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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시간에 직원 사적 동원, 땅 보러 가자며 6시간 운전시켜"
"칭찬이었을 뿐 성희롱 의도 없어" 해명…부당 지시 의혹 부인


직장 회식
[연합뉴스TV 제공]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강원지역 한 체육회 회장이 직원들을 상대로 한 성희롱과 폭언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7월 4일 오후 5시께 도내 한 고깃집에서 A 체육회장은 한 사업체 관계자들과 반주를 겸한 식사를 했다.

그는 귀가 시 대리운전을 맡기려고 직원 B씨를 식당으로 불렀다.

식당에 도착한 B씨를 살피던 A 회장은 사업체 관계자들이 보는 앞에서 "얘 갑바 봐. 여자 D컵은 될 거 같아", "나는 여자 다 떨어지면 얘 젖이나 만져야겠다"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업무 시간에 술을 마시면서 업무 중인 직원을 불러 대리운전을 시키는 게 말이 되나요. A 회장의 말도 동성끼리 장난삼아 할 수 있는 것으로 넘길 수 없었고 그저 수치스러웠어요. 회장님은 이전부터 '불알 가지고 태어나서 이따위로 일을 하냐', '너는 여자가 맨날 바뀌냐' 등 모든 말을 성적으로 연관 짓는 게 일상이었어요."

여러 차례 이어진 성희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B씨는 병원에서 '3개월 이상의 치료 관찰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정신과 상담과 약물 치료까지 받았다.

직장 내 괴롭힘 (CG)
[연합뉴스TV 제공]


B씨는 성희롱과 폭언 외에도 여러 차례 부당한 지시가 있었던 점도 문제 삼았다.

B씨에 따르면 2022년 10월 전국체전이 한창이던 울산을 방문했을 당시 A 회장은 갑자기 "땅을 보러 가야 한다"며 원주까지 왕복 6시간 동안 B씨에게 운전시켰다.

출장 신청까지 해놓은 '업무 시간'이었지만, 사적인 일에 직원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B씨는 "출장도 엄연히 업무 중 하나인데 개인적인 일을 보기 위해서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사실을 폭로하려고 해도 2차 피해가 두려워 신고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여러 동료가 A 회장의 성희롱과 갑질 등에 시달리다 잇따라 퇴사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B씨는 결국 지난 1월 9일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윤리센터 등 기관에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알렸다.

A 회장은 지난해 9월에도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등으로 신고당해 지난 1월 노동 당국으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다.

B씨는 노동 당국 등 기관의 처분 결과를 토대로 A 회장을 경찰에 고소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들의 신고는 지난해 9월 이후 올해 1월 B씨의 신고에 이르기까지 총 4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또 피해 신고 이후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내고 병가를 신청했으나 체육회가 이를 반려한 점을 두고 '보복성 조치'라고 주장했다.

B씨는 "다른 직원과 같은 내용의 진단서를 제출했음에도 병가가 승인되지 않았다"며 "체육회는 병가가 거부된 이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고 그저 진단서를 보강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동성 성희롱 남성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A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몸이 좋다는 칭찬을 하기 위해 친근감의 표현으로 이야기한 것일 뿐 성희롱하려는 목적은 없었다"며 "남자들끼리 있는 자리에서 자식 같은 직원한테 편하게 했던 말이 잘못 받아들여진 듯하다"고 말했다.

업무 외 부당 지시 의혹과 관련해서는 "체육회 사업과 관련해 부탁하는 자리에서 업무 관련 대화를 하다 간단히 술을 마시게 됐고, 시골에서 이른 저녁에 대리운전해줄 기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직원에게 부탁하게 된 사정이 있다"고 해명했다.

체육회 측은 B씨 병가 신청을 반려한 데 대해 B씨가 3개월 장기 병가를 신청하면서 오랜 기간 자리를 비우게 될 예정인 만큼 이를 승인하기 위해서는 규정상 요건이 갖춰져야 함에도 진단서 내용이 이를 승인하기엔 미흡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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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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