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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피닉스(Poenix)의 다큐 ‘인사이드 코리아-중국과 북한의 그늘에 가려진 국가 위기’ 캡쳐

신뢰도와 그에 따른 권위를 인정받는 독일 공영방송에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불방되고 다시 보기 영상까지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문제가 된 제작물은 독일 공영방송 ARD·ZDF의 정치 다큐멘터리 채널, 피닉스(phoenix)가 방송한 한국 관련 다큐멘터리입니다.

■ 독일 공영방송 '추천'까지 한 다큐멘터리, 불방하고 영상도 내려

'인사이드 한국 -중국과 북한의 그늘 속 국가 위기'라는 제목의 다큐로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이후 한국 상황을 28분 동안 다뤘습니다.

지난달 25일 피닉스 홈페이지에 영상이 공개됐고 4일에는 TV 채널로도 방송됐는데 편성표에는 '추천(TIPP)' 이란 표시까지 달렸습니다.

편성표에서는 6일과 7일 방송도 예고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틀 모두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 편성됐습니다.

영상도 삭제됐습니다. 피닉스와 ARD, ZDF 홈페이지는 물론 유튜브에서도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독일 피닉스(Poenix)의 다큐 ‘인사이드 코리아-중국과 북한의 그늘에 가려진 국가 위기’ 소개 글 캡쳐

피닉스는 이 프로그램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대한민국은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한국은 내부적인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나? 아니면 미국, 중국, 북한 간의 글로벌 권력 투쟁을 반영하는 것인가? 이 다큐멘터리는 이전에 검토되지 않았던 배경과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국가적 위기의 지정학적 차원을 심도 있게 살펴본다."

다큐는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끄는 전광훈 목사, 보수 유튜버 우동균 씨, 부정 선거론을 주장해 온 허병기 인하대 명예교수, 윤 대통령 탄핵 소추 위헌성을 주장한 헌법학자 이호선 국민대 교수, 미 육군 출신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에릭 발바흐 독일 국제안보연구소 박사의 인터뷰, 그리고 설명(내레이션)으로 구성됐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절반이 부정선거로 당선됐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해커가 대한민국의 선거를 농단하고 있기 때문에…." (전광훈 목사)

"경찰 조사와 법원 심리에도 불구하고 선거 조작에 대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에릭 발바흐 박사)

위 인터뷰만 보면 균형을 맞춘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제외하고 다큐에 등장한 취재원 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원인이나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답변한 사람은 발바흐 박사뿐이었습니다.

"친중, 친북 성향의 야당 정치인들이 지배하는 사법 카르텔많은 헌법 전문가들은 현재의 법체계가 민주주의의 중요한 축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내레이션)

한국 정치 갈등을 미국·중국·북한의 권력 다툼이라는 관점에서 묘사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다른 의견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 피닉스 "지금까지 잘 보도되지 않은 관점 조명하려 했지만, 균형 맞추지 못해"

영상이 갑자기 삭제된 이유와 프로그램의 의도를 묻자, 피닉스는 KBS에 이렇게 답변해 왔습니다.

"이 다큐는 윤 대통령과 보수성향의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지금까지 언론에서 잘 보도되지 않았던 시각을 조명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피닉스 편집팀이 다큐멘터리를 재검토한 결과, 한국 정치 상황의 복잡성과 피닉스의 저널리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필요한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고 평가됐습니다.
이에 ARD와 ZDF의 미디어 라이브러리에서 해당 다큐멘터리를 삭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독일 뒤스부르크 에센대에서 한국 정치를 가르치는 하네스 모슬러 교수는 KBS와 인터뷰에서
"단순히 특정 정치 세력에 유리한 보도를 한 수준을 넘어, 저널리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균형성, 맥락 제공, 비판적 검토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례"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일 공영방송의 권위를 고려할 때, 독일 시청자들은 이 다큐멘터리를 신뢰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한국의 실제 정치 상황을 오해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독일 교민단체 '재독 한인 윤석열 탄핵 집회 모임'은 "극우단체의 주장을 객관적 확인없이 왜곡했다"며 항의 서한을 방송국에 보냈습니다. 방송국 측에서 해당 영상을 삭제했지만,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만큼 항의 서명을 계속 모으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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