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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울산대공원에서 발견된 녹색비둘기의 모습. 짹짹휴게소 제공


최근 도심 공원에 희귀 조류가 발견돼 시민들의 관심이 몰렸다. 그런데 일부 몰지각한 관람객들이 이 새를 보겠다며 소란스러운 행동을 일삼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탐조인들은 이에 "새들에게도 예의를 갖춰달라"라며 목소리를 냈다.

지난 2월, 탐조인들 사이에서는 울산대공원에 녹색비둘기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녹색비둘기는 일본 및 중국 남부 지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서식하며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희귀 조류로 알려져 있다. 울산 지역 탐조인 모임 ‘짹짹휴게소’는 지난달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을숙도를 이 잡듯이 돌아도 보이지 않던 새가 울산에 나타났다”라며 녹색비둘기를 촬영한 사진들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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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611110001432)
지난 2월, 울산대공원에서 녹색비둘기가 발견된 뒤 이를 보기 위해 여러 관람객이 몰리며 진통을 겪었다. 짹짹휴게소 제공


문제는 녹색비둘기가 나타난 위치가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녹색비둘기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 중 일부가 부적절한 행동을 보였다. 이들은 녹색비둘기가 날아가는 장면을 찍겠다면서 새에게 돌을 던지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나뭇가지를 꺾은 뒤 녹색비둘기 앞에서 흔들거나 먹이를 미끼 삼아 유인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같은 소란 행위는 녹색비둘기뿐 아니라 관람객에게도 불편을 주는 만큼, 제재가 필요하다는 민원이 이어졌다. 결국 울산대공원을 관리하는 울산시설공단은 주기적으로 순찰에 나서며 돌발행동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는 5일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그나마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점은 지났고, 탐조인들과 일반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계도에 나서면서 어느 정도 안정화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울산의 녹색비둘기는 다소 안정을 찾게 됐지만,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문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동물학대도 서슴지 않는 이들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는 까닭이다.

지난 1월 전북 김제시의 한 노지에서 큰기러기를 말뚝에 박아 결박한 일당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인스타그램


실제로 지난 1월, 전북 김제시의 한 노지에서는 신원 미상의 남성들이 큰기러기를 결박했던 사건이 있었다. 당시 사건 목격자에 따르면 큰기러기는 오전 9시부터 약 4시간 동안 노지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한 남성이 큰기러기에게 접근하더니 땅에 박혀 있는 말뚝을 뽑고는 큰기러기를 잡아서 자루에 담은 채 사라졌다. 큰기러기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 버둥댔지만 남성은 큰기러기를 누른 채 목을 잡고 현장을 벗어났다.

이 장면이 공개된 뒤, 탐조인들 사이에서는 이 남성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큰기러기를 결박한 것 같다는 의견이 오갔다. 실제로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큰기러기의 천적인 검독수리가 자주 나타나는 곳으로 알려졌다. 검독수리가 큰기러기를 사냥하는 장면을 촬영할 목적으로 큰기러기를 장시간 묶어둔 것 같다는 뜻이다. 동물자유연대 최인수 활동가는 “해당 지역은 원래도 유명한 탐조 구역이었고, 사진을 찍을 목적이 아니면 그렇게까지 새를 묶어둘 이유도 없다는 게 탐조인들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큰기러기는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에 따라 포획이 불가능한 동물이다. 큰기러기를 잡아간 사람의 행동은 야생생물법뿐 아니라 동물보호법 위반에도 해당된다는 게 동물자유연대의 해석이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이들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관할 지자체인 김제시 역시 경찰에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의뢰를 요청한 상태로, 경찰은 두 고발을 병합하여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을 찍을 목적으로 자연 상태에 있는 동물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행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 활동가는 “새 둥지를 찍겠다며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를 모두 잘라내는 행태도 있다. 이런 행동은 새가 천적에 쉽게 노출되는 위태로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대표적인 사례를 설명했다.

젊은 탐조가들 사이에서는 일부 몰지각한 탐조인들의 행태를 지적하며 자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움직임도 있다. 녹색비둘기를 둘러싼 문제도 젊은 탐조가들인 짹짹휴게소에서 직접 나서 새들을 보호하기 위한 계도 활동으로 해결 수순을 밟고 있다. 짹짹휴게소 제공


그나마 젊은 탐조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행태를 막기 위한 자정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김제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며 성토한 것도 지역 내 젊은 탐조인들이었다고 한다. 녹색비둘기의 평온을 지키기 위해 계도에 나섰던 홍승민 대표도 녹색비둘기를 보러 울산대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겼다.


저희는 탐조할 때 친구 집에 놀러 가듯 하자고 말합니다. 아무리 친구지만 예의를 갖춰서 친구의 집을 헤쳐놓지 않잖아요. 새들도 그들이 사는 영역을 존중해 예의를 지키고 조용히 떠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email protected]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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