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0일, 미국 뉴욕 메릭의 트레이더 조(Trader Joe's) 매장에서 달걀을 구매하는 고객들을 위한 안내문이 달걀 상자 위에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 대국 일본과 미국이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로 신음하고 있다. 일본은 쌀이, 미국은 달걀이 문제다. 양국 정부가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사이,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 쌀값은 30년 만에 가장 비싸졌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 1월 일본 슈퍼마켓의 쌀값(5㎏)은 3,628엔(약 3만 5,500원)을 기록했다. 작년 1월 가격인 2,030엔(약 2만 300원)보다 80%가량 상승한 것이다.
미국의 달걀값은 전년동월 대비 53% 증가했다. A등급 달걀 12개의 평균 소매가격은 4.95달러(약 7,170원)였다. 미국 노동부는 계란 가격 상승이 한 달 동안 증가한 식품 가격 상승분의 3분의 2를 차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쌀값 급등 현상의 원인조차 제대로 진단하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농림수산성은 지난해 발생한 난카이 대지진으로 발생한 쌀 사재기 현상이 일시적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쌀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 사이 서민들의 식비 부담은 커졌다. 밥 대신 라면이나 우동으로 식사를 대체하겠다는 소비자들까지 나타났다. 결국 일본 정부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정부 비축미를 방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책 실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달걀값 폭등 원인으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1)의 확산을 지목했다.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4,000만 마리가 넘는 산란계가 살처분됐다. 이에 따라 달걀 공급이 급감했고, 작년부터 시작된 가격 상승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브룩 롤린스 미국 농무부 장관이 직접 뒷마당에서 닭을 키우라는 해법을 내놓았다. 여론은 싸늘하다. 네티즌들은 “닭을 키우는 것이 달걀을 사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 “이렇게 간단한 문제였다니.”,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의 현대판이다.” 등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