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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개 학급 중 1.6개 과밀…경기도 과밀학급 비율 가장 높아
안전사고·학교폭력 우려…공간 부족으로 주차장에 가건물
"도시 계획과 교육 정책을 통합적으로 연계해 해결해야"


편집자 주
= 이번 취재는 뉴스통신진흥회의 제7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우수상으로 선정된 「학생 줄어드는데 학교 부족하다? 과밀학급의 역설」(이화여대 김수연, 서진, 이수영)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됐습니다.

빽빽한 교실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6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목동중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동탄목동중은 학급당 학생 수 34명으로 교실이 책상으로 빈틈없이 빽빽한 모습이다. 2025.3.8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6일 오후 3시 경기 화성시 동탄목동중학교.

올해 동탄목동중 한 학급당 학생 수는 34명으로, 교육부가 정한 과밀학급 기준(학급당 28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교생 수는 1천236명으로 지난해보다도 24명이 늘었다.

학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복도에 줄줄이 놓인 청소도구함이었다. 교실에 둘 공간이 없어 복도로 내몰린 것이다.

학생들의 사물함도 교실이 아닌 로비에 설치됐다. 쉬는 시간마다 체육복, 준비물을 가지러 사물함을 오가는 학생들로 인해 복도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문을 닫는 학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와 정반대로 동탄목동중처럼 어떤 학교는 학생 수 대비 교실이 턱없이 부족해 임시 가건물을 짓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과밀학급의 원인은 무엇이며 해법은 없는지 살펴봤다.

쉬는 시간, 학생들로 가득 찬 복도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6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목동중학교 복도가 쉬는 시간을 맞은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2025.3.8


비좁은 교실과 체육관…"체육대회도 못 열어"
인구 밀도가 높은 동탄목동중 교실 안에는 책상이 서로 맞닿을 듯 빽빽이 놓여있었다. 책상 옆에 가방까지 걸려있는 바람에 가방끈에 걸려 학생들이 넘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운동장과 체육관도 턱없이 비좁았다. 체육관은 가로·세로가 약 26m·15m로, 전교생은커녕 두 학급만 들어와도 꽉 찰 정도로 작았다.

이 학교 체육 교사 A씨는 "체육관 공간이 너무 좁아 건물 중앙 현관이나 주차장에서 체육 활동을 할 때도 있다"며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스포츠 종목도 한정적이다 보니 학생들로부터 '다양한 종목을 열어달라'는 불만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체육 교사 B씨는 "운동장 규모 역시 학생 수에 비해 너무 작아 학교에선 체육대회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며 "체육대회를 하려면 옆 초등학교 운동장 혹은 외부 장소를 빌려야만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학생들의 하교 시간에 맞춰 찾은 서울 강동구 서울명덕초등학교.

정문과 후문 모두 자녀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로 북적였고 수업 종료종과 함께 1학년 학생들이 나오자 이내 교문 앞은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작년 5월 기준 서울명덕초 학급당 학생 수는 29.5명으로 마찬가지로 과밀학급이다.

새학기가 시작한 지난 4일 신입생이 1명뿐이거나 아예 없어 입학식을 개최하지 못한 학교가 적지 않다는 것이 이곳에서는 '딴세상' 이야기였다.

교문 앞 북적북적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강동구 명덕초등학교 정문에서 학생들이 학부모와 함께 하교하고 있다. 2025.3.8


교사들 업무부담도 과중…'맞춤형 교육'은 그림의 떡
과밀학급으로 인해 교사들은 교육청에서 내려온 지침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동탄목동중 3학년 부장교사 노지원 씨는 "경기도교육청은 학생 수준별 맞춤형 교육으로 하라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인원으로는 불가능하다"며 "학급당 25명은 돼야 모둠 하나하나 봐주며 피드백을 해줄 텐데 지금은 도저히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밀로 인한 모든 피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밀집도가 높다 보니 안전사고나 학교폭력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 업무부담도 높아졌다.

노 교사는 "교내 주차 공간이 협소해 이중주차를 하거나 대로변에 차를 주차하는 일이 많다 보니 학생들의 통행 안전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애들이 아무래도 모여 있으면 별일이 다 있다"며 "과밀이면 그에 따라 좀 특별한 아이들도 있을 거고 애들이 다 각각 성향이 다른데, 많이 모여 있으면 아무래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가 비좁아 가건물을 설치해 임시교실을 만드는 학교도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대현초등학교는 공간 부족을 견디다 못해 최근 교내 주차장에 가건물을 지었다. 교장실, 교무실, 행정실 등을 옮기고 교실 4개를 추가로 마련하기로 했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 대현초 학급당 학생 수는 29.4명으로 과밀학급으로 분류된다.

"교장실, 교무실도 교실로 전환"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대현초에 임시 사무실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현초는 교실 부족으로 인해 본건물에 있던 교장실, 교무실, 행정실을 이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2025.3.8


한쪽은 과밀인데 한쪽은 학생 없어 폐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전국 학급 수(23만4천531개) 중 과밀학급의 비중은 16.5%, 3만8천774개다. 전국 10개 학급 중 1.6개는 과밀이라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경기도가 과밀학급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경기에 있는 전체 학급(6만1천489개) 중 24.4%(1만5천31개)가 과밀학급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 제주(23%), 인천(22.9%), 충남(21.3%), 서울(16.2%) 등 순이었다.

특히 시·군·구별로 봤을 때 동탄신도시가 있는 경기 화성시는 전국에서 고등학교 과밀학급 비율 1위, 중학교 과밀학급 비율 4위로 '콩나물시루' 교실 비중이 상위권에 속했다.

반면, 지난 5년간 전국에서는 매년 20개 이상 학교가 폐교했다.

진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전국 시·도 교육청 폐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총 33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2023년 22개, 2022년 25개, 2021년 24개, 2020년 33개로 5년간 평균적으로 27.4개 학교가 폐교한 것이다.

아울러 올해는 전국에서 38개 초등학교, 8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 총 49개 학교가 폐교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 차는 아이들은 어디에'
(포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중리초등학교에서 축구공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1955년 개교한 포천 중리초는 신학기 신입생이 없어 3월 1일 자로 폐교됐다. 2025.3.8 [email protected]


'양극화 사회'의 단면…"도시계획·교육정책 연계해야"
과밀학급은 도시 자원의 불균형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신도시에는 수용하기 어려울 만큼 급격히 인구가 증가하고, 농촌·지방 소도시·구도심 등에서는 학생들이 떠나가면서 벌어지는 양극화다.

실제로 과밀학급이 많은 경기 화성·과천시, 서울 강남·서초구, 대구 수성구, 인천 연수구 등은 교통·문화·교육 자원이 풍부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인구가 몰리는 만큼 도시 자원이 집중되고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양극화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학생이 떠나는 지역은 상권도 무너지는 연쇄작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과밀학급은 부동산 투자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지역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서는 "과밀학급이 있는 지역에 투자하라"는 말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당국은 이러한 양극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을까.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각 시·도 교육청이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학교 신설, 교실 증축, 특별교실 전환 등 대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폐교 학교 자원을 교육·문화·사회복지 시설로 활용하는 등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결국 부동산 문제와 연결된 만큼, 해법도 거기서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강대중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를 계속 새로 짓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신축 아파트에 학령인구가 얼마나 들어올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는 문제가 과밀학급 해소를 어렵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학생·학부모의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동시에 과밀을 예방해야 한다"며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초등학교를 사는 주소에 따라 배정하기보다 희망 순위를 작성해 그 안에서 추첨하는 방식이 있다"고 제시했다.

강민규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행정구역 경계를 넘어 초·중학교의 학군을 재조정하거나, 거점형 학교 모델 등 인근 지역과 통학이 용이하도록 대중교통과 연계된 학교 운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과밀학급 문제는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계획과 교육 정책을 통합적으로 연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도 "기본적으로 교통, 교육 자원이 몰리는 곳에 과밀학급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 학령인구가 얼마만큼 증가·감소할지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2021년 '과밀학급 조장하는 학구조정 반대' 시위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021년 11월2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위례 학교 과밀방지를 위한 학부모 연합회가 개최한 '서울시 교육청의 과밀학급 문제 해결 촉구!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의 행정절차 무시한 행정예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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