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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한가 없는 美 증시, 자본잠식 리스크"

높은 월 분배율 덕분에 초단기 옵션을 활용한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커버드콜 ETF 대부분이 미국 자산을 기초로 삼고 있어 미국 증시가 급등락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커버드콜이란 주식을 보유하면서 그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콜옵션’을 매도하는 투자 방식이다. 증권사들은 상승장에서 수익률이 제한되는 커버드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만기가 짧은 초단기 옵션을 활용하는 2세대 커버드콜 ETF를 내놓았다. 덕분에 지난해 미국 증시가 줄곧 상승할 때 이 상품에 투자금이 쏠렸다.

하지만 기초자산이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급등락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초단기 옵션을 사용하는 ETF는 상승 이익을 포기하고 옵션 프리미엄을 받는다. 반면, 주식이 하락하면 그 하락분을 그대로 떠안는다. 따라서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초단기 옵션을 활용한 ETF가 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주가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하락세를 그대로 반영해 분배 구조가 취약해질 수 있다.

목표 분배율을 달성하기 위해 원금이 쪼그라들 수도 있다. 커버드콜 ETF에서 분배금을 받아 이를 계속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동안 분배금을 받더라도 나중에 매도할 땐 손절해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정서희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100 타겟 데일리 커버드콜 ETF’와 ‘TIGER 미국 S&P500 타겟 데일리 커버드콜 ETF’의 순자산 규모는 각각 6570억원과 3220억원으로 집계됐다. 모두 출시 1년 미만 상품인데, 순자산 합이 1조원에 근접한다. 최근 해외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축소되자 투자자들이 절세가 가능한 초단기 옵션 커버드콜 ETF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커버드콜 ETF는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 아니다. 특히 자산 변동성이 큰 경우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A 주식의 가격이 매일 5%씩 오르고 내리는 패턴을 반복한다고 가정하자. 초단기 옵션을 활용한 커버드콜 ETF는 주식 가격이 상승하는 날엔 그 상승분(+5%)을 따라잡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ETF는 콜옵션을 매도하면서 주가 상승의 이익을 포기하고 대신 옵션 프리미엄을 얻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식이 하락하는 날엔 그 하락분(-5%)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

이런 상황에는 콜옵션을 팔아서 받는 프리미엄이 줄고 배당 자원도 감소한다. 또한 ETF가 추종하는 기초자산의 가격도 낮아져 결국 분배율(분배금/주가)의 분모인 주가가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같은 10%의 분배율을 따라갈 때 기초자산 주가가 하락하면 실제로 받는 분배금도 줄어든다. 평단가 1만원에 분배금 1000원을 받다가 기초자산 가치가 하락해 평단가가 5000원으로 떨어지면 분배금도 500원으로 낮아지는 원리다.

국내 증시와 달리 상·하한가(±30%) 제도가 없는 미국 증시 상장 종목을 담은 상품은 더 주의해야 한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미국 자산운용사 일드맥스(YieldMax)가 테슬라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내놓은 커버드콜 ETF ‘YieldMax TSLA Option Income Strategy ETF(TSLY)’가 대표적이다. TSLY는 80%에 육박하는 높은 분배율을 제시하는데 이를 위해 기초 자산인 테슬라 주식 전부에 대한 콜옵션을 매도하여 프리미엄을 최대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문제는 배당락이나 테슬라 주가 하락 때마다 TSLY의 주가는 계속 하락하는 반면 주가 상승 시에는 상승분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해 반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TSLY 주가가 우하향하는 이유다. 주가가 하락하면 분배율은 유지되더라도, 실제로 지급되는 분배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상민 플루토리서치 대표는 “최근 변동성이 큰 미국 빅테크 기업을 추종하는 커버드콜 ETF는 주가 상승은 제한되고 하락은 계속돼 원금 회복이 어려울 뿐 아니라 지속적인 배당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무리하게 높은 분배율을 유지하려다 보면 원금을 깎아가며 배당을 줄 수 있고, 자본잠식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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