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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법성 의문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취소한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구속기간이 지나고 난 뒤에 기소가 됐기에 ‘불법 구금’이 발생한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 등 수사 과정의 적법성 의문을 재판 초기에 해소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런 논란을 두고 재판을 진행한다면 김재규 사건처럼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도 보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 7일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 “피고인의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체포된 시점은 지난 1월15일 오전 10시33분이었다. 구속기간의 첫날은 일 단위로 산입되고 이때부터 10일이 주어지므로 윤 대통령 구속기간은 일단 1월24일 밤 12시가 된다. 통상적으로는 여기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시간이 추가되면서 구속기간 만료 시점이 정해진다.

윤 대통령은 구속 이튿날인 1월16일 이례적으로 체포적부심을 신청했다. 이를 위해 수사기록이 1월16일 오후 2시3분 법원에 접수됐고 기각된 뒤인 1월17일 새벽 0시35분 공수처에 반환됐다. 체포적부심 절차에 10시간32분이 걸린 것이다.

공수처는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1월17일 오후 5시46분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수사기록을 법원에 보냈고 영장이 발부된 1월19일 새벽 2시53분에 수사기록이 공수처에 반환됐다. 33시간7분이 걸렸다.

공수처와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관련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시간을 종전처럼 일수 단위로 계산해야 하고 △체포적부심을 위해 관련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시간 만큼 구속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과 영장 발부 절차가 1월17일부터 19일까지 이어졌으니 3일, 그리고 체포적부심에 따른 10시간32분이 구속기간에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그러나 구속 전 피의자심문 시간을 일수 단위로 계산해 구속기간을 늘리던 이전의 해석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존의 관행을 유지하면 △실제 수사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시간 이상만큼 구속기간이 늘어나게 되고 △언제 서류가 접수‧반환되느냐에 따라 늘어나는 구속기간이 달라지는 불합리가 발생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7월1일 오후 2시~7월2일 오후 1시’와 ‘7월1일 새벽 0시~7월1일 밤 11시’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 절차가 진행돼 똑같이 23시간이 소요됐어도 날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구속기간이 하루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재판부는 “(구속기간) 불산입 기간에 포함되는 기간은 수사 관계 서류 등이 실제로 법원에 있었던 기간에 한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 대한 체포와 구속을 엄연히 구별하고 있다”며 “수사의 편의를 앞세워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기간인지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이를(체포적부심 절차 시간을) 함부로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기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체포적부심 시간만큼 구속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공수처·검찰의 주장도 배척한 것이다. 재판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신체의 자유, 불구속수사의 원칙 등에 비춰 볼 때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윤 대통령 사건에서 지금까지의 구속기간 산입 방식을 모두 뒤집었다.

재판부가 제시한 새 방식을 적용하면,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에서 기소해야 하는 시점은 1월26일 오전 9시7분까지였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 절차에 소요된 33시간7분을 원래 구속기한(1월24일 밤 12시)에 더해서 나온 시각이다. 검찰은 그러나 윤 대통령을 1월26일 오후 6시52분에 기소했다. 재판부의 판단으로는 9시45분 동안 윤 대통령을 불법으로 구속한 상태에서 재판에 넘긴 셈이다.

재판부는 또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 쪽은 그동안 내란죄는 공수처의 수사범위가 아니라며 ‘불법 수사’를 주장해왔다. 공수처법에는 실제로 내란죄가 수사 대상으로 적시돼있지 않지만, 공수처는 그동안 수사범위로 명시된 직권남용의 ‘관련 사건’으로 내란 수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수처가 직권남용 수사 과정에서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볼 만한 증거나 자료가 없으며 △공수처와 검찰이 법률상 근거 없이 형사소송법이 정한 구속기간을 서로 협의해서 나누어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신병을 이전하면서도 신병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 쪽 주장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지금까지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절차적 논란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며 그 방편으로 ‘구속 취소’를 선택했다. 재판부는 수사권 논란 등과 관련해 “대법원의 최종적 해석과 판단 등이 있기 전까지는 (윤 대통령) 변호인들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을 이유로 피고인의 구속에 관한 위법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이제 막 공소가 제기되어 형사재판 절차가 진행되는 사건에 있어서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 결정을 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또 설명자료를 통해선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 등을 이유로 재심 개시 결정이 난 김재규 사건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에서의 파기 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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