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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2025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고율 관세를 부활시키며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MAGA’는 전방위에서 빠르게 진행됐지만 미국 증시는 예외였다. 주요 지수인 S&P500(-0.56%)과 나스닥(-3.91%)이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였고 다우존스(1.22%) 역시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시장의 공포는 곧 변동성 지수(CBOE VIX)의 급등으로 이어졌다. 지난 1개월간 40% 이상 급등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가 증폭되고 있다. VIX 지수의 급등은 시장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다.

일반적으로 VIX가 급등할 때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자금을 빼고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이 국채와 금 투자다. 반면 주식시장에서 공격적 투자로 ‘NEXT 미국’을 찾는 이들도 있다. 투자자가 선택한 피난처는 어디일까.
‘유럽의 병자’는 이제 없다 트럼프 집권 이후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빨아들인 곳은 단연 유럽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월 5일부터 3월 5일까지 한 달간 33개 주요국의 42개 지수 가운데 톱10에는 러시아(2), 홍콩·중국(1), 유럽(7개)의 주요 지수가 자리했다. 미국의 주요 지수는 1개도 오르지 못했다.

미국이 관세전쟁을 본격화하면서 유럽 증시는 피난처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수익률은 오스트리아 ATX(8.18%), 독일 DAX(5.56%), 폴란드 WIG20 지수(5.34%), 스위스 SMI(3.87%), 스페인 IBEX(3.79%), 이탈리아 FTSE MIB(3.76%), 튀르키예 BIST(3.52%) 순이다. 같은 기간에 코스닥은 0.90%, 코스피는 0.84% 올랐다.

유럽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정책이 미국과 달리 점진적인 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간으로 3월 6일 밤 열린 회의에서 ECB는 0.25% 금리를 인하했다. 글로벌 펀드 자금 흐름을 분석하는 금융정보업체 EPFR(Emerging Portfolio Fund Research) 데이터에 따르면 ECB의 3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개선시키면서 유럽 주식형 펀드에 21억 달러가 유입됐다. 투자자들은 2월 말 뭉칫돈을 넣었고 특히 독일과 스웨덴 펀드에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 반면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주식 펀드에서는 환매가 일어났다. 주가가 급등하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글로벌 자금이 유럽으로 유입되는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중심엔
독일 그리고 강해진 유럽
이 있다. 지난 2월 총선에서 승리한 독일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기존의 재정 긴축 기조에서 벗어나 대규모 지출 및 인프라 투자 확대를 선언했다. 오랜 재정 긴축으로 역성장을 기록한 유럽의 병자 독일의 역사적 변화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금이 독일 증시로 유입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독일의 차기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향후 10년간 국방·교통·에너지·주택 등 인프라에 5000억 유로(약 775조원)를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국방비를 재정 지출 한도에서 면제하면서 수천억 유로 규모의 추가 지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독일이 그동안 지출 확대에 가장 신중했던 국가라는 점에서 이번 정책 변화는 유럽 방위정책의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외신에선 “이번 변화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에 버금가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가능성에 대비해 1500억 유로 규모의 대출 계획을 제안했다. 또한 EU 회원국들이 향후 4년간 6500억 유로를 국방비로 지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스톡스600 지수는 이번 분기에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올해 MSCI 월드 인덱스(MSCI World Index)에서 실적이 가장 좋은 상위 10개 종목 중 9개가 유럽 주식이다. 방위산업 대표 기업으로는 라인메탈, 탈레스(Thales), 레오나르도(Leonardo), 사브(Saab) 등이 포함된다. 특히 독일에 본사를 둔 라인메탈은 5일간 주가가 21% 상승했다.

물론 유럽 증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변수는 여전하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한 후 주변 국가인 폴란드는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하면서 다시 큰폭으로 상승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관건이다.
불나방이 간다미국 주요 지수는 여전히 부진하다. 지난 한 달간 3대 주요 지수는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EPFR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주식형 펀드에 연초 이후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미국 증시의 실적 부진,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중심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형주 중심의 ‘블렌드 ETF’가 자금 유입을 주도했다. 블렌드 ETF는 가치주와 성장주를 함께 담은 상품으로 시장 전체적인 상승 가능성을 고려하는 투자자들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특정 스타일(가치주 또는 성장주)에 집중하기보다 두 요소를 균형 있게 포함한 ETF로 자금이 흘러들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고위험 투자상품인 레버리지 미국 주식 펀드에는 2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시장 반등을 기대하며 보다 공격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반대로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베어 펀드에서는 15주 만에 최대 환매가 발생했다. 이는 시장 하락에 대한 공포가 다소 완화되었음을 시사한다.

미국 기술주가 지배적인 글로벌 펀드에는 약 2억5000만 달러가 테슬라의 성과를 추적하는 레버리지 2배 ETF로 유입됐고 미국 소매 회사가 담긴 ETF는 1억8000만 달러를 끌어들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투자자들이 시장 반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포지션을 조정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버핏이 찜한 일본 상사일본 주식형 펀드도 워런 버핏의 투자 신뢰를 재확인하며 17주 만에 최대 유입을 기록했다. 버핏은 2월 22일에 쓴 주주서한에서 올해 주식 투자업종과 관련해서 일본의 주요 종합상사 5곳(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이토추상사,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상사) 지분율을 확대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버핏은 “장기적으로 벅셔의 일본 기업 지분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 효과에 5대 종합상사 주가는 일본 증시의 부진을 이겨내고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버핏의 편지 이후 닛케이지수는 연일 하락했지만 상사주는 최대 8%의 수익을 냈다.

최근 닛케이지수는 트럼프 관세 쇼크에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3월 초 들어서야 과도한 경계감이 일부 완화되면서 소폭 상승 중이다. 업종별로 보면 펀드매니저들은 정보기술(IT), 소재, 필수소비재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금융, 산업, 경기민감 소비재 비중을 늘렸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조정은 경기 회복과 소비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투자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차익실현 나선 중국 투자자반면 신흥국 시장에서는 반대 흐름이 관찰되고 있다. 중국 주식형 펀드는 60억 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으며 신흥국 주식형 펀드 전체적으로 4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딥시크 쇼크’ 이후 중국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콩의 항셍지수는 1개월간 12.94%란 높은 수익률로 미국 주요 지수를 따돌렸다. 이에 비해 상하이종합(2.18%), 차이나A50(1.93%), 대만 가권(-3.09%) 등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실제 펀드에서는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EPFR에 따르면 2월 마지막 주 미·중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 주식 펀드에서 60억 달러 이상이 유출됐다. 금종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증시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선 미·중 협상 복귀와 경기 부양 정책 강화 시그널이 필요하다”며 “본토 증시와 홍콩 주식시장은 당분간 ‘트럼프 변동성’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분쟁의 방향성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안화 환율 하락과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동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인도 증시는 영 부진하다. 니프티50(-5.36%)과 센섹스(-5.54%) 지수 모두 지난 한 달간 연초 이후 지금까지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박수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MSCI(모건스탠리) 신흥국 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가 중국과 인도”라며 “글로벌 투자 자금이 중국과 인도 중 어느 나라에 더 많이 유입되느냐에 따라 한쪽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신흥국 중에선 아르헨티나와 튀르키예 증시의 강세가 예상된다. JP모간은 인플레이션 완화를 목표로 한 정책 개혁이 추진됨에 따라 아르헨티나와 튀르키예 증시가 올해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간의 추정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대표 지수인 메르발(Merval) 지수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9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튀르키예의 BIST100 지수는 7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PER 12배 수준인 MSCI 신흥시장지수 대비 할인 거래 중임을 의미한다.

JP모간은 아르헨티나 증시에서 금융 및 에너지 섹터를 선호하며 튀르키예 증시에서는 식료품 소매업체인 BIM Birlesik Magazalar AS를 최우선 추천주로 꼽았다. 아크뱅크(Akbank), 터키항공(Turkish Airlines), 식료품 유통업체 미그로스(Migros) 역시 유망주로 평가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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