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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윤석열 대통의 구속취소를 수용해 윤 대통령이 체포 52일만에 풀려난 8일 오후 서울 한남동 관저 모습. 윤 대통령은 관저 복귀 뒤 첫 식사 메뉴로 김치찌개를 택했다. 장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결정 취소로 지난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52일만인 8일 오후 한남동 관저로 복귀했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집행된 이후 관저에는 김건희 여사와 소수의 제2부속실 행정관들만이 머물러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관저 도착 후 김 여사,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강의구 제1부속실장, 김성훈 경호차장 등과 김치찌개로 저녁 식사를 했다. 토리 등 반려견도 하나하나 모두 안아줬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식사하며 “건강은 이상이 없다. 잠을 많이 자니 더 건강해졌다. 성경을 열심히 읽었다”며 “구치소에 수감됐던 지인들을 하나 둘씩 떠올리며 그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생각했다. 교도관들도 어려운 여건에서 고생을 많이 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직원들에게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앞으로도 대통령실이 흔들림 없이 국정의 중심을 잘 잡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정진석 비서실장 등 참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서울구치소엔 대통령실 참모뿐 아니라 강명구, 이철규, 윤상현, 임종득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도 찾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함께 잘 싸워줘 고맙다. 힘내자’는 당부를 전했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도 구치소를 나오며 지지자들을 보자 울먹였다.

윤 대통령은 국회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라 국정 운영에는 관여할 수 없다. 하지만 여권에선 체포영장 집행 이전과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이 관저에서 메시지를 내며 ‘관저 정치’를 이어갈 것이라 전망한다. 내란 혐의 관련 형사 재판을 불구속 상태로 받을 예정이라 거리 연설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여권 관계자는 “아직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평의가 진행 중인 만큼, 당장은 헌재 대응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구속 취소 석방과 함께 낸 A4용지 두 장 분량의 입장문에도 주로 지지자와 여당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윤 대통령은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국민들, 우리 미래 세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서부지법 난동 사태로 구속된 지지자들을 의식한 듯 “저의 구속과 관련해 수감되어있는 분들도 조속히 석방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 등 야5당 대표들과 참석자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열린 야5당 공동 내란종식 및 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김현동기자.
국민의힘에선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야당 회유설 등을 제기하며 탄핵 심판에 변론 재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헌재는 그간 검찰의 대통령 수사 기록을 많이 참고했다. 그 수사 기록들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그 정당성이 심각히 부인되었다”며 “오염되고 흠결 있는 증거가 헌법 재판에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된 만큼 변호인단도 여당과 궤를 같이하며 헌재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헌재의 조속한 탄핵심판 선고를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 뒤 기자들을 만나 “검찰이 산수(구속 기간 계산)를 잘못했다고 해서 위헌적 군사 쿠데타로 헌정 질서를 파괴했다는 사실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에서 경호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 석방 뒤 낸 논평에서 “내란 수괴의 졸개를 자처한 검찰이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기에 빠뜨렸다. 신속한 파면만이 이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길”이라며 “헌법재판소는 하루라도 빠른 파면 결정으로 국민의 불안과 사회적 혼란을 차단해주시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8일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린 야(野) 5당 장외 집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만큼 현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는 변동이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이 국정 운영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재차 밝혀, 정부 내 용산의 입김이 강화될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탄핵 뒤 의대 정원 등 주요 정책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돼왔다. 정 비서실장은 9일 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윤 대통령 구속 취소 뒤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기 대선을 포함한 어떤 시나리오든 윤 대통령은 향후 정국의 최대 변수가 됐다”고 말했다.
(의왕=뉴스1) 오대일 기자 =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지난 1월 26일 구속기소 된 지 41일 만, 1월 15일 체포된 후 52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2025.3.8/뉴스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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