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앙포토
“헌법재판소를 둘러싼 (졸속·불공정 등) 여러 논란은 헌재가 스스로 초래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정치인 체포’와 ‘의원 끌어내라’는 지시의 사실 여부가 핵심 쟁점인데, 얘기하다 말고 끝내 버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 중인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에 대해선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재 선고 결과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장 교수는 헌재 제도개선위원을 지낸 헌법학자다.
Q : 마 후보자 임명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A :
“마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이 계속 논란이다. 이 상태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명한다면, 헌재 결정에 어떤 특별한 방향성을 가진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때도 지금과 같은 8인 체제였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 Q : 탄핵 반대 측은 졸속 헌재 심판이라고 비판한다.
A :
“가장 민감한 쟁점이 정치인 체포 지시,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실제 있었느냐다. 이게 인정되면 국헌 문란 중 하나인 국회 무력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핵심 물증인)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메모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필적이 아니냐’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헌재가 변론을 끝냈다. 감정했어야 했다. 또,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놓고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 간의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어느 쪽이 옳다는 건지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헌재가 그걸 안 했다. 그러니 논란이 계속되는 거다.”
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입구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Q : 탄핵 소추안에 내란죄를 철회한 걸 두고도 여진이 이어진다.
A :
“본질은 헌재가 국회 탄핵 소추단에 내란죄를 빼라고 권유했다는 거다. 헌재는 ‘그런 사실 없다’고 했는데 그렇게 끝낼 게 아니다. (국민 입장에선) ‘이거 짜고 치는 거 아냐’라는 의혹을 가질 만한 중대한 문제인데, 그냥 부정하고 끝냈다.” 탄핵심판 초기, 내란죄 철회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국회 소추단이 탄핵 여부를 가를 헌법 위반에만 집중해 심판 속도를 앞당기는 전략을 썼다”는 해석이 나왔다.
Q : 헌재 재판관을 놓고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A :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의 과거 SNS 논란(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친분설),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가족의 정치성향 논란에 대해 헌재는 ‘사법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식의 대응만 했다. 구체적으로 해명한 게 아니라 마치 국민이 거기에 대해 의혹을 갖는 게 잘못됐다는 식이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의 선고를 앞두고 헌재 재판관의 정치색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중이다. 하루 출근하고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경우 8명 재판관 의견이 4(기각) 대 4(인용)였다. 정치 성향과 임명 배경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헌재 재판관은 대통령·대법원장·국회 몫 3명씩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장 교수는 “독일의 연방 헌법재판소처럼 국회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판관을 뽑으면 여야가 서로 비토권을 갖게 돼 중도성향 재판관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윤 대통령이 최후진술서 밝힌 ‘대국민 호소용 계엄’에 대해선 “틀렸다고 본다”며 “비상계엄을 경고로 쓴다는 것 자체가 헌법상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Q : 선고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나.
A :
“지금으로썬 판단하기가 어렵다. 증거에 따라 (인용 또는 기각을) 결정해야 국민이 납득할 텐데, 증거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로 변론이 종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