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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 2월 28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주간경향]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그러나 몸통이 있어야 한다. 몸통은 정파나 이데올로기보다 국가와 국민, 합리성이다. (…) 진보의 가치, 보수의 가치를 버리지 않으면서 공존하는 길.” 인터뷰를 마친 후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보내온 ‘문구’다. 그는 참여정부 국정상황실장, 강원도지사와 3선 국회의원 등 입법·행정 영역을 두루 거쳤다. 이른바 ‘친노 좌장’으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 논란을 제기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다. 주간경향이 탄핵 이후의 한국 정치 상황을 다루면서 그를 만난 이유다.

-최근 SNS에 올린 글을 보면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와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이 나든 수용할 것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했습니다. 수용할 것 같습니까.

“수용 안 했잖아요.”

-탄핵소추안이 인용돼도 수용 안 할까요.

“헌재 최후진술이 마지막 기회였다고 봅니다.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기의 명령을 듣고 따른 장관들이나 군인들의 선처를 호소했어야 해요. 한편으로 군인들과 경찰들이 그 명령을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죠. 본인의 오류를 국민이 고쳐줬다고 감사를 표하고, 이 나라가 분열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어야 합니다. 결국은 그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않는 길을 갈 거라고 봅니다.”

-헌재 결정에 불복하고, 부정선거를 계속 주장하는 식으로 흘러가면, 정국이 꼬인다는 차원을 넘어 부정적 파급효과가 클 것 같습니다.

“이건 현실로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거대한 분열을 극복하려면 결국 국민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얻어가느냐가 중요해요. 지금 불법 계엄에 반대한다, 다음으로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력 사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국민이 70% 정도 됩니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이 60% 정도 되는데, 그중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40% 정도입니다. 그러면 40%에서 70% 사이의 공백이 존재하는 거잖아요.”

“불법 계엄을 반대하는 국민이 (결집하는) 7 대 3으로 만들어야 대통령선거에서 이기고, 더 나아가 7 대 3의 정부를 만들어야 이 위기의 강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맞습니다.

“이 상태로 가면 51 대 49의 피 흘리는 민주주의가 될 텐데 이걸 불법 계엄을 반대하는 국민이 (결집하는) 7 대 3으로 만들어야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고, 더 나아가 7 대 3의 정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위기의 강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예측 가능한 나라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김대중 정부 때 DJP 연합도 그렇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는 환영받지 못했지만, 임기 마지막에 대연정을 제안했던 것은 중요한 문제의식이었다고 봅니다.

“국민이 정말 바라는 것이 있어요. 어느 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느냐보다 내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중요해요. 정치권에 있는 사람은 개헌과 같이 공존의 정치를 끌어내는 프로세스가 중요할 거고요. 민주당과 야권이 190석이 넘기 때문에 연정이라고 할까요, 대통합 정부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의정부라는 이름을 지었는데 정말 잘 지었어요. 이번 계엄 사태도 돌이켜보면 국민이 지킨 거거든요. 그러면 이 국민의정부라는 말을 한 번 더 써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국민의정부 시즌 2가 되는 겁니까.

“첫 번째, 정치인들은 기업인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100억원짜리 회사 지분을 100% 갖는 것과 100조원 매출 회사의 지분 10% 중에서 어떤 게 더 클까요. 당연히 후자가 더 크죠. 그러면 기업은 주식을 공모해야 합니다. 기업이 돈을 버는 원리도 주주가 많을 때 시장이 커지고 권력이 커지는 겁니다. 정치도 권력을 독점하면 강해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권력을 나눴을 때 훨씬 더 안정적이라는 믿음이 필요해요. 권력을 놓치는 순간 감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서로가 공존한다는 믿음과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지도자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 진보·보수를 생각할 때 정치의 역설을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보수주의자가 아니었다면 미·중 수교 못 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역설적으로 보수였기 때문에 북방정책이 가능했습니다.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보수였기 때문에 알제리를 독립시킬 수 있었고, 역설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가능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말씀을 하더라고요. ‘진보 대통령이라고 진보 정책을 다 쓸 수 없고, 보수 대통령이라고 보수 정책을 다 쓸 수 없고 결국은 중도로 가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면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지만, 몸통이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중도라는 실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합리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를 연결하는 지점의 몸통이에요. 진보의 가치도 있고 보수의 가치도 있어요. 이 가치를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중도의 부분, 경제성과 합리성에서 결판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은 소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은 개헌, 하면 권력 구조 문제를 생각하는데 국민은 이번 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헌법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정치의 본질은 국민의 삶을 낫게 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정당의 목적은 권력 장악이 아니고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겁니다. 계엄 없는 나라, 그리고 나의 삶을 지키는 헌법을 만들자. 저는 이것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개헌 이야기를 꺼리잖아요. 지지층도 지금 개헌 논의를 꺼내는 것을 경계합니다.

“지금은 워낙 위중한 시기니까 탄핵에 집중하겠다는 거죠. 지지층도 내각제를 반대하는 것이지 대통령제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고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는 데 반대하겠습니까. 정치권에서 개헌을 곧 권력 구조 개편으로 이야기하니 국민은 싫증 난 겁니다. 하면 좋겠지만 절실하지 않거든요. 그러니 국민에게 절실한 문제부터 개헌에 담자는 거죠.”

-여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9 대 36 정도에서 정체돼 있어요. 가장 큰 것은 이재명 대표 개인에 대한 불신 아닐까요.

“정책은 지금보다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과거 우리가 생각했던 진보 패러다임으로는 이 사회가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해요. 왜냐면 더 성장하지 않으면 나눠줄 게 없고, 또 100세 시대가 왔기 때문에 예순 살 정년을 맞으면 백 살까지 먹고살 게 없어요. 성장이라는 드라이브를 거는 게 진보의 가치에 어긋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성장을 말하면 보수, 그게 아니라는 거죠.”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어떤 역할을 할 건가요.

“제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운 게 딱 이겁니다. 정치를 잘 모르지만, 역사발전의 도구로 써달라는 겁니다. 노 대통령이 스물세 살이었던 저를 기용하며 하신 말씀이에요. 저는 역사발전의 도구가 되려 합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이 불법 계엄을 극복하는 대선 승리하는 데 이바지한다. 그리고 51 대 49가 아닌 7 대 3으로 승리하고 7 대 3의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이바지한다는 겁니다. 정치인은 국민 마음속에 있으면 살아 있는 것이고, 없으면 사라지는 겁니다. 지금 국민이 뭘 원하는가는 비교적 분명한 것 같아요. 내일의 기약이 없는 대한민국을, 거대한 분열 속에 있는 대한민국을 구해달라는 것 아닐까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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