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코미디언 이수지가 명품을 걸치고 자녀의 학원 라이딩에 여념 없는 '대치맘'을 패러디한 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캡처


“차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저는 차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해요.”
“요즘은 아이의 영재적인 모먼트 때문에 제 삶의 초점이 아이에게 맞춰져 있어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4세 아이 엄마 이소담(35)씨는 하루종일 자녀를 학원에 라이딩(태워주는 것) 해주고 새로운 과외 선생님 면접 일정을 조율하느라 바쁘다. 아이를 학원에 들여보내고 차 안에서 김밥 한 줄로 점심 끼니를 때운다. 간식 투정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숫자를 셀 줄 안다며 ‘영재적인 모먼트’를 발견하고 수학 학원에 보내는 등 자녀의 성장·발달 과정에 관심이 많다.

자녀 교육에 여념 없는 모습의 이씨는 사실 실존 인물이 아니다. 코미디언 이수지가 사교육 과열의 중심에 선 ‘대치동 맘’을 패러디한 가상의 학부모 캐릭터다. 이수지는 지난달 4일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엄마라는 이름으로 제이미 맘 이소담씨의 별난 하루’라는 제목의 패러디물을 올렸다.

수백만 원 대 패딩을 입고 명품 브랜드 가방을 드는 등 강남 학부모 문화를 재현한 영상에 폭발적인 반응이 일었다. 지난달 4일 올라온 1편 조회 수는 7일 기준 804만회, 지난달 25일 올라온 2편은 508만회를 돌파했다. 패러디물이 이슈가 되면서 영상 속 고가의 패딩이 강남을 중심으로 한 중고 거래 플랫폼에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명품 옷을 입고 대치동에 가니 괜히 주변에서 흘끗거리는 것 같고 눈치 보이더라”, “명품 목걸이가 저렇게 흔한가. 지금 사면 우스워지지 않나” 등 착장을 고민하는 글들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오후 10시쯤 대치동 학원가 앞에 라이딩 하러 온 부모들의 차로 도로가 혼잡한 모습. 임현동 기자
‘대치동 파파’ 패러디물도 등장했다.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 ‘연기덕후’는 ‘아빠라는 이름으로 대치맘 아니 도치맘 이소담씨 남편의 하루’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고액 연봉의 대기업 직장인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은 끊임없이 휴대폰을 확인하며 틈틈이 업무를 보면서도 아이 학원 라이딩을 병행한다. 영상 조회수는 82만회로, 해당 채널에서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른바 ‘대치맘 라이프’는 드라마 소재로도 사용됐다. 지난 3일 처음 방영한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라이딩 인생’은 7세 딸아이를 명문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대치동 학원으로 라이딩 하는 등 육아에 고군분투하는 워킹맘의 일상을 다룬다. 비슷한 시기 KBS 시사 프로그램 ‘추적 60분’은 대치동 유명 영어학원과 수학학원의 레벨테스트, 이른바 ‘7세 고시’를 치르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담았다. 해당 영상의 유튜브 조회 수는 158만회에 달한다.

이런 강남 학부모 문화를 담은 콘텐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현실 세태를 생생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세 아이 엄마인 전모씨는 “단순 개그라고 웃어넘기기엔 사교육에 목을 매는 우리나라 현실이 잘 담겨서 씁쓸하다”며 “‘저게 현실이다’ ‘강남 학원을 어떻게 보낼지 지금부터 자금 계획을 짜놔라’ 등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에 벌써 두렵다”고 말했다. 온라인 맘 카페에서는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 일 뿐, 남한테 민폐 끼치는 것도 없는데 욕먹을 일 아니다”, “재력 되고 내 아이가 똑똑하면 다들 픽업 다니지 않나” 같은 긍정적인 의견과 “누구나 그들처럼 해주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 느낀다” 같은 부정적인 의견이 엇갈린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사교육비 과열 등 교육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경제적 양극화가 극심한 탓에 강남 사교육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패러디물을 계기로 표출된 것”이라며 “한편으론 진입 장벽이 높은 대치동 ‘그사세’가 궁금하고 따라 하고 싶기도 한 복합적 심리도 작용해 인기를 끈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833 崔대행 "포천 공군오폭 피해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 랭크뉴스 2025.03.08
45832 치약에 물 묻힌다 vs 안된다…이 기사로 논쟁 종결 [Health&] 랭크뉴스 2025.03.08
45831 [속보] 최 대행 "포천 공군오폭 피해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 랭크뉴스 2025.03.08
45830 [속보] 최상목 대행 "포천 공군오폭 피해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 랭크뉴스 2025.03.08
45829 한화 다음은 여기?…‘AI·로봇·원전’ 다 가진 두산의 질주 랭크뉴스 2025.03.08
45828 KTX 하행선 김천구미역 부근서 단전…열차 28편 운행 지연 랭크뉴스 2025.03.08
45827 “나폴레옹의 최후” 급소 찔렀다…프 ‘핵우산론’에 푸틴 급발진 랭크뉴스 2025.03.08
45826 석방 길 열린 尹…檢, 석방지휘 여부 밤샘 검토 랭크뉴스 2025.03.08
45825 [속보] 최상목 대행, ‘공군 오폭’ 포천 특별재난지역 선포 지시 랭크뉴스 2025.03.08
45824 포천 오폭 피해 58가구→99가구로 늘어 랭크뉴스 2025.03.08
45823 "첩보물 수준" 기자들 납치∙살해 모의…러 스파이 일당 결국 랭크뉴스 2025.03.08
45822 [내주날씨] 내륙 중심으로 일교차 큰 환절기…곳곳 비 소식 랭크뉴스 2025.03.08
45821 포천 오폭 사고 피해 58가구→99가구로 늘어 랭크뉴스 2025.03.08
45820 트럼프 "미국 반도체 사업 대부분 대만이 가져가… 약간은 한국에" 랭크뉴스 2025.03.08
45819 트럼프 “美 반도체 사업, 한국·대만이 가져가” 랭크뉴스 2025.03.08
45818 “헬멧·벽돌 필요…저항권 있으니 경찰 체포” 탄핵 선고 앞 난동 모의 랭크뉴스 2025.03.08
45817 尹 구속취소 결정에도…檢, 이틀째 "석방지휘 여부 계속 검토" 랭크뉴스 2025.03.08
45816 북한, 포천 오폭 사고에 “백주에 괴뢰한국에서 대소동” 랭크뉴스 2025.03.08
45815 尹 지지자들 밤샘 시위‥대규모 집회 '비상' 랭크뉴스 2025.03.08
45814 [단독] 연세대 의대, '기명 휴학계 제출' 학생들에 징계절차 개시 랭크뉴스 2025.03.08