투자(CAPEX), 순 금융비용 등 자금 소요에 대응하기에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현금창출력에 비해 재무 부담이 과중해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일부 제휴 업체,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 중단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신라면세점과 CJ푸드빌, 에버랜드 등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 법원에서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상품권 제휴사들이 변제 지연 등을 우려해 상품권 사용을 막고 있다. 사진은 6일 서울 한 홈플러스 지점 모습. 2025.3.6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신라면세점과 CJ푸드빌, 에버랜드 등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 법원에서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상품권 제휴사들이 변제 지연 등을 우려해 상품권 사용을 막고 있다. 사진은 6일 서울 한 홈플러스 지점 모습. 2025.3.6 [email protected]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유지된 이후에도 홈플러스의 현금창출력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고 재무 부담도 여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등급 하락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MBK 해명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생 신청 직전에도 CP 발행…LIG·동양그룹과 닮은꼴?
업계 일각에서 MBK의 홈플러스 CP·전단채 사기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MBK는 신용등급 강등 직전인 지난달 25일에도 운영자금 등을 조달하고자 증권사를 통해 CP와 전단채를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개시로 해당 CP·전단채 신용등급은 'D'까지 떨어져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MBK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난 4일 기준 CP·전단채 발행 잔액은 1천880억원이다.
CP·전단채는 무담보 금융상품으로 변제 뒷순위여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만약 MBK가 회생 절차 신청의 직접적 계기가 된 신용등급 하락을 예견했음에도 CP·전단채 발행을 강행했다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따른 사회적 비난이 거세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 이미 납품 대금 지연 사태가 발생하는 등 단기 유동성이 심각하게 악화한 사실을 MBK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이런 위험성을 알리지 않고 CP·전단채를 발행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
사실관계가 확인된다면 홈플러스의 CP·전단채 발행과 회생 절차 신청을 결정한 MBK 수뇌부의 형사 처벌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각에선 부채비율이 1천%를 넘는 기간 내내 투자자를 상대로 CP·전단채를 발행해 판매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구자원 LIG그룹 명예회장(2020년 별세)과 장남인 구본상 현 LIG그룹 회장,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등 삼부자는 2011년 LIG건설의 회생 절차 신청 열흘 전까지 2천151억여원 상당의 CP를 발행한 혐의(사기 등)로 기소돼 처벌받았다.
회생절차 신청한 홈플러스…매장은 정상 운영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2025.3.4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2025.3.4 [email protected]
2013년에는 동양그룹이 부도 위험성을 숨기고 동양증권을 내세워 1조3천억원대 CP와 회사채를 발행해 일반 투자자 4만여명에게 피해를 줬다. 이 사태의 장본인인 현재현 당시 그룹 회장은 7년간 수감 생활을 하고서 지난 2021년 1월 만기 출소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MBK 의사결정권자가 홈플러스의 부실을 알면서도 회생절차 신청 직전까지 CP를 계속 발행했다면 LIG건설이나 동양그룹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사기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MBK 측은 CP 발행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지나친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MBK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 증권사나 지난해보다 올해 재무 상황이 좋아 신용등급이 안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며 "등급을 떨어뜨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늘 하던 대로 거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홈플러스 노조, 광화문 MBK 앞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6일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을 신청한 것부터 비정상적이라며 회생을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2025.3.6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6일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을 신청한 것부터 비정상적이라며 회생을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2025.3.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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